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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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와 함께 한 부산여행] 부산현대미술관 ‘열 개의 눈’ 전시 방문 후기

안녕하세요.
여행과 감성 취미를 정보로 전하는 TACO입니다.

라이카와 함께 부산 여행 중, 사전 계획 없이 우연히 들르게 된 부산현대미술관.
생각보다 더 넓고, 더 고요한 공간이었습니다.
도시의 북적임과는 거리를 두고, 그 안에서는 천천히 걷는 일마저 하나의 감상이 되는 분위기였죠.

열 개의 눈 기획전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기획전 **열 개의 눈**이 한창이었습니다.
2025년 5월 3일부터 9월 7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시각 예술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시선을 탐색하는 꽤 흥미로운 주제의 기획이었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들렀던 만큼 더 자유로운 시선으로, 더 넓은 호흡으로 공간과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외관부터 내부 전시장,
그리고 ‘열 개의 눈’ 전시에서 인상 깊었던 몇 장면들을 중심으로 이 미술관의 매력을 짧게나마 정리해보려 합니다.

🎨 특징 및 공간 구성

  • 낙동강 하구 생태공원 인근에 위치해,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독특한 입지 조건.
  •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건축물로 설계되어 실내도 차분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
  • 3개의 주요 전시실과 영상실, 어린이 공간, 북라운지, 카페 등을 갖춘 복합 문화예술 공간
  •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다양성을 담아내는 전시가 주를 이루며, 지역성과 동시대성을 연결하는 기획에 강점

🌿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외관

미술관의 첫인상은 녹색 식물로 가득한 벽면이었습니다. 도심과는 또 다른 분위기 속, 차분한 미술관의 시작점을 알리는 멋진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방문 당시 6월 15일까지 진행되었던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_초록 전율>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가능성과 역할을 탐색하는 새로운 시도였고,
설치, 영상, 퍼포먼스, 사운드아트 등이 결합된 다채로운 작업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 모던하고 개방적인 내부 공간

건물 내부로 들어서니, 외관에서 느껴졌던 모던함이 실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넓고 개방적인 전시홀입니다.

천정이 높고 채광이 풍부해 자연광 속에서도 작품들이 잘 어우러지는 구조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출입구 근처에는 굿즈 숍과 자료관 공간이 함께 마련되어 있었고, 더 안쪽의 오픈된 공간에는 관람객의 동선에 맞춰 작품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기보다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더군요.

🗨 ‘열 개의 눈’ 기획전, 새로운 감각을 찾아서

이제 현대사회의 복잡성, 다양성을 다양한 감각으로 탐구하는 ‘열 개의 눈’ 기획전시장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열 개의 눈’ 기획전은 ‘의자’를 비유로 설명합니다.

“다리가 네 개인 의자가 있다. 대부분이 의자에서 다리 하나가 빠지면 기울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리가 세 개여도 넘어지지 않는 의자가 있다. 균형을 잡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처럼 ‘열 개의 눈’은 세 개의 의자 다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감각에 관한 전시이다.”

이 설명처럼,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열어주는 전시과 바로 ‘열 개의 눈’ 기획전입니다.

1. 강렬한 시선의 교차: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 & 라파엘 드 그루트 & 김은설

전시장 내부를 둘러보다 보면, 시선을 강하게 끄는 설치물과 회화가 나란히 구성된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선명한 색감의 인물화들이 일렬로 걸려 있는데, 각 작품마다 시선의 방향이나 얼굴의 각도가 미묘하게 달라, 작품이 아닌 ‘작품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 시선의 대상이 되는 듯한 기분을 주더군요.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 작품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는 시각과 청각 장애를 가진 미국 현대 미술가입니다.

그녀의 ‘E.L.G 가족 아카이브’는 촉각적 요소와 입체적인 구성으로 관람객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장애와 예술, 가족과 기억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달합니다.

라파엘 드 그루트의 작품 ’기다림‘

라파엘 드 그루트의 작품 ‘기다림’은 일상의 순간과 인간 내면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설치 작업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익명의 실루엣들과 마주하며, 정지된 시간, 긴장, 기대, 고요한 감정들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코너라 할 수 있습니다.

김은설의 작품 ‘잔상 덩어리’

김은설의 작품 잔상 덩어리는 시선과 기억, 감각의 경계에 놓인 이미지의 흔적을 다루는 회화입니다.

멀리서 보면 선명한 인물 같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형체는 흐려지고 색감은 감정처럼 밀려오며 관람자마다 서로 다른 해석을 이끌어냅니다.

2. 일상 속 새로운 시도: 라움콘

라움콘의 작품 ‘한 손 젓가락, 숟가락, 그리고 포크’

라움콘의 작품 한 손 젓가락, 숟가락, 그리고 포크는 신체의 다양성과 일상 도구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한 디자인 기반의 설치 작업입니다.

한 손만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식사 도구 세트로, 새로운 그립(grip)과 구조를 통해 한 손으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라움콘 & 피네건의 벤치, 실제 작품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앉을 수 있는 휴식공간

전시 관람으로 지칠 때쯤 만날 수 있는 ‘라움콘 & 피네건의 벤치’!

**우리 여기서 환영받는 거 맞죠, 아닌가요?**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누구나 앉을 수 있는 휴식 공간입니다. 힘들면 편하게 앉으셔도 되요^^

3. 감각을 따라 걷는 여정의 끝

다시 만난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의 또 다른 작품 **진정한 사랑은 결국 당신을 찾을 것이다**는 그녀의 안내견 ‘런던(London)’과의 유대와 이별, 그리고 그 감정의 여운이 바탕에 깔려 있어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리고 전시실에서 보는 마지막 작품인 **감각을 따라 걷기**는 사전 워크숍에서 채집했던 을숙도 일대의 소리를 시각적 구조물로 만든 것입니다. 만지면 채집했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구조물 표면의 도형은 물소리와 같은 소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 공간이 던지는 질문: 미술관을 나서며

유리창에 그려진 드로잉 텍스트와 일러스트 모습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장 내부에서 바깥 출입구 방향을 향해 바라본 장면인데, 유리창에 직접 그려진 드로잉 텍스트와 일러스트가 아주 인상적이더군요.

단순한 텍스트 낙서처럼 보이지만, 관객이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에서 나가기 직전 마주하게 되는 환경과 인간 소비에 대한 질문이라고 합니다.

🌳 예술과 자연의 조화, 야외 정원

미술관 야외로 나오니, 관람객이 전시 이후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열린 정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간단한 테이블과 의자 세트가 마련되어 있어, 가벼운 간식이나 커피 한 잔을 즐기기에 좋은 구조로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하늘 위로 한 대의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 미술관이 김해공항 근처에 위치해 있어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답니다.

✨ 무심코 들렀지만 오래 남는 감동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만난 ‘열 개의 눈’ 전시는 도시를 바라보는 열 개의 시선처럼, 작품 하나하나가 가진 개성과 서사는 다르지만 그 모두가 ‘지금, 여기, 우리’라는 공통된 맥락을 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도시 보고서이자 내면 여행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심코 들렀지만 오래 남는, 예상 밖의 순간이 주는 감동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부산의 끝자락, 을숙도 생태공원 곁 조용히 자신만의 호흡으로 서 있는 이 미술관은 다음 부산 여행에서도 다른 전시회를 통해 꼭 다시 한 번 들러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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