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롬톤 대구 가을 라이딩: 초보도 쉬운 대명유수지-달성습지 20km 코스
날씨가 선선해지는 요즘, 브롬톤 타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는 TACO입니다.
특히 가을은 라이딩의 계절이잖아요. 이런 날씨를 놓치면 안 되죠.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브롬톤 두 대를 차에 싣고 가을 라이딩 코스로 유명한 대명유수지와 달성습지로 향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평소 혼자 탈 때는 좀 더 거칠고 긴 코스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이번엔 자전거 초보인 와이프와 함께하는 라이딩이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하고 편안한 코스’였습니다. 대명유수지-달성습지 코스는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경사도 거의 없어 초보자에게도 강력 추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결정했죠. 와이프가 자전거 타는 것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거든요.
도심 외곽지에서 브롬톤을 타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접이식 자전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편하게 차에 싣고, 현지에서 펼쳐서 바로 달릴 수 있으니까요. 이 맛에 브롬톤을 포기 못 하는 것 같아요. 일반 자전거를 트렁크에 실으려면 뒷좌석까지 접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이 작은 친구들은 그냥 쏙 들어가 버리니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계명대역 근처에서 출발해 모다아울렛을 지나 유수지와 습지를 돌아 강창역을 거쳐 돌아오는 약 20km의 왕복 코스. 브롬톤 가을 라이딩으로 딱 좋았습니다.

자, 그럼 하늘이 열일했던 그날의 라이딩 기록을 지금부터 시작해 볼게요.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주말에 무조건 브롬톤 들고 외곽지로 가야 할 겁니다.
🅿️ 계명대역 주차, 그리고 초보와 함께 쌩쌩 달리는 기분
차는 계명대역 근처 골목에 적당히 주차했습니다. 역시 역세권이라 주차 공간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라고요. 자전거 두 대를 펼치는데 채 2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M4L 레이싱 그린을, 저는 챕터3 V4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역시 이 작은 바퀴가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그 느낌, 브롬톤만의 매력이죠.

출발하자마자 느껴지는 건 자전거 전용 도로의 완성도였습니다. 아스팔트 포장 상태가 훌륭해서 노면 충격이 거의 없었어요. 차도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니 와이프가 잔뜩 긴장할 필요 없이 페달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보통 자전거 타면서 차 옆을 지나갈 때의 그 ‘언제 추월당할지 모르는’ 긴장감이 없으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와이프도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이 정도면 나도 매일 탈 수 있겠어” 하며 금세 익숙해지더라고요.
날씨는 정말 완벽했어요. 드높은 가을 하늘은 파랗다 못해 희열을 줄 정도였고, 등에 땀이 살짝 맺힐 때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주는 타이밍도 기가 막혔습니다. 이런 날씨 때문에 우리가 야외 활동을 끊지 못하는 거겠죠.
페달을 밟으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브롬톤의 존재 가치를요. 만약 일반 로드 자전거였다면, 여기까지 이동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고된 과정이었을 겁니다. 이 작은 자전거가 주는 이동의 자유와 여행의 시작점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유연성은 정말 대단합니다. 덕분에 와이프와 이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거고요.

모다아울렛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계명대역에서 출발해서 한 1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멀리서도 눈에 띄던 나이키 매장, 호림산본점이라고 하던데 건물 외관이 마치 현대적인 미술관처럼 독특하더라고요. 2002년에 대구점으로 시작했다던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죠. 주변에 다른 아울렛들도 많아 경쟁이 치열한지라, 지금은 예전만큼의 붐은 아니지만 여전히 쇼핑객들이 꽤 많았습니다.

저희는 쇼핑 대신 라이딩에 집중하기로 하고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습니다.
🌾 대명유수지 도착, 억새와 함께 카메라를 꺼내다
모다아울렛을 지나 자전거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더 달리니 드디어 대명유수지에 도착했습니다. 도로변에서 안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저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잡았습니다.

여기가 왜 가을 출사 명소로 유명한지 바로 알겠더라고요. 면적이 약 78,000평 정도 된다고 하는데, 끝없이 넓게 펼쳐진 공간 덕분에 숨통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와이프는 “와, 진짜 멋있다”며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유수지라는 이름이 조금 생소할 수도 있죠. 저도 이번에 찾아봤는데, 홍수나 집중호우 시에 하천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일부 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이래요. 원래는 도시의 침수를 막는 기능적인 곳인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맹꽁이(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이 사는 생태 공간으로 변모한 거죠. 인간이 만든 시설이 환경을 지키는 훌륭한 생태계가 된 모습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가을의 주인공은 단연 억새였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많은 억새들이 일제히 몸을 숙이며 은빛 물결을 만들어냈는데, 그 소리가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조용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이 순간 라이카 M10-R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억새의 미묘한 질감과 역광에 반짝이는 느낌을 담으려면 라이카가 제격이죠.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다가 문득 라이브 뷰를 켜서 억새의 질감을 꼼꼼히 확인하고 사진을 담았습니다. 그냥 찍으면 빛을 놓치기 쉬운 피사체거든요.
한 가지 꼭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대명유수지는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09:00부터 18:00까지이고, 동절기에는 17:00에 문을 닫습니다. 하지만 이용시간은 계절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괜히 해 질 녘에 분위기 좋다고 갔다가 입구에서 돌아와야 하는 허탈감을 겪지 않으려면 미리 확인하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는 아직 갈 길이 남았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바깥 자전거 도로에서만 구경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했습니다.
🦆 달성습지, 느긋함 속의 예상치 못한 플리마켓
대명유수지에서 달성습지까지는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자전거로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억새밭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 덕분에 이동 자체도 풍경 감상의 연속이었습니다.

