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미룩스와 녹티룩스, 극한의 밝기를 향한 도전
라이카 M 렌즈 완전 정복 시리즈 | 시즌 1: 역사와 기술 (2/5)
밤 공기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잔잔하게 떠 있었고, 무대 위 조명이 도시 속으로 번져 내려왔습니다. 그 한복판에서 저는 M10-R에 녹티룩스 50mm f/1.2를 물려 들고 서 있었죠.
조명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거리였지만, 사실상 실내 조명에 가까운 어둠이었습니다. 그런데 f/1.2로 열어두는 순간, 가로등과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빛만으로도 피사체가 또렷하게 떠오르더라고요. ISO를 올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게 가능한 거였구나.”
녹티룩스를 처음 개방으로 사용했을 때의 그 놀라움이 다시 떠오른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질문도 따라왔습니다.
도대체 이런 렌즈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1950년대에 f/2.0만 해도 ‘빛의 혁명’이었는데, 어떻게 f/1.4를 넘어서 f/1.2, 나아가 f/0.95라는 세계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까?
지난 편에서는 엘마와 주미크론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그 다음 단계— 라이카가 ‘더 밝은 렌즈’를 향해 도전했던 시절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려고 합니다.
🌙 1. 왜 더 밝은 렌즈가 필요했을까?
1950년대 중반, 주미크론 f/2.0은 이미 성공적인 렌즈였습니다. 사진가들은 만족했죠.
하지만 현장은 달랐습니다.

포토저널리스트들은 실내 촬영이 많았습니다. 전쟁터, 공장, 극장, 술집. 어두운 곳에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야 했죠. 당시 필름 감도는 ISO 100~400 정도였습니다. f/2.0으로는 부족했어요.
플래시를 터트리면? 순간이 깨집니다. 자연스러운 장면이 연출된 장면으로 바뀌죠. 포토저널리즘의 원칙에도 어긋나고요.
‘더 밝은 렌즈가 절실했습니다.’
라이카는 고민했습니다. f/1.4 렌즈를 만들 수 있을까? 주미크론의 화질을 유지하면서요?
여기서 문제가 나타납니다.
밝기와 화질, 둘 다 잡기는 어렵다
렌즈를 밝게 만드는 건 단순합니다. 조리개를 크게 열면 됩니다.
하지만 조리개를 열면 ‘수차(aberration)’가 증가합니다. 빛이 렌즈를 지나며 왜곡되고, 색이 번지고, 선명도가 떨어지죠.
특히 구면수차(spherical aberration)와 코마수차(coma)가 문제였습니다. 개방 조리개에서 중심부는 괜찮은데 주변부가 흐릿해지거나, 점광원이 혜성 모양으로 번지는 현상이죠.
라이카의 광학 설계팀은 해결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더 많은 렌즈 매수를 사용하거나, 특수 유리를 쓰거나, 설계 구조 자체를 바꾸거나.
그리고 1959년, 답이 나왔습니다.
🚀 2. 주미룩스 50mm f/1.4의 탄생
1959년 출시된 ‘Summilux 50mm f/1.4’는 라이카 M 렌즈 역사의 전환점이었습니다.

“Summilux”라는 이름의 의미
주미룩스(Summilux). 이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Summum(최고) + Lux(빛)’의 조합이죠. “최고의 빛을 담는 렌즈”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당시 f/1.4는 35mm 카메라용 렌즈로는 극한의 밝기였습니다.
7매 5군 더블 가우스 설계
주미룩스는 7매 5군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주미크론의 7매 6군과 비슷하지만, 조리개를 한 스톱 더 밝게 하면서도 수차를 억제하기 위해 렌즈 배치를 최적화했죠.
핵심은 ‘대칭형 더블 가우스 구조’였습니다. 조리개를 중심으로 앞뒤 렌즈군이 대칭을 이루면서 수차를 서로 상쇄시키는 원리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광학 전문가가 아닙니다. 더블 가우스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 수식까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결과는 확실히 알 수 있어요.
‘개방 f/1.4에서도 놀라운 해상력을 보였습니다.’
실전 투입, 그리고 신화의 시작
주미룩스는 곧 포토저널리스트들의 필수 장비가 됐습니다.
