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 센소지 호조문에서 본 본당 방향 풍경. 비 오는 날 우산 든 관광객들이 붉은 기둥과 금색 초롱 아래를 오가며, 뒤편으로 센소지 본당의 붉은 지붕과 5층탑이 보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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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쿠사 센소지 – 628년부터 이어진 도쿄의 정신적 중심

도쿄 여행 3일차, 비가 내렸습니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맑은 날씨가 예보되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리더군요. 영국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운 도쿄의 10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늘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아사쿠사 센소지(浅草寺, Sensō-ji).

도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사찰이자, 연간 약 3,000만 명이 찾는 일본 민간신앙의 중심지입니다. 628년, 이 지역의 어부 형제가 스미다강에서 관음상을 건져 올린 것이 이 절의 시작이었다고 하죠. 그로부터 약 1,400년이 흐른 지금, 센소지는 여전히 도쿄 사람들의 정신적 안식처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숙소에서 여유롭게 출발했더니 아사쿠사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 30분. 이미 역 주변은 센소지로 향하는 인파로 가득했어요. 우산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비였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엔 부족했습니다.

오늘은 라이카 M10-R과 리코 GR2로 담아낸 센소지의 솔직한 모습과, 관광지로서의 화려함 너머에 있는 이 공간의 진짜 의미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아사쿠사역에서 센소지 가는 법 − 도보 5분 코스

아사쿠사역에서 센소지로 가는 상점가 거리. 전통 초롱이 천장에 걸려 있고, 양옆으로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늘어서 있으며, 관광객들이 센소지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
아사쿠사역에서 센소지로 향하는 상점가. 중앙에 걸린 전통 초롱과 양옆의 가게들이 이미 여행자들을 일본 특유의 분위기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같은 방향, 센소지를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아사쿠사역에서 나오자마자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역에서 내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거든요. 그 흐름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센소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비가 내리는 평일 오전임에도 이 정도 인파라면, 주말이나 축제 기간에는 얼마나 붐빌지 짐작이 갔어요.

도쿄 관광의 특징 중 하나는 대중교통 접근성입니다. 센소지 역시 아사쿠사역(도쿄 메트로 긴자선, 도에이 아사쿠사선, 도부 스카이트리 라인)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이 매우 용이합니다. 이런 편리함이 연간 3,000만 명이라는 엄청난 방문객 수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겠죠.

비 오는 날 아사쿠사 나카미세도리 입구 풍경. 다양한 색상의 우산을 쓴 관광객들이 좁은 거리에 빼곡히 모여 센소지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으며, 양옆으로 전통 상점들과 단풍 장식이 보이는 모습
나카미세도리 입구의 우산 물결. 비 오는 평일 오전임에도 이 정도 인파였습니다. 좁은 거리 위로 각양각색의 우산이 겹쳐지고, 사람들은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센소지를 향해 걸어갑니다.

역에서 센소지로 가는 길은 명확했습니다. 하지만 비 때문에 우산을 쓴 채 걸어야 했고, 좁은 보도 위로 관광객들이 계속 밀려들어 걷는 속도는 생각보다 느렸어요.

🏮 센소지 나카미세도리 볼거리 – 250m 전통 상점가 탐방

센소지 본당으로 가는 길에는 나카미세도리(仲見世通り)라는 상점가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상점가 중 하나로, 약 250m 길이의 통로 양옆으로 90여 개의 상점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요.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이곳은 전통 공예품, 기념품,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로 가득합니다.

나카미세도리 내부 풍경. 양옆으로 전통 목조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붉은 초롱과 단풍 장식이 천장에 걸려 있으며, 비 오는 날 우산 든 관광객들이 좁은 통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
나카미세도리 안쪽으로 들어서니 붉은 초롱과 단풍 장식이 비 오는 하늘 아래 더욱 선명했습니다. 양옆 목조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조명과 우산 든 사람들의 실루엣. 에도시대 상점가의 모습이 현대의 인파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나카미세도리의 풍경은 독특했습니다. 현대식 간판 대신 목조 상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붉은색 처마와 전통 문양이 거리 전체를 에도시대 분위기로 만들어주더군요. 물론 관광지화가 많이 진행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 규모로 전통 상점가 형태를 보존한 곳은 흔치 않습니다.

걷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가게가 보였습니다. 미타라시 당고(みたらし団子)를 파는 곳이었어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저도 줄에 합류했습니다.

