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의 역사와 광학 기술의 서막 [라이카 특별 시리즈 3편]
안녕하세요, 사진과 감성을 기록하는 TACO입니다.
드디어 3편이군요.
이번 [라이카 특별 시리즈 3편]에서는 라이카의 역사와 광학 기술의 서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2편(보러가기)에서는 캐논의 든든함을 뒤로하고 새로운 감성을 찾아 나섰던 여정 끝에서, 마침내 라이카와 마주하게 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수동 렌즈의 초점링을 손으로 돌릴 때 느껴지는 그 묵직한 감각은 단순히 ‘불편함’이 아닌, 사진이라는 예술과 교감하는 하나의 ‘과정’이자 즐거움이었지요.
그렇다면, 제가 그렇게 깊은 인상을 받았던 이 카메라의 철학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이번 3편에서는 지금 제 손에 들린 M 카메라의 무게감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시작점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 안내: 이 글은 총 12편으로 구성된 <라이카 특별 시리즈>의 3편입니다. (▶ 시리즈 전체 목차 보기)
1. 한 사람의 갈증이 낳은 혁신, 오스카 바르낙

라이카의 위대한 이야기는 1914년 독일 웨츨러의 에른스트 라이츠 광학 연구소에서 시작됩니다. 그 중심에는 천식으로 고생하던 한 명의 엔지니어, **오스카 바르낙(Oskar Barnack)**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무거운 유리 건판과 삼각대를 들고 다녀야 했는데요. 약한 체력을 지닌 바르낙에게 이런 장비들은 너무 큰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오히려 ‘더 가볍고 자유로운 사진’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고, 바로 그 갈증이 라이카라는 혁신의 출발점이 되었지요.
“어디서든 쉽게 들고 다니며,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카메라는 없을까?”
그는 영화용 35mm 시네 필름을 가로로 사용해, 기존 영화 프레임보다 두 배 넓은 24X36mm 포맷을 고안해냈습니다. 이 포맷은 우리가 오늘날 ‘풀프레임’이라고 부르는 디지털 카메라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마침내 세상에 첫 35mm 필름 카메라의 원형, **우르-라이카(Ur-Leica)**가 탄생하게 됩니다. 사진을 스튜디오에서 거리로, 일상으로 해방시킨 이 작은 카메라는 그야말로 위대한 시작이었죠.
**우르-라이카**에서 **우르(Ur)**는 독일어 접두사로, “최초의”, “원형의”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우르-라이카”라는 말은 “최초의 라이카”라는 뜻입니다.
2.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겠다” – 라이카 신화의 시작

Ur-Leica(최초의 라이카)가 탄생한 이후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전후의 경제 불안은 이 작은 카메라의 상용화를 어렵게 했고,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에른스트 라이츠 2세(Ernst Leitz II)**는 1924년, 역사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나의 결심은 끝났다. 우리는 위험을 감수할 것이다.”
이 한 문장은 수많은 반대와 두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했던 리더의 의지이자, 오늘날 라이카 브랜드를 있게 한 신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열린 라이프치히 봄 박람회에서 첫 양산 모델인 **라이카 I**이 공개되었고, 세상은 열광하기 시작했죠.
라이카는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당시 독일 모더니즘을 대표하던 바우하우스 정신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작고 실용적이며 아름다운 디자인, 기능을 중시하는 합리성.
그 모든 것이 담긴 ‘시대의 아이콘’이었습니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창립한 예술학교로, 집을 짓는 학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바우하우스 정신이란 예술이 삶으로 들어오고, 디자인이 세상을 바꾸는 철학을 말합니다
3. 사진가의 눈과 심장을 만들다

라이카의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1932년, 라이카 II 모델에서는 거리계 연동(Coupled Rangefinder) 기능이 새롭게 탑재됩니다.
뷰파인더 안에서 겹쳐 보이던 두 상이 하나로 정렬되는 순간, 초점이 정확히 맞춰지는 이 시스템은 지금도 M 카메라의 핵심이라 할 수 있지요. 저 역시 M10-R을 사용할 때마다, 이 몰입감이야말로 라이카만의 매력이라 느끼곤 합니다.
여기에 더해, 렌즈 교환이 가능한 라이카 스레드 마운트(LTM)까지 등장하면서, 라이카는 하나의 ‘완성형 시스템 카메라’로 발전해 나가게 됩니다.
**라이카 스레드 마운트(Leica Thread Mount, LTM)**는 라이카가 193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렌즈 마운트 방식입니다. 나사식(스크류형) 결합 방식이기 때문에 'Thread'라고 부르며, 세계 최초의 교환식 렌즈 카메라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덕분에 다양한 화각의 렌즈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라이카가 '시스템 카메라'의 시조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죠.
4. 라이카 룩의 탄생 – 빛으로 그리는 그림


이 모든 기술적인 진보를 더욱 빛나게 만든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광학 설계의 거장, **막스 베렉(Max Berek)**입니다.
그는 작은 35mm 필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렌즈를 설계했으며,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라이카 룩(Leica Look)’의 기반을 만들어냈습니다. 단순히 선명한 사진이 아닌, 입체감 있는 질감 표현(3D Pop), 부드러운 배경 흐림(Bokeh), 그리고 풍부한 계조 표현력.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사진 한 장에 깊이와 감정을 담을 수 있게 해주었지요.
‘빛으로 그리는 그림’, 바로 그것이 라이카 렌즈의 철학이자 미학이었습니다.
✨ 마무리하며: 위대한 유산, 그리고 새로운 시작
오스카 바르낙의 갈증에서 시작된 꿈, 에른스트 라이츠 2세의 용기, 그리고 막스 베렉의 천재성이 더해져 만들어진 초기의 라이카는 사진이라는 행위 자체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이자, 혁신이었습니다.
이제 이 유산은 하나의 이름으로 완성됩니다. 바로 M입니다.
다음 [라이카 특별 시리즈 4편]에서는 ‘전설을 만들다: M 시리즈의 탄생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라이카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모델 M3의 등장을 중심으로 M 시스템이 어떻게 사진가들의 궁극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했는지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 라이카 특별 시리즈 (Leica Special Series)
- [1편] 나의 사진 여정 (1): 디지털 카메라와의 첫 만남부터 캐논 DSLR 시대까지
- [2편] 나의 사진 여정 (2): 새로운 감성과의 조우, 후지필름, 리코 GR, 그리고 라이카의 시작
- [3편] 라이카의 역사와 광학 기술의 서막 (현재 글)
- [4편] 전설을 만들다: 라이카 M3 탄생과 M 시리즈의 진화
- [5편] 라이카 디지털 전환의 시작, M8과 M9 (발행 예정)
- [6편] 라이카 렌즈: 그 압도적인 광학의 마법 (발행 예정)
- [7편] M시스템, 무엇이 특별한가? 라이카 사용 경험 (발행 예정)
- [8편] 라이카 M 외의 독보적 존재: Q, SL 시리즈 (발행 예정)
- [9편] 작지만 강한 라이카: TL, CL, 그리고 컴팩트 카메라 (발행 예정)
- [10편] 흑백 사진의 정점, 라이카 모노크롬 (발행 예정)
- [11편] 라이카 액세서리 추천 5가지 & 관리 팁: 완성을 위한 디테일 (발행 예정)
- [12편] 나에게 라이카란? 사진 생활의 의미와 방향성 (발행 예정)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 또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