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Summilux 35mm ASPH II(11726)와 Summicron 35mm 4세대 보케킹(11310) 실물 및 박스 비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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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 35mm 렌즈 — 주미룩스 vs 보케킹(7매옥), 둘 다 써본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

📌 핵심 요약
  • ‘보케킹(7매옥)’이라 불리는 Summicron 35 4세대에서 현행 Summilux 35 ASPH II로 넘어온 실제 사용 경험입니다.
  • 단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올드 렌즈의 개성에서 현대 광학의 정돈된 표현으로 이동한 이야기입니다.
  • 교체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보케킹의 화려함보다 Summilux의 부드럽고 정리된 보케가 더 원해졌습니다.
  • 지금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Summilux 35mm를 고르겠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답은 아닙니다.

라이카 35mm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이 질문 앞에 섭니다. Summicron으로 갈 것인가, Summilux로 갈 것인가. 그런데 이 질문 안에는 또 하나의 선택이 숨어 있습니다. Summicron이라면 Pre-ASPH 4세대로 갈 것인가, 현행 ASPH로 갈 것인가. 이 선택만으로도 얘기가 길어집니다.

저는 Summicron 35 4세대, 일명 ‘보케킹(King of Bokeh)’를 먼저 썼습니다. 그리고 현행 Summilux 35 ASPH II로 넘어왔습니다. 동시 비교 테스트가 아닙니다. 각각을 실제 메인 렌즈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라이카 35mm 렌즈 스펙 비교 — 보케킹(7매옥) vs Summilux 35

헤더 라벨 Summicron 35 f/2 4세대 (11310, Pre-ASPH) Summilux 35 f/1.4 ASPH II (현행)
별칭 보케킹(King of Bokeh), 7매옥 현행 룩스
최대 조리개 f/2.0 f/1.4
렌즈 구성 7군 5조 (Pre-ASPH) 9군 5조 (ASPH, FLE)
무게 약 160g 약 320g
필터경 E39 E46
최단 촬영거리 0.7m 0.7m (RF) / 0.4m (Live View)
조리개 날 수 10매 11매
생산 시기 1979~1996년 2022년~ 현행
보케 성향 화려하고 소용돌이치는 올드 감성 부드럽고 정돈되어 녹아내리는 현대적 보케
중고가 (참고) 약 250~400만 원대 약 600~750만 원대
신품가 (참고) 단종 (중고 시장 존재) 약 900만 원대

모바일에서는 표를 좌우로 밀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작성 시점 기준) 가격은 매장과 시기에 따라 변동됩니다. 구매 전 현재 시세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숫자만 보면 1스톱 차이입니다. 그런데 이 두 렌즈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1스톱이 아닙니다. 무게는 두 배, 광학 설계는 40년의 세대 차이, 보케의 성격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 보케킹(7매옥)에서 Summilux 35로 넘어간 이유

거창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4세대 Summicron, King of Bokeh라는 별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닙니다. 이 렌즈의 보케는 화려합니다. 배경이 단순히 흐려지는 게 아니라 소용돌이치듯 회전하고, 빛 덩어리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뭉칩니다. Pre-ASPH 특유의 올드한 감성이 사진에 그대로 얹힙니다. 이 렌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통제되지 않은 느낌’을 위해 씁니다.

그런데 저는 그 화려함이 점점 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라이카를 오래 쓰다 보면 오히려 배경이 얌전하게 정돈되는 쪽을 원하게 되는 시기가 옵니다. 피사체 하나가 또렷하게 서고, 나머지는 말끔하게 녹아내리는 그림. 4세대 크론의 보케는 그 장면에서 주인공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현행 Summilux의 부드럽고 정돈된 보케가 갖고 싶어졌습니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갖고 싶어서. 업그레이드 욕심이 이겼습니다. 라이카를 쓰다 보면 한 번쯤 오는 그 욕심이죠.

📐 Summilux 35 vs 보케킹(7매옥) — 크기와 무게 체감 차이

무게 차이는 160g입니다. 두 배입니다. 수치로 보면 상당한 차이인데, Summilux로 바꾼 뒤 무겁다고 느낀 적은 솔직히 없습니다. M10-R 바디 자체가 이미 적당한 무게감이 있어서인지, Summilux가 올라가도 오히려 밸런스가 더 잘 잡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무게 자체보다 체감 차이는 밸런스에서 옵니다. 4세대 크론은 바디와 하나처럼 느껴집니다. M10-R에 물렸을 때 비율이 자연스럽고, 라이카 특유의 절제된 외형이 가장 잘 살아납니다. 160g짜리 렌즈를 달고 나가면 ‘카메라를 들고 나간다’는 느낌보다 ‘산책을 나간다’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Summilux는 렌즈가 조금 더 존재감을 갖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인식이 더 또렷해집니다.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가볍고 눈에 띄지 않는 라이카’를 원한다면 4세대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 Summilux 35로 바꾸고 달라진 점 — 보케·야간·여행 촬영

교체 후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건 보케였습니다.

