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대구 범어천 산책로 위로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이 지나가고 있고, 하천 양옆으로는 푸른 나무와 고층 아파트가 어우러져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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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 GR2와 함께한 도심 속 쉼표, 대구 범어천 산책로 (주차, 코스 꿀팁)

안녕하세요, 사진과 감성을 기록하는 TACO입니다.

주말 아침, 알람 없이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2025년 4월의 햇살은, 창밖으로 들어오는 그 느낌만으로도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날엔 멀리 떠나기보다는, 가까운 어디든 바람을 쐬고 싶어집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잠시 모든 것을 잊고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죠.

오늘 제가 찾아간 곳은 대구 수성구의 중심을 따라 흐르는 **범어천 산책로**입니다. 이곳은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차분한 쉼표 같은 공간이에요.
특히 이런 가벼운 외출에는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카메라보다는, 언제든 꺼내들 수 있도록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친구가 제격이죠. 그래서 오늘도 제 선택은 리코 GR2였습니다.

이 작지만 든든한 동반자와 함께, 도시의 속살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았던 그날의 기록입니다.

🏙️ 시작,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서

오늘의 산책은 수성못역 근처, 두산오거리에서 시작했어요. 대구에서 가장 분주한 교차로 중 하나로, 언제나처럼 차량들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죠. 고개를 들면 하늘을 가로지르는 3호선 모노레일이 스르륵 지나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미래 도시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맑은 날 대구 수성못역 근처 두산오거리의 복잡한 도로 위로, 3호선 모노레일 열차가 곡선 선로를 따라 지나가고 있는 도시 풍경.
산책의 시작점, 두산오거리의 분주한 풍경입니다.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모노레일이 잠시 후 제가 걸어갈 고요한 산책로와 묘한 대비를 이루죠.

하지만 그 분주함 속에서 단 몇 걸음만 옮겨 산책로로 내려서면, 마법처럼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자동차 소음은 아득히 멀어지고, 대신 귓가엔 조용한 물소리와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만 가득해요.

거대한 고층 아파트 단지를 병풍처럼 두르고, 그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하천.
이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조화로운 풍경이야말로 범어천이 가진 첫 번째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리코 GR2의 넓은 28mm 화각이 이런 도시의 구조적인 미와 자연의 유려한 풍경을 한 프레임 안에 멋지게 담아주었습니다.

대구 범어천 산책로에서 바라본 황금역과 고층 아파트 단지. 맑은 하천과 푸른 나무들이 도시 풍경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층 아파트를 병풍처럼 두르고 유유히 흐르는 범어천. 리코 GR2의 넓은 화각 덕분에 이 독특한 조화를 한 프레임에 온전히 담을 수 있었습니다.

📜 시간의 흔적을 걷다, 범어천의 어제와 오늘

‘범어(泛漁)’라는 이름은 마을 형상이 ‘물고기가 물 위에 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참 예쁜 이름이에요.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온갖 생활하수가 흘러들어 악취가 진동하던 오염된 하천이었죠. 시민들의 외면을 받던 아픈 과거가 있었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대구 범어천의 돌 징검다리 위에서, 왜가리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치고 서 있는 생태적인 모습.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 이제 범어천은 이렇게 살아있는 생명들을 품어내는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대구시는 꾸준한 생태 복원 사업을 통해 범어천을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단순히 수질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의 삶에 가까운 친수 공간으로 만든 것이죠.
사실 지금 제가 걷는 이 산책로는 온전히 드러난 자연 하천 구간이지만, 범어천의 더 많은 부분은 여전히 도로와 건물 아래로 숨어 있는 **복개천(覆蓋川)**입니다.

산업화 시대에 공간 확보와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천 위를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것인데, 이는 대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도시가 가진 아픈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제가 걷는 이 길은, 도시화와 자연 보존 사이에서 이룬 힘겨운 화해의 결과물이자, 도시가 스스로의 과오를 딛고 자연과 공존하려는 노력의 상징처럼 느껴져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 왜 리코 GR2였을까? 거리 사진가의 시선

오늘 산책에 리코 GR2를 꺼내 든 건, 범어천 산책로가 잘 꾸며진 관광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녹아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공간에서는 자연스러운 순간들이 많고, GR2처럼 가볍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카메라가 참 잘 어울리죠.