나카미세도리 미타라시 당고 가게 내부. 흰색 노렌(일본 전통 천막)에 보라색 문양이 새겨져 있고, 마스크 쓴 점원들이 주방에서 당고를 준비하며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
노렌 너머로 보이는 당고 가게 주방. 점원들이 꼬챙이에 꿴 당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이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간식 가게였습니다.
미타라시 당고 클로즈업. 꼬챙이에 두 개의 떡이 꿰어져 있고, 윤기 나는 달콤한 간장 소스가 발라져 있으며, 뒤편으로 나카미세도리 상점가 풍경이 흐릿하게 보이는 모습
윤기 흐르는 간장 소스를 바른 미타라시 당고. 쫀득한 떡과 달콤짭짤한 소스의 조합이 일본 전통 간식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400엔(약 3,600원)이라는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요.

말랑말랑하고 쫀득한 식감에 달콤짭짤한 간장 소스가 특징인 일본 전통 간식입니다. 맛은 괜찮았어요. 소스가 독특해서 한 번쯤 먹어볼 만했습니다. 다만 가격이 400엔(약 3,600원)이라, 가성비를 따지면 다시 사먹진 않을 것 같네요.

조금 더 걷다가 또 다른 줄을 발견했습니다.

과일 모찌 전문점이었습니다. 딸기, 포도,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을 떡으로 감싼 디저트인데, 특히 딸기 모찌가 인기 메뉴더라고요.

나카미세도리 과일 모찌 전문점 쇼케이스. 유리 진열장 안에 딸기 모찌가 줄지어 놓여 있고, 흰색 앞치마를 입은 점원이 장갑을 낀 손으로 모찌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모습. 핑크, 노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상의 모찌들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음
유리 진열장 안 빼곡히 늘어선 과일 모찌들. 딸기 모찌가 주력 상품인 듯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점원은 정갈한 손놀림으로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화려했지만, 맛은 기대만큼은 아니었어요.

하나 사서 먹어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신선한 딸기와 부드러운 떡의 조합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줄 서서 기다릴 만큼 특별한 맛은 아니었어요. 관광지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카미세도리를 걸으며 든 생각은, “여기는 먹거리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는 곳이구나”였습니다. 실제로 맛집을 찾기보다는, 에도시대 상점가를 재현한 독특한 거리 풍경 자체가 이곳의 진짜 가치인 것 같았어요.

나카미세도리 거리 풍경. 붉은 초롱과 단풍 장식이 천장에 걸려 있고, 양옆으로 전통 상점들이 늘어서 있으며, 우산 든 관광객들이 좁은 통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 회색 하늘 아래 비 오는 날의 전형적인 나카미세도리 풍경
붉은 초롱과 단풍 장식 아래로 이어지는 나카미세도리. 250m가 짧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이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며 걸었기 때문입니다. 양옆 상점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간식도 사먹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250m는 생각보다 짧은 거리였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옆 상점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간식도 사먹다 보니 30분 가까이 소요됐네요.

🏛️ 센소지 호조문과 본당 − 1400년 역사의 중심

나카미세도리를 지나자 호조문(宝蔵門)이 나타났습니다.

센소지 본당 앞에 있는 2층 문으로, 양옆에 거대한 인왕상이 서 있어요. 이 문 역시 태평양 전쟁 때 소실됐다가 1964년 재건된 것입니다. 호조문을 통과하니 비로소 센소지 본당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센소지 5층탑과 본당 전경. 높이 48m의 5층 목탑이 중앙에 우뚝 솟아 있고, 양옆으로 붉은 지붕의 전통 건축물들이 보이며, 비 오는 날 우산 든 관광객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한 센소지의 장엄한 풍경
호조문을 지나자 센소지의 상징인 5층탑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높이 48m, 최상층에는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석가모니 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합니다. 비를 맞으며 서 있는 탑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센소지 본당5층탑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1,400년 역사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물론 현재 건물들은 1960년대 콘크리트로 재건된 것이라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간이 가진 상징성과 종교적 의미는 여전히 강력했어요.

5층탑은 높이 48m로, 최상층에는 스리랑카 사원에서 가져온 석가모니의 사리를 봉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를 맞으며 서 있는 탑의 모습이 묘하게 인상적이었어요.

🔥 센소지 죠고로 향로에서 소원 빌기

본당 앞으로 다가가니 죠고로(常香炉)라는 거대한 향로가 있었습니다.

