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ca M10-R과 Summilux 35mm f/1.4 II 렌즈가 책 위에 놓여 있는 모습. 나무 테이블과 부드러운 조명 아래, 조용한 분위기의 정물 구도.
|

📸 라이카 M10-R 1년 사용기 – M11 나왔지만 여전히 쓰는 이유

M10-R을 구입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M9-P를 5년간 쓰다가 넘어온 거라 큰 변화는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써보니 생각보다 다르더군요. 해상도만 올라간 게 아니었습니다. 촬영 방식 자체가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M11과 M11-P가 이미 나온 시점에서 구형 모델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중고 시장에서 700만 원대로 형성된 M10-R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4,000만 화소 센서, 안정적인 펌웨어, 그리고 무엇보다 레인지파인더의 본질은 M11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지난 글 **〈라이카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의 가능성〉**에서 레인지파인더의 한계와 EVF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었죠. 그 고민은 사실, M10-R을 쓰면서 매일 부딪혔던 현실이기도 했습니다. 초점이 맞았는지 불안하고, 어두운 곳에선 프레임조차 잘 안 보이고. 그런데도 이 카메라를 계속 쓰게 되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오늘은 라이카 M10-R 1년 사용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M9-P와 비교하며 느낀 변화, 실제 촬영에서 겪은 문제들, 그리고 M11-P까지 나왔음에도 M10-R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까지요.

🎯 1. M9-P에서 M10-R로, 10년의 격차

M9-P는 2009년에 출시된 카메라입니다. 제가 2019년에 중고로 들였으니 이미 10년 된 바디였죠. 그걸 2024년까지, 무려 5년을 썼습니다.(M9-P 후기 글 보러가기)

당시엔 1,800만 화소 CCD 센서의 독특한 색감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 부드러운 계조와 따뜻한 색 재현. 지금 봐도 M9-P로 찍은 사진엔 묘한 필름 같은 분위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했죠. ISO 640만 넘어가도 노이즈가 확 올라왔고, 다이나믹 레인지가 좁아 노출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배터리는 200장도 못 찍었고요.

그래도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어차피 라이카 쓰는 사람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쓰잖아요. 천천히,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는 게 레인지파인더의 묘미니까요.

그런데 M10-R을 써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진안 마이산을 배경으로 파란 하늘 아래 서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 초록빛 산과 하늘의 대비가 선명하게 드러난 M10-R 촬영 사진.
진안 마이산이에요. 맑은 날씨 덕분에 하늘이 참 깨끗했죠. M10-R으로 처음 찍은 여름 사진인데, 색이 이렇게 투명하게 나와서 놀랐어요. CCD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항목 M9-P M10-R 체감 차이
센서 1,800만 화소 CCD 4,000만 화소 CMOS 해상도 2배 이상, 디테일 압도적
ISO 범위 80-2500
(실사용 ~640)
100-50000
(실사용 ~6400)
저조도 촬영 가능 범위 10배 확장
다이나믹 레인지 약 11 stops 약 14 stops 노출 관용도 체감상 2배
배터리 약 200장 약 400장 촬영 매수 2배, 여유 생김
무게 585g 530g 55g 가벼워짐, 장시간 촬영 시 체감
LCD 2.5인치
23만 화소
3인치
104만 화소
리뷰 편의성 대폭 향상
가격(출시 당시) 약 900만 원 약 1,250만 원

M10-R의 4,000만 화소는 처음엔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이카로 그렇게 높은 해상도가 필요할까?” 싶었죠. 그런데 막상 써보면, 그 말이 쏙 들어갑니다.

Summilux 35mm f/1.4로 찍은 인물 사진을 100% 확대해보면 속눈썹 한 올까지 보입니다. M9-P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디테일이에요. 크롭해도 2,000만 화소는 남으니, 구도를 나중에 바꾸는 여유도 생깁니다.

ISO 성능 차이는 훨씬 극적입니다. 예전엔 해 질 무렵이면 거의 촬영을 포기했는데, M10-R은 ISO 3200까지도 자주 활용합니다. 6400도 보정하면 충분히 쓸 만해요.

덕분에 촬영 가능한 시간대가 확 늘었습니다. 카페 실내, 저녁 거리, 골든아워 인물 촬영… M9-P 때는 조명 찾느라 헤맸던 상황들을 이제 자연광으로 해결합니다.

다이나믹 레인지도 체감이 큽니다. 창가에서 역광으로 인물 찍을 때, M9-P는 얼굴을 살리면 창밖이 날아갔고 창밖을 살리면 얼굴이 까맣게 됐습니다.
M10-R은 둘 다 살릴 수 있어요. 후보정 여유도 넓고요.