1950~60년대는 포토저널리즘의 전성기였습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유진 스미스 같은 사진가들이 라이카 M과 밝은 표준렌즈를 들고 전쟁터와 공장, 술집과 극장을 뛰어다니던 시대죠.
실내, 지하철, 밤거리. f/1.4 덕분에 불가능했던 장면들이 가능해졌습니다.
저도 예전에 주미룩스 35mm f/1.4 II를 처음 샀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카페 안에서 사진을 찍는데, 플래시 없이도 자연광만으로 충분하더라고요. ISO 800 정도면 됐으니까요.
🌌 3. 녹티룩스의 시작, f/1.2 ASPH
주미룩스가 성공하자, 라이카는 더 극단적인 목표를 세웁니다.
‘f/1.2 렌즈.’
1966년, ‘Noctilux 50mm f/1.2 ASPH’가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Noctilux”의 의미
녹티룩스(Noctilux). 이 이름은 정말 직관적입니다.
밤을 뜻하는 ‘Noctu’와 빛을 뜻하는 ‘Lux’를 합친 이름입니다. “밤을 비추는 빛”이라는 뜻이죠.
실제로 녹티룩스는 밤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렌즈였습니다. f/1.2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밝기였어요.
비구면 렌즈의 도전
f/1.2를 만드는 건 f/1.4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조리개가 커질수록 수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단순히 렌즈를 더 추가한다고 해결되지 않았죠.
라이카는 혁신적인 방법을 썼습니다. ‘비구면 렌즈(Aspherical lens)’ 기술이었죠.
일반 렌즈는 구면(spherical) 형태입니다. 비구면은 곡률이 일정하지 않아요. 구면수차를 효과적으로 보정할 수 있죠. 하지만 1960년대엔 비구면 렌즈 제작이 극도로 어려웠습니다.
최초의 Noctilux 50mm f/1.2 ASPH는 ‘6매 4군’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매수는 적지만, 두 장의 비구면 렌즈가 들어가면서 각 렌즈의 정밀도가 극도로 높았죠.
f/1.2의 독특한 렌더링
녹티룩스 f/1.2를 개방으로 쓰면 독특한 화질이 나옵니다.
‘중심부는 날카롭지만, 주변부는 부드럽게 녹아내립니다.’
그리고 이 렌즈의 대표적 특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회오리 보케(swirl bokeh)’죠.
비구면 렌즈의 특성과 주변부 광량저하가 만나면서, 배경이 중심에서 바깥으로 회오리치듯 흐르는 보케가 나타납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 독특한 렌더링 때문에 오리지널 f/1.2는 지금도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죠.
🔄 4. 녹티룩스의 전환, f/1.0 시대
1975년, 라이카는 새로운 선택을 했습니다.
비구면 렌즈를 포기하는 대신, 특수 고굴절 유리로 설계한 ‘Noctilux-M 50mm f/1.0’을 내놓은 겁니다.

f/1.2보다 반 스톱 더 밝아졌습니다.
왜 비구면을 버렸을까?
1960년대 비구면 렌즈 제작은 너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생산성도 떨어졌죠.
대신 라이카는 새로운 고굴절 저분산 유리를 사용해 구면 렌즈만으로 f/1.0을 구현했습니다. 비구면 렌즈 없이도 수차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었던 거죠.
이 f/1.0 버전은 2008년까지 무려 30년 넘게 생산됐습니다. 녹티룩스의 상징이 된 모델이죠.
f/1.0의 부드러운 렌더링
f/1.0 녹티룩스는 개방에서 매우 부드러운 화질을 보여줍니다.
f/1.2보다 더 부드럽죠. 조리개를 f/2.0 정도로 조여야 전체적으로 날카로워집니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매우 부드러운 보케가 특징입니다. 오리지널 f/1.2 버전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회오리 보케는 f/1.0에서도 조건에 따라 약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대표적 성향은 아닙니다. 대신 글로우와 부드러운 구면수차가 만드는 음영이 이 렌즈의 진짜 매력이죠.
‘라이카 룩’이라 불리는 감성의 상당 부분이 이 녹티룩스 f/1.0에서 나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 5. 현대의 극한, f/0.95 ASPH
2008년, 라이카는 다시 한 번 극한에 도전했습니다.
