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한 올리브 그린 색상의 후지필름 X-half 레트로 카메라가 검은색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정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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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X-half 리뷰: 재미,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았을까?

안녕하세요, 사진과 감성을 기록하는 TACO입니다.

여느 때처럼 커피 한 잔과 함께 새로운 카메라 소식을 둘러보던 중, 저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작고 네모난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기술적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오직 ‘재미’를 위해 태어났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카메라. 바로 후지필름 X-half의 이야기입니다.

이 카메라의 리뷰를 읽어 내려가는 내내 제 머릿속은 흥미로운 질문들로 가득 찼습니다. 묵직한 라이카 M10-R을 들고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담아내는 저에게, 이 카메라는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때로는 비효율적이고 불편하기까지 한 과정 속에서 결과물을 얻는 기쁨을 아는 저와 같은 ‘진지한 사진가’들에게, 후지필름 X-half는 과연 어떤 새로운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요?

오늘은 이 귀엽고도 엉뚱한 카메라의 스펙부터 촬영 경험, 그리고 명확한 한계까지 꼼꼼히 짚어보며 ‘사진의 즐거움’이라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 1. 바디와 핸들링: 장난감 같지만, 진심이 담긴 만듦새

후지필름 X-half는 손에 쥐는 순간부터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DPReview의 한 리뷰어가 ‘롤라이 35’를 닮았다고 표현한 것처럼, 이 작고 각진 몸체는 기능적 효율성보다는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와 디자인적 즐거움을 우선합니다. 두꺼운 플라스틱 재질은 제 M10-R의 묵직한 황동 바디가 주는 신뢰감과는 거리가 멀지만, 결코 엉성하거나 약하지 않은, 단단한 만듦새를 보여줍니다.

한 여성이 두 손으로 실버 색상의 후지필름 X-half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 카메라 상단의 노출 보정 다이얼과 필름 와인딩 레버가 선명하게 보인다.
디지털 시대에 다시 마주한 다이얼과 레버의 손맛. 셔터를 누르기 전, 손끝에서부터 촬영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조작계는 극도로 단순합니다. 렌즈 경통의 조리개 링은 1스톱 단위로 ‘F2.8, F4, F5.6…’ 처럼 직관적으로 조작되지만, 1/3 스톱의 세밀한 조정은 불가능합니다. 상단에는 큼지막한 노출 보정 다이얼과 ‘필름 와인딩 레버’가 전부죠. 이 단순함은 사진의 본질적인 요소인 ‘빛’에만 집중하라는 후지필름의 의도처럼 느껴집니다.

가장 독특한 것은 후면의 ‘트윈 터치스크린’입니다. 필름 감도 표시창처럼 생긴 작은 사각 터치스크린은 현재 적용된 필름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며, 위아래로 스와이프하여 모드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옆의 2.4인치 메인 터치스크린은 라이브 뷰와 메뉴 조작을 담당합니다.
이 모든 터치 조작이 최신 스마트폰처럼 빠릿빠릿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한 템포 느린 반응이 이 카메라의 아날로그적인 성격과 묘하게 어울립니다.

한 사람이 후지필름 X-half 카메라의 후면을 보며 조작하는 모습. 필름창을 닮은 작은 보조 스크린과 메인 터치스크린이 보인다.
아날로그의 감성을 디지털로 번역하다. 두 개의 스크린이 보여주는 정보와 약간의 느린 반응은 촬영의 과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 2. 촬영 경험: 의도된 불편함이 주는 새로운 리듬

X-half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경험은 ‘효율’과는 거리가 멉니다. 특히 이 카메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필름 카메라 모드**는 그 ‘의도된 불편함’의 절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드에 진입하면 후면 LCD의 라이브 뷰가 꺼지고, 오직 작은 광학 뷰파인더(OVF)에만 의존해 구도를 잡아야 합니다. 마치 필름 카메라처럼 말이죠.

한 컷을 찍고 나면, 다음 컷을 위해 반드시 **필름 와인딩 레버**를 당겨야 합니다. 제 라이카 셔터를 감을 때의 기계적인 ‘철컥’거림과는 다른, 아무런 저항감 없는 가벼운 감각이지만 이 행위 없이는 다음 촬영이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촬영 직후에는 약간의 지연 시간(Lag)까지 존재해 빠른 속사에는 어울리지 않죠. AF 성능 또한 최신 카메라 기준으로는 느리고, 특히 저조도나 움직이는 피사체 앞에서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스냅 촬영의 제왕인 제 리코 GR2의 빠르고 정확한 AF와는 정반대의 경험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이 단점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거쳐야 하는 최소한의 의식’처럼 다가옵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시대에, 이 카메라는 강제로 저의 속도를 늦추고, 뷰파인더 너머의 세상을 조금 더 신중하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NP-W126S 배터리로 OVF 촬영 시 880매나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은, 배터리 걱정 없이 이 느긋한 리듬을 온전히 즐기라는 후지필름의 배려일지도 모릅니다.

