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롬톤 부산여행 5편: 부평깡통시장,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는 길
안녕하세요, 두 바퀴로 도시의 풍경과 감성을 기록하는 TACO입니다.
브롬톤 부산여행 4편에서 포스팅 했었던 ‘해운대에서의 눈부신 풍경‘을 마지막으로, 길었던 하루의 여정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은 다가오지만, 이대로 부산을 떠나기엔 아쉬움이 남았죠. 그래서 마지막으로 들르기로 한 곳, 부산의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은 부평깡통시장입니다.
저희의 브롬톤 부산여행, 그 마지막 이야기는 지하철을 이용한 ‘점프’와 함께,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했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진솔한 기록입니다.
🚇 1. 브롬톤의 진정한 묘미, 지하철로 하는 도시 ‘점프’

해운대에서 자갈치역 근처에 있는 부평깡통시장까지 자전거로 이동하기엔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이럴 때 브롬톤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죠. 바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시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순간이동하는, 브롬톤 오너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점프’입니다.
부산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해운대역에서 자갈치역까지, 약 40여 분의 여정입니다. 지하철에 올라타니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환승역인 서면역에서는 멍하니 다음 열차를 보낼 정도로 지쳐있었죠.
하지만 이내 툭툭 털고 일어납니다. 고된 만큼 보람 있는 것이 또한 자전거 여행의 매력이니까요. 좌석 옆에 곱게 접혀 있는 브롬톤을 보니, 녀석도 긴 하루를 보낸 충실한 동반자처럼 느껴져 애틋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2. 부평깡통시장의 왁자지껄한 활기 속으로
자갈치역에 내려 다시 브롬톤을 펼쳐 도착한 부평깡통시장. 부산에 올 때마다 자갈치시장만 들렀던 제게, 이곳의 풍경은 또 다른 신세계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깡통)이 유통되며 이름 붙여졌다는 역사를 품은 곳입니다. 195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현재는 600여 개의 점포가 밀집한 부산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으로 성장했죠. 지금은 값싸고 맛있는 먹거리는 물론, 의류, 잡화, 수입품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곧 깨달았습니다. 주말의 깡통시장은 브롬톤과 함께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곳이라는 것을요. 좁은 통로를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물론, 끌고 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역시 전통시장은 두 손 가볍게 와야 제맛이구나” 하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저희는 인파에 휩쓸려 다니며 겨우 부산 전통 빈대떡 하나를 맛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죠. 그래도 그 바삭하고 고소한 맛은 여행의 피로를 달래주기에 충분했습니다.
🥟 3. 아쉬움을 남긴 발걸음, 신발원 만두의 완판 소식
시장에서 나와 부산역으로 향하는 길, 부산 차이나타운을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아쉬움과 마주하게 되었죠. 바로 만두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신발원’의 ‘완판’ 소식이었습니다.

1953년부터 3대째 이어져 온 신발원은 부산 차이나타운의 대표적인 맛집입니다. 특히 군만두는 부산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죠. 가게 앞을 가득 메운 대기 줄과, 군만두가 이미 다 팔렸다는 소식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여행의 아쉬움은 다음 여행을 기약하는 최고의 동기가 되어주니까요. ‘신발원 만두’는 다음 부산 브롬톤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로 확정입니다.
🚉 4. 여정의 종착역, 부산역 광장에서의 마지막 라이딩

어느덧 예약한 기차 시간이 다가오고, 저희는 부산역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길고 길었던 당일치기 여정의 진짜 종착역이었죠. 마지막으로 브롬톤을 타고 광장을 한 바퀴 돌며 부산의 마지막 공기를 가슴에 담았습니다.
부산역은 1908년 개통된 경부선의 종착역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현재의 역사는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새롭게 단장된 것이지만, 여전히 부산과 전국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죠.

대구로 돌아오는 ITX-새마을호 열차.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맨 뒷좌석과 수화물 칸에 브롬톤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자리에 앉으니, 비로소 긴장이 풀리며 노곤함이 밀려옵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부산의 불빛을 바라보며, 짧지만 강렬했던 하루를 되새겨 봅니다.
🔄 5. 브롬톤 기차 여행, 실전 팁과 주의사항
이번 브롬톤 기차 여행을 통해 얻은 실용적인 팁들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기차 탑승 시 주의사항:
- ITX-새마을, KTX-산천 등은 자전거 반입 가능 (접이식 한정)
- 맨 뒷좌석 근처 수화물 공간 활용 권장
- 접은 상태로 전용 가방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
- 승무원에게 미리 양해 구하기
지하철 이용 시:
- 러시아워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음
- 접은 브롬톤도 다른 승객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
- 엘리베이터 우선 이용으로 계단 이동 최소화
🎯 마무리하며: 두 바퀴가 그려낸 완벽한 하루
자전거와 함께하는 기차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막다른 길에 좌절하기도 했고, 뜨거운 햇살 아래 자전거를 끌며 땀 흘리기도 했습니다. 인파에 휩쓸려 시장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고, 맛보고 싶었던 만두를 놓치는 아쉬움도 있었죠.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덮고도 남을 만큼의 자유와 새로운 재미, 그리고 잊지 못할 성취감을 선물받았습니다. 지하철과 기차를 넘나들며 도시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경험, 오직 브롬톤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청사포의 맛집 탐방부터 해운대의 웅장한 풍경까지, 브롬톤과 함께한 부산 여행은 제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했습니다. 자동차로는 불가능했을 골목길 탐험, 대중교통으로는 느낄 수 없었을 바람과 속도감, 그리고 걸어서는 엄두도 낼 수 없었을 장거리 이동까지.
이미 저의 머릿속은 ‘다음엔 브롬톤과 함께 어디로 가볼까?’ 하는 즐거운 계획으로 가득합니다. 경주의 고즈넉한 역사 탐방, 여수의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아니면 제주도에서의 본격적인 브롬톤 종주까지. 두 바퀴가 그려나갈 또 다른 여정을 기대하며, 길고 길었던 브롬톤 부산 여행의 기록을 마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브롬톤 기차 여행을 꿈꾸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어주세요. 여러분만의 브롬톤 여행 경험도 댓글로 들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