‘Noctilux-M 50mm f/0.95 ASPH’

f/0.95. 상용 렌즈 중 가장 밝은 조리개 값 중 하나입니다.
비구면 렌즈의 귀환
40년 만에 비구면 기술이 돌아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 비구면 렌즈 제작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거든요.
‘8매 5군’ 구조에 비구면 렌즈와 특수 유리를 아낌없이 넣었습니다. 덕분에 개방 f/0.95에서도 놀라운 해상력을 보여줍니다.
1966년 f/1.2 ASPH의 부드러운 개방 화질과 달리, 현행 f/0.95는 개방부터 중심부가 매우 날카롭습니다. 광학 기술의 발전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죠.
회오리 보케는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현대적이고 깨끗한 보케 성향이에요.
f/0.95의 실용성 논란
솔직히 물어보겠습니다. f/0.95가 정말 필요할까요?
심도가 너무 얕아서 초점 맞추기 어렵다고 합니다. 눈에 초점 맞추면 코가 흐려질 정도죠. 실수로 조금만 움직여도 초점이 빗나간다고 하더라고요.
가격도 부담스럽습니다. 신품 기준으로 2천만 원 안팎이니, 렌즈 하나 가격이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녹티룩스를 찾는 이유는 뭘까요?
제 생각엔 ‘극한의 경험’ 때문인 것 같습니다.
f/0.95는 실용성을 넘어선 영역입니다.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는 렌즈죠. 그리고 그 극한의 조리개로 찍었을 때 나오는 독특한 화질, 그 경험 자체에 가치를 두는 겁니다.
📊 6. 주미룩스 vs 녹티룩스, 뭐가 다를까?
네 개의 렌즈 차이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 구분 | Summilux 50mm f/1.4 | Noctilux 50mm f/1.2 | Noctilux 50mm f/1.0 | Noctilux 50mm f/0.95 |
|---|---|---|---|---|
| 출시 연도 | 1959년 | 1966년 (초기) / 2021년 (리이슈) | 1975년 | 2008년 |
| 광학 구조 | 7매 5군 | 6매 4군 (초기) | 6매 4군 | 8매 5군 |
| 무게 | 약 335g | 약 450g | 약 580g | 약 700g |
| 최소 초점거리 | 1m | 1m | 1m | 1m |
| 특징 | 균형 잡힌 밝기와 화질 | 부드러운 개방, 회오리 보케 | 몽환적 글로우, 부드러운 렌더링 | 극한의 밝기, 현대적 선명도 |
| 가격대 | 중고 200~300만 원 | 중고 500~700만 원(리이슈 기준) | 중고 400~600만 원 | 중고 1,500~1,800만 원 (신품 2천만 원 안팎) |
※ 가격은 시기와 상태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주미룩스는 ‘실용적인 고속 렌즈’입니다. f/1.4면 웬만한 상황에서 다 쓸 수 있거든요. 크기도 적당하고요.
녹티룩스는 ‘특수 목적 렌즈’입니다. 극한의 저조도나, 극한의 얕은 심도가 필요할 때 쓰는 거죠. 일상용으로는 과합니다. (하지만 저는 특수 목적도 없는데 녹티를 가지고 있네요😅)
그래서 많은 M 유저들이 “일상은 주미크론 f/2.0, 특별한 순간엔 주미룩스 f/1.4″라는 조합을 선호합니다.
🎨 7. 35mm 화각의 고속 렌즈들
50mm만 밝은 렌즈가 있는 건 아닙니다. 35mm 화각도 비슷한 진화 과정을 거쳤죠.
Summilux 35mm f/1.4
1960년에 첫 출시된 이후, 여러 세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Summilux 35mm f/1.4 ASPH II (2세대 FLE)’를 씁니다. 2022년에 나온 모델이죠.

f/1.4 개방부터 정말 날카롭습니다. 50mm 녹티룩스처럼 개방이 부드럽지 않아요. 개방부터 쓸 수 있는 렌즈죠.
비구면 렌즈 덕분인 것 같습니다. 35mm 화각에서 f/1.4를 구현하면서도 수차를 잘 잡았거든요.
제가 이 렌즈를 가장 많이 씁니다. 스냅 촬영할 때 35mm 화각이 편하거든요. 넓지도 좁지도 않고, 딱 내가 보는 시야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Summicron 35mm f/2.0
35mm에도 주미크론이 있습니다. f/2.0 버전이죠.