센소지 본당 앞 죠고로 향로. 거대한 향로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우산 든 수많은 관광객들이 향로 주위에 모여 연기를 쐬고 있으며, 뒤편으로 붉은 기둥의 본당 입구와 지붕이 보이는 모습
본당 앞 거대한 죠고로 향로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비 오는 날에도 사람들은 향로 주위를 빼곡히 둘러싸고 있었어요. “연기를 쐬면 아픈 곳이 낫는다”는 민간신앙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습니다.
죠고로 향로 클로즈업. 거대한 청동 향로 안에서 향이 타오르며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이 손을 뻗어 연기를 자신의 몸으로 끌어모으는 모습.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도 보임
향로 바로 앞, 사람들은 피어오르는 연기를 손으로 끌어모아 자신의 몸에 바릅니다. 머리, 어깨, 허리. 아픈 곳이 낫기를 바라는 마음은 국적을 초월합니다. 스마트폰을 든 손과 기도하는 손이 공존하는 풍경이었습니다.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향로에서 나오는 연기를 몸에 쐬면 아픈 곳이 낫는다는 민간신앙 때문에, 사람들은 연기를 손으로 끌어 모아 자신의 몸에 바르고 있었습니다.

매캐한 향 냄새가 진했지만, 그 속에서 진지하게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종교와 관계없이, 믿음이 주는 위안은 보편적인 것 같습니다.

⛩️ 센소지 본당 내부 참배 방법과 볼거리

향로를 지나 본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센소지 본당 입구 대제등. 거대한 붉은 초롱에 '奉信' 글자가 새겨져 있고, 계단 위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본당으로 들어가며, 향로에서 피어오른 흰 연기가 본당 처마 아래로 퍼지는 모습. 양옆에 한자가 새겨진 붉은 기둥이 세워져 있음
본당 계단 위에 걸린 거대한 대제등. 직경 4.5m, 무게 700kg의 이 초롱은 교토의 한 사업가가 기증한 것으로, 센소지를 상징하는 조형물입니다. 향로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처마 아래로 퍼지며, 사람들은 계단을 올라 본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계단 위에는 직경 4.5m, 무게 700kg에 달하는 대제등이 걸려 있었습니다. 교토의 한 사업가가 기증한 것으로, 센소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형물 중 하나죠.

본당 내부는 넓었습니다. 중앙에는 관음보살을 모신 제단이 있었고, 사람들은 조용히 기도를 올리거나 참배를 하고 있었어요. 센소지는 특정 종교를 따지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소원을 빌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센소지 본당 내부에서 바라본 풍경. 거대한 금색 초롱이 천장에 걸려 있고, 그 너머로 호조문과 나카미세도리 방향이 보이며, 본당 안에서 참배객들이 손을 모아 기도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비 오는 날 우산 든 인파가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음
본당 안에서 바라본 센소지 전경. 금색 초롱 아래로 호조문과 광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손을 모아 기도하는 사람, 스마트폰을 든 사람, 그저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종교와 관광의 경계가 흐릿한 곳, 그것이 센소지였습니다.
센소지 본당 내부에서 본 호조문 방향. 중앙에서 금발 여성이 두 손을 모아 진지하게 기도하고 있으며, 양옆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있고, 금색 초롱 너머로 우산 든 인파가 가득한 광장이 보이는 모습
본당 제단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금발 여성. 그녀의 진지한 모습 옆으로 스마트폰을 든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종교적 신앙과 관광의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고, 목표를 이루게 해준다”는 센소지의 전설 때문인지, 외국인 관광객들도 진지하게 기도하는 모습이 많았어요. 저 역시 잠시 제단 앞에 서서, 특별한 종교적 의미보다는 여행의 안전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손을 모았습니다.

본당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왔습니다.

🌧️ 비 오는 날 센소지가 더 아름다운 이유

본당에서 나오니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았습니다.

센소지 본당 처마 아래에서 본 광장 풍경. 비 오는 날 우산 든 관광객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전경에는 유카타를 입은 금발 여성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분홍색 기모노 입은 여성과 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걷는 모습. 배경으로 호조문과 향 연기가 보임
본당 처마 아래서 바라본 광장. 유카타 입은 관광객, 분홍 기모노 입은 가족, 우산 든 수많은 사람들. 비 오는 오전 11시, 센소지는 더욱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 우산 쓰고 지나가는 사람,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11시를 넘기자 단체 관광객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우산을 쓰고 급하게 지나가는 현지인들,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저 같은 여행자들.

비가 오는 날의 센소지는 나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맑은 날보다 사람이 적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고, 오히려 빗방울에 젖은 돌바닥과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독특했어요.

이제 슬슬 배가 고파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점심 먹을 곳을 찾기로 했습니다. 나카미세도리를 지나 다시 아사쿠사역 방향으로 걸었어요.

비 때문에 여유 있게 둘러보느라 센소지에서만 1시간 넘게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맑은 날이었다면 30~40분이면 충분했을 텐데, 우산 쓰고 천천히 걷다 보니 시간이 더 걸렸네요.