배터리는 작지만 실제론 큰 차이입니다. M9-P 쓸 땐 예비 배터리 포함해 두 개는 기본이었는데, M10-R은 하나로 하루 버팁니다. 200장 찍고도 30% 남아요.

📷 2. 여전히 불편한 것들

성능은 좋아졌지만, 레인지파인더의 근본적인 불편함은 여전합니다.

초점 맞추기의 불안감.
이건 정말 큽니다. 특히 Noctilux 50mm f/1.2 같은 초대광 렌즈를 쓸 때요. 피사계 심도가 워낙 얕아서 1mm만 어긋나도 초점이 나갑니다. 이중상을 맞춰도 100%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가까울수록 더 그렇죠. 1m 거리에서 f/1.2로 찍으면, 초점이 맞았는지 집에 와서 확인하기 전엔 몰라요. 그래서 결국 같은 구도로 몇 장씩 찍곤 합니다. 초점을 미세하게 바꿔가면서요. 비효율적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숲길 위에서 한 사람이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바라보는 모습. 초점이 약간 흐릿하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의 M10-R 촬영 사진.
녹티룩스 50mm로 찍은 사진인데, 초점이 정확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이 사진은, 그 미세한 차이 덕분에 오히려 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마음에 남더라고요.

어두운 곳의 한계.
저녁 식당이나 카페 같은 데선 뷰파인더가 거의 안 보입니다. 프레임 라인은 보이는데 피사체는 어둑해서 구도 잡기가 어렵죠. 라이브뷰를 켜면 해결되긴 하는데, 그럼 레인지파인더 쓰는 의미가 사라집니다.

접사 불가.
보통 70cm 이하에선 거리계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음식, 소품 사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요. 외장 EVF를 달면 해결되긴 하지만, 그럼 M의 단순함이 무너집니다.

50mm 이외의 초점거리 제약.
저는 주로 Summilux 35mm를, 가끔 Noctilux 50mm를 씁니다. 그런데 28mm 이하나 75mm 이상은 레인지파인더로 쓰기 불편합니다. 결국 50mm로 찍고 나중에 크롭하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4,000만 화소의 여유죠.

🎨 3. 그럼에도 계속 쓰는 이유

이렇게 불편한데 왜 쓰냐고요? 레인지파인더만이 줄 수 있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프레임 밖을 보는 경험.
레인지파인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찍히는 영역 밖의 상황까지 동시에 볼 수 있죠. 거리 스냅에서 이건 정말 큽니다. 피사체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예측할 수 있으니까요. 결정적 순간을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전통 한옥 마당에서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사진을 찍는 장면. 한쪽은 벤치에 앉아 있고, 다른 한쪽은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모습. 넓은 여백과 햇살이 조용한 분위기를 만드는 Leica M10-R 촬영 사진.
서로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던 순간이에요. 프레임 안보다, 그 너머의 공기가 더 기억에 남아요.

조용한 셔터.
M10-R의 셔터음은 “찰칵”보다 “촥”에 가깝습니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예요. 덕분에 사람 표정이 자연스럽습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거든요. 그게 거리 스냅의 생명입니다.

물리적 조작감.
M10-R은 버튼이 정말 단순합니다. 셔터, ISO 다이얼, 노출 보정 다이얼, 그리고 메뉴 버튼. 이게 전부죠. 셔터 스피드는 상단 다이얼로, 조리개는 렌즈에서 직접 조절합니다. 메뉴를 뒤적이지 않아도 손끝으로 모든 걸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그 감각이 참 좋아요. 디지털 카메라지만, 감성은 철저히 아날로그입니다.

집중의 강제.
레인지파인더는 빠르게 찍을 수 없습니다. 초점 맞추고, 구도 잡고, 노출 확인하고. 모든 과정이 ‘의식적인 행위’예요. 연사도 없고, 오토 브라케팅도 없습니다.
그래서 한 장 한 장에 집중하게 됩니다.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누르는 대신, “이 장면을 정말 남길 만한가”를 생각하게 되죠.

M9-P 5년, M10-R 1년. 총 6년 동안 레인지파인더를 쓰며 깨달은 건, 이 불편함이 오히려 사진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 4. 실제 사용 데이터로 보는 M10-R

지난 1년간 M10-R로 찍은 사진을 대략적으로 정리해봤습니다.

항목 수치 비고
총 촬영 매수 약 5,000장 정도 하루 평균 15장
가장 많이 쓴 렌즈 Summilux 35mm f/1.4 ASPH II 전체의 70% 이상
평균 ISO ISO 400~800 M9-P 대비 2배 높음
주 촬영 시간대 오후 2시~저녁 8시 골든아워 중심
초점 실패율 약 20% 정도 f/1.6 이하에서 25% 이상
주 촬영 장소 거리 스냅 70%, 실내 20%, 기타 10%

하루 20장 미만이면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레인지파인더 특성상, 신중하게 찍다 보면 그 정도가 딱 맞아요.