저는 예전에 ‘Summicron 35mm f/2.0 (4세대)’를 썼습니다. M9-P 시절에요.
주미룩스보다 한 스톱 어둡지만, 훨씬 작고 가볍습니다. 무게가 200g대죠. 주미룩스는 300g이 넘으니까 차이가 느껴집니다.
화질도 뛰어났습니다. f/2.0 개방부터 날카로웠고, f/2.8로 조이면 완벽에 가까웠죠.
지금은 주미룩스를 쓰지만, 가끔 그 가벼운 주미크론이 그립습니다.
🔍 8. 밝은 렌즈의 광학적 도전 과제
왜 밝은 렌즈를 만들기 어려울까요?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차의 증가
조리개가 클수록 빛이 렌즈 주변부를 많이 통과합니다. 문제는 렌즈 가장자리로 갈수록 빛의 굴절이 불규칙해진다는 거죠.
‘구면수차(Spherical Aberration)’
- 렌즈 중심과 주변부를 통과한 빛이 한 점에 모이지 않는 현상
- 개방 조리개에서 이미지가 부드럽게 보이는 주원인
‘코마수차(Coma)’
- 점광원이 혜성 모양으로 번지는 현상
- 야경 촬영 시 가로등이나 별이 날개처럼 퍼져 보임
‘색수차(Chromatic Aberration)’
- 파장에 따라 빛의 굴절률이 달라 색이 번지는 현상
- 고대비 부분에서 자주색이나 녹색 fringing 발생
해결 방법
- ‘비구면 렌즈 사용’
- 구면수차를 효과적으로 보정
- 제작 난이도와 비용이 높음
- ‘특수 유리 소재’
- 고굴절 저분산 유리 사용
- 색수차 감소
- ‘렌즈 매수 증가’
- 각 렌즈가 수차를 분담
- 무게와 크기 증가
- ‘정밀한 렌즈 배치’
- 대칭형 구조로 수차 상쇄
- 설계 난이도 상승
라이카는 이 모든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그래서 녹티룩스 같은 렌즈가 비싼 거죠.
💭 9. 고속 렌즈, 정말 필요한가?
요즘 카메라는 고감도 성능이 좋습니다. ISO 3200도 깨끗하게 나오죠. 그럼 굳이 f/1.4나 f/0.95 같은 밝은 렌즈가 필요할까요?
저조도 촬영의 이점
물론 ISO를 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f/1.4와 ISO 3200으로 찍는 것과, f/2.8에 ISO 6400으로 찍는 건 다릅니다.
노이즈가 다르죠. 디테일도 다르고요.
그리고 뷰파인더 밝기도 차이가 납니다. M10-R은 레인지파인더니까 광학식 뷰파인더를 쓰는데, 밝은 렌즈를 달면 뷰파인더도 밝아져요. 프레이밍하기 편합니다.
얕은 심도의 표현력
밝은 렌즈의 진짜 매력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한 번에 바꿔버리는 얕은 심도에 있습니다. f/1.4로 열어두면, 눈앞의 한 포인트만 또렷하게 남기고 배경은 부드럽게 녹아내리죠.

저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테스트 샷을 자주 찍습니다. 트리의 조명이나 빈티지 가구처럼 주변 요소들이 보케로 흩어지면, 평범한 공간도 확 따뜻해지더라고요. 사진 속 이야기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기억에 가까운 느낌으로 남는 거죠.
이런 표현은 인물뿐 아니라 정물, 공간, 분위기 사진에서도 강력합니다. 복잡한 배경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내가 바라본 ‘초점의 순간’만 또렷하게 살아남으니까요.
보케의 아름다움
밝은 렌즈는 보케가 부드럽습니다. 특히 오리지널 녹티룩스 f/1.2의 회오리 보케는 정말 독특하죠.
현행 f/0.95는 그런 특성은 없지만, 대신 매우 깨끗하고 부드러운 현대적 보케를 보여줍니다.
실내나 창가에서 촬영할 때 배경이 자연스럽게 번지는 게 예쁘더라고요.