💭 관광지로서의 센소지 − 도쿄 정신의 중심

센소지를 나오며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분명 이곳은 연간 3,000만 명이 찾는 도쿄 최대의 관광 명소입니다. 나카미세도리는 관광객을 겨냥한 상업 거리가 됐고, 본당 주변은 항상 인파로 붐빕니다.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많아서, 어떤 이들에게는 “인증샷 찍는 곳” 정도로 소비되는 공간일 수도 있겠죠.

센소지 경내 잔디밭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과 남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주변으로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우산을 쓰고 걷거나 서 있고, 배경에 녹색 나무들이 보이는 비 오는 날 풍경
센소지 경내 잔디밭. 히잡을 쓴 무슬림 가족이 사진을 찍고, 그 옆으로 동아시아, 서양 관광객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갑니다. 종교를 초월한 관광지로서의 센소지. 누군가에게는 성지이고, 누군가에게는 포토존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길일 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센소지는 628년부터 이어져 온 도쿄 사람들의 정신적 뿌리이기도 합니다.

관동대지진과 태평양 전쟁으로 건물이 모두 소실됐음에도, 사람들은 다시 이곳을 재건했어요. 콘크리트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일지라도, 그 공간이 담고 있는 역사와 의미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세츠분가이, 하나마츠리, 산자마츠리 같은 전통 행사가 여전히 열리고,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참배하는 모습을 보면,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무언가입니다.

비 오는 센소지 5층탑 앞. 베이지색 옷을 입은 여성이 흰 우산을 쓰고 5층탑을 바라보고 있으며, 빗방울이 공중에 떠 있고, 배경으로 흐릿한 5층탑과 녹색 나무, 그리고 다른 관광객들의 흐린 실루엣이 보이는 모습
5층탑 앞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여성. 빗방울이 떨어지고, 탑은 흐릿하게 서 있고, 사람들은 오가지만, 이 순간 그녀는 멈춰 서서 1,400년 역사를 바라봅니다. 도쿄가 왜 아직 도쿄인지, 이 한 장면에 담긴 것 같았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쿄가 왜 아직 도쿄인지를 보여주는 장소가 바로 여기가 아닐까요.

신주쿠의 마천루,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 롯폰기의 현대 미술관. 이런 곳들은 도쿄의 현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센소지는 다릅니다. 이곳은 도쿄가 에도였던 시절부터,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던 공간이에요. 건물은 바뀌어도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비 오는 아사쿠사에서, 저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쿄의 진짜 얼굴을 봤습니다.

🕐 센소지 방문 추천 시간과 실용 정보 총정리

센소지는 낮보다는 저녁 무렵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전 10~12시, 오후 2~4시는 단체 관광객과 개별 여행자가 몰리는 시간대라 정말 복잡합니다. 반면 저녁 6시 이후에는 참배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야간 조명이 켜진 본당과 5층탑의 모습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나카미세도리 귀환길. 상점 간판과 단풍 장식이 천장에 걸려 있고, 비 오는 날 우산 든 관광객들이 출구 방향으로 이동하며, 양옆으로 상점들이 영업 중인 모습. 낮 시간대 나카미세도리의 전형적인 풍경
센소지 참배를 마치고 나카미세도리를 다시 지나 아사쿠사역으로 향했습니다. 오전보다 더 많아진 사람들, 여전히 영업 중인 상점들. 나카미세도리는 낮 시간대에 가장 활기차지만, 그만큼 붐비기도 합니다.

물론 나카미세도리의 대부분 상점은 저녁 6~7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쇼핑이나 먹거리를 즐기고 싶다면 낮 시간대를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센소지 본당과 경내 자체만 경험하고 싶다면, 저녁 시간대가 훨씬 쾌적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도쿄 여행 3일차, 비 오는 아사쿠사에서 1,400년 역사를 걸었습니다. 관광지로서의 화려함과 종교적 공간으로서의 무게감이 공존하는 곳. 그것이 제가 경험한 센소지였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센소지 근처 아사쿠사 맛집 탐방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센소지 방문 정보

구분 내용
정식 명칭 센소지(浅草寺, Sensō-ji)
위치 도쿄도 다이토구 아사쿠사 2-3-1
설립 연도 628년 (약 1,400년 역사)
주요 신앙 관음보살(관세음보살)
연간 방문객 약 3,000만 명
본당 규모 1960년 콘크리트 재건 (원본은 전쟁 중 소실)
5층탑 높이 48m (석가모니 사리 봉안)
나카미세도리 약 250m 길이, 90여 개 상점
접근성 아사쿠사역(긴자선, 아사쿠사선) 도보 5분
추천 방문 시간 저녁 6시 이후 (참배객 적음, 야경 명소)
입장료 무료
영업시간 본당 6:00~17:00 (10~3월은 6:30 개장)
주요 행사 세츠분가이, 하나마츠리, 산자마츠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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