ISO 평균 800은 M9-P 시절의 두 배입니다. 센서 성능이 좋아지니 자연스레 ISO를 올리게 됐습니다. 덕분에 촬영 시간대가 훨씬 넓어졌죠.

초점 실패율 20%는 현실적인 수치보다 과한 편입니다. 제가 조금 높은 편인 것 같아요. f/1.6 이하에선 25%까지도 올라갑니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는 거예요.

🔄 5. M9-P와 M10-R, 어떤 사진이 달라졌나

스펙만 보면 M10-R이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M9-P의 색감.
CCD 센서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은 여전히 그립습니다. 특히 인물 피부톤은 정말 좋았어요. 후보정 거의 없이도 자연스러웠죠. M10-R은 색이 더 정확하고 깨끗하지만, 개인적으론 감성이 조금 덜하다는 생각입니다.

디테일의 양날의 검.
4,000만 화소는 디테일이 어마어마합니다. 머리카락, 옷감, 건물 질감까지 또렷하죠. 하지만 인물에선 이게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습니다. 피부 결, 모공, 잔주름… 너무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일부러 거리를 두고 찍거나, 가능한 부드럽게 처리할려고 합니다.

와인 저장고 안쪽, 벽면에 수백 개의 와인병이 정렬된 모습.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는 유리병과 벽돌 질감이 선명하게 표현된 Leica M10-R 촬영 사진.
와인병 하나하나에 빛이 닿는 걸 보고 놀랐어요. M10-R은 어둠 속에서도 이런 결을 놓치지 않아요. 조금 과할 만큼요.

저조도에서의 자유.
이건 확실히 M10-R의 압승입니다. 해 질 무렵 거리나 어두운 카페에서도 ISO 3200~6400으로 충분히 커버됩니다. 플래시 없이 자연광만으로도 작업이 가능하니까요. 촬영 스타일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M9-P 때는 해 있을 때만 나갔는데, 이제는 저녁 거리도 즐깁니다.

💰 6. 가격 대비 만족도

현재(2025년 11월) M10-R 중고가는 약 700만 원 정도입니다. 저도 중고로 구입했었고, 지금의 중고가와 큰 차이가 없네요.

M11 중고가 900만 원대임을 생각하면, M10-R 중고는 200만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선택입니다.

그래도 700만 원이면 적은 돈이 아니에요. 같은 돈이면 소니 a7R V에 렌즈 두세 개도 살 수 있죠.

하지만 M10-R을 사는 이유는 성능이 아닙니다. 레인지파인더라는 경험, 라이카라는 태도, 그리고 이 카메라가 강제하는 집중. 그 무형의 가치에 돈을 내는 겁니다.

1년 써보니 후회는 없습니다. 비싸지만, 저한테는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습니다.

카페 테이블 위에 놓인 Leica M10-R 카메라와 커피, 그리고 바게트 조각들. 부드러운 햇살 아래 일상의 여유와 카메라의 존재감이 함께 담긴 장면.
커피 한 잔 앞에서도 늘 옆에 있었던 M10-R이에요. 사진은 결국 이런 순간을 위해 있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M11의 6,000만 화소나 내장 메모리가 탐나지 않냐고요?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4,000만 화소도 이미 과하고, SD 카드 꽂는 것쯤은 불편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업그레이드를 단행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 200만 원 차이로 추가 렌즈 사는데 보태는 게 제겐 더 의미 있는 선택일 것 같아요.

🎬 마무리하며

M10-R과 함께한 1년은, ‘레인지파인더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술은 변했지만, 철학은 그대로입니다. 느리게, 신중하게, 의도를 가지고 찍는 것.

M9-P 5년, M10-R 1년을 지나며 배운 건 단 하나였습니다. 불편함이 사진을 더 진지하게 만든다는 것.

접사나 망원처럼 한계는 여전합니다. 그럴 땐 다른 카메라를 쓰면 됩니다.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태도니까요.

M10-R은 그걸 매번 상기시켜주는 카메라입니다. 아마 M9-P처럼 5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 함께할 것 같습니다.

레인지파인더와 보내는 시간은 느리지만… 그만큼 깊습니다.

다음엔 제가 사용 중인 최신 렌즈 Summilux 35mm f/1.4 ASPH II 를 비롯해, 라이카 M 렌즈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풀어 보려 합니다.

그때도 천천히, 진심을 담아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imilar Posts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