📸 10. 실제 사용 경험: 녹티룩스 50mm f/1.2
제가 쓰는 녹티룩스 50mm f/1.2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처음 샀을 때
2023년에 중고로 샀습니다. 가격이 부담스러웠지만, “한번 써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질렀죠.
현행 녹티룩스 50mm f/1.2 리이슈 모델입니다. 2022년에 복각된 버전이에요.

처음 M9-P에 물려봤을 때 느낌이 묵직했습니다. 450g 정도니까 꽤 무겁죠. 주미룩스 35mm(320g)보다 확실히 무거웠어요.
하지만 외관은 아름다웠습니다. 은색 경통에 새겨진 “Noctilux” 글씨. 소유하는 것만으로 만족감이 있더라고요.
개방 f/1.2의 세계
처음 f/1.2로 찍었을 때 당황했습니다.

초점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레인지파인더로 초점 잡는데, 살짝만 움직여도 초점이 빗나가요. 심도가 정말 얕아서요.
눈에 초점 맞추면 귀가 흐립니다. 코도 약간 흐려질 정도예요.
처음엔 “이거 불량품 아니야?” 싶었습니다. 하지만 f/2.8로 조이니까 전체가 날카로워지더라고요. 렌즈 자체는 문제없었던 거죠.
개방 화질이 부드러운 게 이 렌즈의 특성이었던 겁니다.
언제 쓰는가?
2년 정도 사용하면서 이렇게 쓰게 됐습니다:
- ‘실내 자연광 촬영’: f/1.2~f/1.4 개방
- ‘인물 (실내)’: f/2.0~f/2.8
- ‘풍경, 스냅’: f/5.6~f/8
개방은 정말 특별한 순간에만 씁니다. 실내에서 분위기 있는 사진 찍고 싶을 때, 또는 보케를 극대화하고 싶을 때요.
일상 스냅은 보통 f/2.8 이상으로 조여서 찍습니다. 그래야 실수 없이 찍히거든요.
🌟 11. 주미룩스와 녹티룩스, 각자의 영역
결론적으로, 두 렌즈는 다른 목적으로 존재합니다.
‘주미룩스 f/1.4’
- 실용적인 고속 렌즈
- 일상 사용에 적합
- 가격, 무게, 성능의 균형
- 추천 대상: 첫 고속 렌즈를 찾는 분
‘녹티룩스 f/1.2 / f/1.0 / f/0.95’
- 극한의 밝기와 표현력
- 특수 목적 렌즈
- 독특한 렌더링
- 추천 대상: 경험을 추구하는 분
저는 주미룩스 35mm를 일상용으로, 녹티룩스 50mm를 특별용으로 씁니다.
만약 하나만 고르라면? 주미룩스를 고를 겁니다. 더 자주 쓰니까요.
하지만 녹티룩스를 포기할 순 없습니다. 가끔 개방 f/1.2로 찍는 그 경험이 주는 희열이 있거든요.
🔮 다음 이야기는?
주미룩스와 녹티룩스로 밝은 렌즈의 정점을 찍은 라이카는, 이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더 밝게가 아니라, ‘더 완벽하게’.
다음 편에서는 ‘ASPH(비구면) 렌즈의 혁명’을 다룰 예정입니다.
비구면 렌즈는 어떻게 M 렌즈의 화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까요? 1960년대에는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던 기술이, 어떻게 2000년대 들어 표준이 됐을까요?
그리고 제가 쓰는 주미룩스 35mm f/1.4 ASPH는 이전 세대와 뭐가 다를까요?
다음 편에서 함께 알아보시죠.
👉 ‘3편 읽기: ASPH 렌즈의 혁명, 광학적 완벽을 향하여’
📚 시리즈 전체 보기
‘시즌 1: 역사와 기술’
- ✅ 1편: 엘마와 주미크론의 시작
- ✅ 2편: 주미룩스와 녹티룩스, 극한의 밝기를 향한 도전 ‘(현재 글)’
- 3편: ASPH 렌즈의 혁명, 광학적 완벽을 향하여
- 4편: M 렌즈 디자인 철학, 기능과 미학의 조화
- 5편: 디지털 시대의 M 렌즈, 과거와 현재의 연결
‘시즌 2: 화각별 분석’ (8편)
‘시즌 3: 관리와 구매’ (4편)
‘시즌 4: 철학과 생각’ (3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