📸 푸글렌 도쿄 시부야점 방문 후기: 요요기 공원 산책과 북유럽 카페의 매력
안녕하세요, 일상과 여행을 라이카 M10-R과 리코 GR2의 35mm 프레임에 담아내는 TACO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의 젊고 활기찬 에너지와 마샤다 쇼쿠도의 진한 여운을 전해드렸다면, 오늘은 그 열기와 소음을 뒤로하고 도쿄의 심장부에서 발견한 상반된 매력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야스쿠니 신사와 결코 함께할 수 없는 메이지 신궁 앞에서의 역사적 성찰, 그리고 그 옆 요요기 공원의 평화로운 녹색 오아시스. 이 1.5km의 도보 여정 끝에 만난 곳은 뜻밖에도 북유럽 오슬로 감성이 가득한 푸글렌 도쿄 시부야점이었습니다.
거대 도시 도쿄가 품고 있는 ‘고요한 자연’과 ‘이국적 문화’의 조화. 이 특별한 오후의 산책이 여러분의 다음 여행에 깊은 영감이 되길 바라며, 지금부터 그 매혹적인 여정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 1. 하라주쿠에서 푸글렌 도쿄까지 1.5km 도보 여정

늦은 점심을 마치고 나니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라주쿠 역 앞 거리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습니다. 유니클로와 이케아가 나란히 자리한 이 상업지구는 도쿄의 일상적인 번화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죠. 쇼핑을 즐기는 젊은이들, 자전거를 끌고 가는 주민들, 그리고 관광객들이 뒤섞인 이 풍경은 현대 도쿄의 전형적인 오후 풍경이었습니다.
목적지인 푸글렌 도쿄까지는 약 1.5km의 거리. 아침부터 이어진 도보 여정에 다소 피로감이 느껴졌지만, 지하철을 타기엔 애매한 거리였습니다. 무엇보다 하라주쿠에서 시부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도쿄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루트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흐린 날씨 덕분에 강렬한 햇빛 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고, 이는 오히려 거리의 디테일을 차분히 관찰하기에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번화가에서 공원으로, 그리고 다시 조용한 주택가로 이어지는 이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은, 여행자의 발걸음으로만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의 전환점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선택은 예상치 못한 보상으로 이어졌습니다.
⛩️ 2. 메이지 신궁 앞에서의 복잡한 심경

하라주쿠 역을 지나자마자 마주한 것은 거대한 도리이가 인상적인 메이지 신궁이었습니다. 일본 근대화를 이끈 메이지 천황 부부의 영혼을 모신 이곳은, 일본인들에게는 신성한 공간이지만 우리에게는 역사적 아픔이 서린 장소입니다.
야스쿠니 신사와 함께 결코 참배해서는 안 될 곳이라는 무거운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입구에서 잠시 서성이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역사의 무게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관광객으로서의 호기심과 역사적 책임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3. 요요기 공원, 도쿄의 중심에서 만난 녹색 오아시스

메이지 신궁 바로 옆에 위치한 요요기 공원은 24시간 무료로 개방되는 도심 속 대형 공원입니다. 봄에는 벚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유명한 이곳은 도쿄 시민들의 일상적 휴식처이자 관광객들에게는 특별한 체험 공간이 됩니다.
푸글렌 도쿄로 가는 지름길이 바로 이 공원을 관통하는 길이었습니다. 단순히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이 품고 있는 도쿄의 일상을 제대로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10월 중순의 선선한 날씨는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습니다.
🍂 4. 가을 오후, 요요기 공원에서 목격한 도쿄의 일상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펼쳐진 풍경은 예상보다 훨씬 생동감 있었습니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 각자의 속도로 오후를 즐기는 도쿄 시민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습니다.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2024년 여름이 마침내 물러가고, 가을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시기. 잔디밭 곳곳에는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과 책을 읽는 젊은이들, 그리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빈 벤치를 발견하고 잠시 앉아 숨을 고르며 이 평화로운 광경을 감상했습니다. 여행 중 만나는 타인의 일상이 때로는 명소 관광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법입니다. 도쿄라는 거대 도시가 품고 있는 여유로움과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 5. 푸글렌 도쿄 시부야점, 북유럽 감성이 내려앉다

요요기 공원을 벗어나 큰길을 따라 10분쯤 걸었을까요. 하얀 건물 외벽에 새겨진 FUGLEN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아래 적힌 Espresso Bar, Cocktail Bar, Vintage Design이라는 문구가 이 공간의 정체성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푸글렌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작된 북유럽 브랜드로, 이곳 푸글렌 도쿄 시부야점이 아시아 최초 진출점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1963년 오슬로에서 문을 연 이래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브랜드가 왜 첫 해외 진출지로 도쿄를 선택했을까요?
🏠 6. 작지만 밀도 있는 공간, 푸글렌 도쿄의 인테리어

카페 안팎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특히 야외 테이블은 이미 만석. 실내로 들어서니 아담하지만 효율적으로 구성된 공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체 면적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오픈 키친과 바 카운터, 그 뒤로 진열된 각종 칵테일용 술병들이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하면서도 따뜻한 인테리어는 빈티지 가구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콜롬비아, 케냐, 페루 등 다양한 산지의 드립백과 함께 자체 제작한 티셔츠, 110엔의 오리지널 스티커까지. 카페를 넘어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면모가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 7. 라이트 로스팅의 미학, 그리고 아쉬움

푸글렌 도쿄의 모든 커피는 라이트 로스팅을 고수합니다. 이는 하루에도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즐기는 북유럽의 커피 문화를 반영한 것입니다.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는 이 로스팅 방식은 산미를 강조하고 쓴맛을 최소화하는 특징을 갖습니다.
평소 즐겨 마시는 라떼를 주문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산미가 크게 느껴지지 않고 다소 밋밋한 인상이었습니다. 더블샷으로 주문했다면 조금 더 나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아마도 진한 커피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맛과 가볍고 부드러운 북유럽 스타일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꼭 단점만은 아닙니다. 오전 7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만큼, 가벼운 베이커리와 함께 부담 없는 모닝 커피를 즐기기에는 오히려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저녁 시간대에는 칵테일 바로 변신한다니, 시간대별로 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마무리하며
요요기 공원의 여유로운 오후 산책에서 시작해 푸글렌 도쿄의 북유럽 감성까지, 이날의 여정은 도쿄가 품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레이어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푸글렌 도쿄 시부야점은 커피 맛집으로 반드시 가야 할 곳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찾는 분들이나,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 그리고 낮과 밤의 다른 매력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저녁 시간대에 칵테일 한 잔과 함께 도쿄의 밤 풍경을 감상한다면, 낮과는 전혀 다른 푸글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도쿄 여행에서는 꼭 해질 무렵 이곳을 다시 찾아, 북유럽식 칵테일과 함께 시부야의 야경을 즐겨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여행지에서 현지의 일상과 이국적 문화 중 어느 쪽에 더 끌리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여행 스타일을 공유해 주시면, 다음 포스팅에서 더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준비해보겠습니다.
📌 푸글렌 도쿄 시부야점 정보
- 영업시간: 월-화 07:00~22:00 / 수-일 07:00~01:00
- 결제: 현금, 카드 모두 가능 / 테이크아웃 가능
- 구글 평점: 4.3
- 주소: 도쿄도 시부야구 도미가야 1-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