실내 카페에서 처음 f/1.4를 열었을 때, 배경이 정돈되어 녹아들었습니다. 4세대로 같은 공간에서 찍을 때는 배경에 독특한 회오리 느낌이 들어오곤 했는데, Summilux는 달랐습니다. 주인공만 남고 나머지는 조용히 사라지는 그림. 원하던 바로 그 느낌이었습니다.

야간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f/1.4 개방에서 Summilux 35가 배경 빛을 처리하는 방식은 현대적이고 정교합니다. 빛 덩어리들이 균일하고 부드럽게 뭉칩니다. 4세대의 개성 강한 빛 처리와는 방향이 다릅니다. 어느 쪽이 낫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제가 원하던 방향은 이쪽이었습니다.

라이카 Summilux 35mm ASPH II로 촬영한 서울 가빛섬 야경 — 수면에 반사된 컬러 조명과 고층빌딩
Summilux 35mm, f/1.4. 서울 가빛섬. 복잡한 조명이 뒤섞인 야간 장면에서 저조도 여유가 체감됩니다.

저조도 상황에서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f/2.0과 f/1.4 차이가 체감으로 가장 크게 나타나는 건 ISO 선택의 여유입니다. 4세대를 쓸 때는 실내에서 ISO를 어디까지 올릴지 항상 계산이 먼저였습니다. Summilux로 넘어온 뒤에는 그 계산이 줄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진이 더 많아졌습니다.

여행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낮 시간 위주 일정에서는 4세대의 가볍고 작은 조합이 더 편합니다. 반대로 저녁까지 이어지는 일정에서는 Summilux가 훨씬 자유롭습니다. 실제로 여행 사진을 돌아보면, 야간 촬영 비중이 높은 날일수록 Summilux 컷이 훨씬 많았습니다.

⚖️ 그래도 보케킹(7매옥)이 그리운 순간들

Summilux가 모든 상황에서 낫냐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거리 스냅을 나갈 때 4세대가 그립습니다.

거리 스냅은 빠르게 움직이고 빠르게 찍습니다. 조리개를 어느 정도 조이고 하이퍼포컬로 세팅해서, 생각보다 먼저 셔터를 누르는 방식입니다. 이 상황에서 Summilux의 f/1.4 얕은 심도는 장점이 되지 않습니다. f/5.6~f/8로 조인 상태라면 두 렌즈 사이 결과물 차이는 거의 없고, 오히려 4세대의 가벼움과 바디와 녹아드는 그 크기가 훨씬 유리합니다.

라이카 Summicron 35mm 4세대(보케킹)로 촬영한 대구 달구벌대종각 가을 풍경
Summicron 35mm 4세대(보케킹), 대구 달구벌대종각. 160g의 가벼움이 만드는 스냅의 자유로움.

160g짜리 렌즈를 달고 거리를 걸을 때의 그 자유로움은 Summilux로는 대체되지 않습니다. 눈에 덜 띄고, 덜 거추장스럽고, 카메라가 아니라 그냥 들고 다니는 물건 같은 느낌. 그게 4세대 크론의 진짜 장점입니다.

🤔 라이카 35mm 렌즈 선택 기준 — Summilux 35 vs 보케킹 정리

두 렌즈를 모두 써본 뒤 정리한 기준입니다.

Summicron 35 4세대가 맞는 경우는 이렇습니다. 거리 스냅, 낮 시간 실외 위주 촬영이 주를 이룰 때. 올드 렌즈 특유의 개성 있는 보케와 화려한 감성을 원할 때. 최대한 가볍고 눈에 띄지 않는 조합을 원할 때. 현행 렌즈 대비 절반의 가격에 충분한 만족을 찾을 수 있을 때.

Summilux 35 ASPH II가 맞는 경우는 반대입니다. 실내, 야간, 저조도 촬영 비중이 높을 때. 보케는 화려하기보다 정돈되고 매끄럽게 녹아내리는 쪽을 원할 때. 0.4m 근접 촬영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때. 4세대 크론으로 찍으면서 ‘배경이 너무 개성이 강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 때.

저는 마지막 이유로 넘어왔고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거리 스냅을 나갈 때마다 4세대의 그 가벼움과 조용한 존재감이 그립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둘 다 갖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4세대는 특유의 올드 감성과 가벼움으로, 현행 룩스는 현대 광학의 완성도로. 용도가 겹치지 않습니다. 이게 라이카의 함정이기도 하고, 매력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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