후지필름 X-half 카메라의 후면 모습. 광학 뷰파인더, 촬영 모드 전환 스위치, 정보 표시창이 보인다.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는 화면과 광학 뷰파인더는 오롯이 피사체에 집중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 3. 한눈에 보는 후지필름 X-half: 주요 제원

그렇다면 이 독특한 카메라의 구체적인 제원은 어떻게 될까요?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 리뷰를 바탕으로 핵심 제원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 센서: 수직 방향 18MP, 8.8 x 11.7mm CMOS 센서
  • 렌즈: 10.8mm F2.8 (32mm 환산 화각, F8.2 환산 조리개)
  • 결과물: JPEG 전용
  • 뷰파인더: 터널 스타일 광학 뷰파인더 (OVF)
  • 디스플레이: 트윈 터치스크린 (메인: 2.4인치 640x480px / 보조: 필름창 스타일 LCD)
  • 핵심 기능: 2-in-1 딥틱 모드, 필름 카메라 모드, 날짜 스탬프 옵션
  • 색감: 필름 시뮬레이션 10종, 디지털 필터 18종
  • 배터리: NP-W126S, OVF 사용 시 최대 880매 촬영
  • 동영상: 최대 1080/24p (1080×1440 포맷, 50Mbps)
  • 연결성: USB-C 충전, 블루투스, Wi-Fi, 인스탁스 프린터 다이렉트 연결
  • 가격: $849

🎯 4. 장점과 단점: 후지필름 X-half, 과연 누구를 위한 카메라일까?

모든 제품에는 명암이 존재합니다. DPReview의 리뷰를 바탕으로, 제가 느낀 감상을 더해 이 카메라의 장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버건디 색 셔츠 주머니에 들어있는 실버 색상의 후지필름 X-half 카메라. 후지필름 로고가 새겨진 렌즈캡이 닫혀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매일 함께하고픈 매력. 하지만 그 빛나는 매력 속에는 어떤 그림자가 숨어 있을까.

👍 장점 | 이런 점이 좋습니다!

  • 독보적인 스타일: 시선을 사로잡는 귀엽고 재미있는 디자인.
  • 기대 이상의 화질: 대부분의 ‘똑딱이’ 카메라보다 큰 센서 덕분에 준수한 이미지 품질을 보여줍니다.
  • 후지필름의 색감: 사진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10종의 필름 시뮬레이션과 18종의 필터.
  • 위트 있는 인터페이스: 후면의 ‘필름 창’ 터치스크린은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진 디자인 요소입니다.
  • 직관적인 조작: 노출 보정 다이얼이 외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설정을 바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 훌륭한 배터리: OVF 사용 시, 하루 종일 촬영해도 부족함 없는 배터리 수명.
  • 간편한 앱: 전용 앱은 사용법이 간단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 단점 | 이런 점이 아쉽습니다!

  • 부담스러운 가격: ‘재미’를 위한 투자로는 다소 비싸게 느껴집니다.
  • 느린 반응 속도: 터치스크린과 AF 모두 최신 카메라 기준으로는 느리고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 신뢰도 낮은 AF: 특히 인물이나 저조도 상황에서 AF가 부정확하여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 있습니다.
  • 감성뿐인 레버: 필름 와인딩 레버는 기계적인 저항감이 전혀 없어 감는 손맛이 없습니다.
  • 부정확한 뷰파인더: OVF는 실제 촬영 결과물과 차이가 있어 정밀한 구도를 잡기 어렵습니다.
  • 불필요한 화질 저하: 자동 ISO 설정 시, 필요 이상으로 셔터 속도를 높여(최소 1/125초) 화질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사진에 ‘정답’은 없기에

한 손으로 실버 색상의 후지필름 X-half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 카메라의 정면 디자인이 잘 보인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결국 중요한 것은 사양이 아닌, 이 카메라와 함께 만들어갈 당신의 이야기다.

자, 모든 것을 종합해 봅시다. 후지필름 X-half는 느리고, 불편하며, 기능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명확한 카메라입니다.
가격 또한 ‘재미’로만 보기에는 결코 저렴하지 않죠. 하지만 저는 이 카메라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왜일까요? 이 카메라는 우리에게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사진의 목적이 언제나 선명하고 완벽한 결과물이어야만 할까요?

우리는 종종 더 좋은 장비, 더 높은 화소, 더 완벽한 결과물에 집착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느꼈던 순수한 즐거움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X-half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듭니다. 조금 부족하고, 불편하고, 심지어 엉뚱하기까지 하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사랑스럽습니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레버를 감고, 어떤 사진이 찍혔을지 기대하는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됩니다.

이것은 어쩌면 결과보다 과정을, 기록보다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을 위한 카메라일지도 모릅니다. 저의 라이카가 신중한 사색의 동반자라면, X-half는 유쾌하고 경쾌한 수다를 떠는 친구 같습니다. 당신의 사진 생활에는 지금 어떤 친구가 필요한가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오늘 나눈 ‘재미’와 ‘단순함’이라는 키워드의 또 다른 대답, 제가 오랫동안 사랑해 온 리코 GR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작고 빠르지만 깊이가 다른 스냅슈터, GR이 가진 매력의 본질을 함께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죠.

TACO 드림.


참고 자료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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