도착하니 다목적 광장 주차장에 차가 가득했습니다. 주차 요금이 무료라는 점은 정말 큰 장점이죠. 뚝방길 위로 올라가니 아까 봤던 대명유수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탁 트인 전망 덕분에 사진 찍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저도 잠시 브롬톤을 세워두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마침 그날 ‘달서 으쓱 생태플리마켓’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뚝방길을 따라 다양한 먹거리와 소품 부스가 펼쳐져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수제청이나 환경을 생각한 천연 비누 같은 것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아내는 작은 화분 하나를 한참 들여다봤고, 저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 마셨습니다. 라이딩만 하려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를 만난 거죠. 덕분에 라이딩이 더욱 느긋하고 풍성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달성습지 역시 규모가 상당하더라고요. 2015년 이후 집중적인 홍보와 관리 덕분에 지금은 대구의 주요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고 합니다. 여기 역시 맹꽁이 서식지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해요. 이 넓고 평화로운 습지에 수달, 흑두루미 같은 법정 보호종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이 얼마나 건강한 생태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갈대와 억새가 어우러진 풍경 덕분에 가을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었고요. 습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자연의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절로 차분해졌습니다.
🛣️ 뚝방길 라이딩, 비포장 위 브롬톤의 매력

달성습지 구경을 마치고 다시 뚝방길로 올라갔습니다. 이제 강창역 방향으로 가는 코스였는데, 여기가 정말, 진짜 최고였습니다. 왜 이 코스를 추천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뚝방길 자체가 비포장도로라 혹시 브롬톤으로 무리가 가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브롬톤은 역시 달랐습니다. 챕터3 V4의 티타늄 리어 프레임과 순정 서스펜션 블록 덕분일까요? 자잘한 돌과 흙길의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노면의 질감을 기분 좋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딱딱하지 않고, 마치 물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와이프의 M4L도 안정적으로 잘 따라오더라고요.

이 구간의 매력은 좌우의 풍경입니다. 오른쪽으로는 대명유수지가, 왼쪽으로는 달성습지가 펼쳐져 있어요. 양쪽의 다른 매력을 동시에 느끼며 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코스의 진짜 하이라이트인 거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길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숲 사이를 달리는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듭니다.
차 소음이 없는 곳에서 바람 소리와 브롬톤의 기어 소리만 들으며 페달을 밟는데, 와이프도 저도 “오늘 진짜 잘 나왔다”를 연발했습니다. 옆을 보니 와이프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그 모습만 봐도 라이딩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게 라이딩의 재미거든요. 힘들지 않게, 딱 적당한 페이스로 함께하는 순간들.

조금 더 가니 저 멀리 강정보 디아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6.7km 정도 떨어져 있다고는 해도, 워낙 큰 구조물이라 시야에 들어오더라고요. 마치 멀리 있는 랜드마크를 향해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뚝방길을 달리다 보면 중간에 벤치도 잘 갖춰져 있어서 초보자도 쉬어가기 편한 코스입니다.
🌅 다음 라이딩을 기약하며: 브롬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다
강창역이 보이면서 오늘 라이딩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시 계명대역으로 돌아가는 길은 익숙해서인지 금방 도착했습니다. 출발할 때 구름이 좀 많았는데, 복귀할 때는 하늘이 더 파랗게 맑아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역시 가을 하늘은 명불허전입니다.
전체 20km 정도의 코스였는데, 브롬톤에게는 정말 적당한 거리였습니다. 체력적으로 전혀 부담이 없고, 중간중간 구경할 거리도 충분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죠. 왕복 2시간 정도? 중간에 사진 찍고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아주 여유로웠습니다.

대명유수지-달성습지 코스는 초보자와 함께하거나, 가볍게 풍경을 즐기며 여유롭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특히 억새와 갈대가 절정인 가을에는 그 분위기가 최고입니다.
오늘의 경험을 정리하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 브롬톤은 ‘여행의 확장 도구’다: 그냥 자전거가 아니라, 차에 싣고 다닐 수 있기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여행지와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도구인 거다. 오늘 했던 라이딩이 딱 그 증거죠.
- 공유하는 즐거움: 취미가 같은 것은 행복입니다. 와이프가 브롬톤 덕분에 자전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더라고요.
다음에는 또 어디로 이 작은 자전거들을 데리고 가볼까, 벌써부터 기분 좋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대구의 다른 멋진 코스도 찾아봐야겠어요.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대구 라이딩, 꼭 한번 다녀와보시길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