햇살이 비추는 범어천 산책로를 편안한 복장의 시민 한 명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가고 있는 측면 모습. 하천 옆으로 조성된 산책로와 푸른 나무들이 보인다.
꾸밈없이 흘러가는 일상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 이것이 제가 스냅 사진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제 앞을 가볍게 뛰어가던 시민의 저 뒷모습을 담고 싶었을 때, 만약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뷰파인더를 보며 설정을 맞췄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그 분은 저의 시선을 의식했을 테고, 사진 속의 자연스러움은 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GR2는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툭’하고 눌러주면 됩니다. 특히 리코 GR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스냅 포커스(Snap Focus)’ 기능 덕분에, 미리 설정해 둔 거리에 있는 모든 피사체에 즉시 초점이 맞습니다.

AF가 초점을 맞추는 그 찰나의 시간조차 기다릴 필요 없이, 눈으로 본 그대로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최고의 기능이죠. 이처럼 타인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스며들어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제가 이 작은 카메라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 작은 생명들과 시인의 감성이 흐르는 길

산책을 하다 보면 청둥오리, 왜가리 같은 새들과 자주 마주칩니다. 이날은 운 좋게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새끼들을 데리고 나들이 나온 오리 대가족도 볼 수 있었어요. 그 평화로운 모습에 저도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맑고 얕은 범어천에서 어미 오리 한 마리가 작은 새끼 오리 여러 마리를 데리고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풍경.
작은 생명들이 만들어내는 이 평화로운 풍경 앞에서,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이렇듯 살아있는 자연의 모습 위로, 이곳을 거닐었던 한 시인의 감성이 겹쳐집니다. 바로 대구 출신 정호승 시인인데요, 그의 대표 시 **‘수선화에게’**의 일부가 산책로 옆 스토리보드에 새겨져 있습니다.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고독과 외로움을 인간 본연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더 깊은 성찰에 이르는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수십 년 전, 어쩌면 지금의 저처럼 이 길을 홀로 걸었을 젊은 시인의 뒷모습을 상상해보니, 잔잔하게 흐르는 범어천의 물길이 더 깊은 의미로 와 닿았습니다.

💡 범어천 산책로 200% 즐기기 (코스, 주차, 야경 꿀팁)

맑은 하늘 아래, 대구 범어천 인근 상업 지역의 풍경. 고가 철로 위로 '정비&신차출고 13층 국내최대규모'라는 문구와 메르세데스-벤츠 로고가 부착된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이 지나가고 있으며, 그 아래에는 HOBAN과 BYD 자동차 매장 건물이 보인다.
범어천 산책로 주변에는 다양한 상업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어, 산책 전후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대중교통 접근성도 뛰어나죠.

범어천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대구의 대표 명소인 수성못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 특별합니다. 이 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몇 가지 팁을 공유할게요.

  • 🚶🏻추천 코스 및 포토 스팟
    두산오거리에서 시작해 어린이회관까지 걷고, 다시 돌아와 길을 건너 수성못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가장 추천드려요. 약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시철도 3호선 황금역이나 수성못역 승강장에서 내려다보는 뷰가 가장 인상 깊은데요, 하천과 도시가 어우러진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포토 스팟입니다.
  • 🌙 놓치지 말아야 할 야경
    범어천은 낮의 풍경도 좋지만, 해가 진 뒤에 진정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산책로를 따라 은은하게 켜지는 조명과, 그 빛이 물에 비쳐 일렁이는 모습은 아주 낭만적이죠. 수성못의 화려한 야경과는 또 다른, 차분하고 서정적인 밤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삼각대가 없어도, GR2 정도의 카메라만 있다면 난간에 살짝 기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야경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 🅿️ 주차 팁
    자차를 이용하신다면 목적지에 따라 주차 장소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책 후 수성못까지 둘러볼 계획이라면 ‘수성못 관광안내소’ 인근 공영주차장이 편리하고, 어린이회관 쪽에서 시작하고 싶다면 ‘어린이세상’ 주차장을 이용하면 편하게 주차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도시의 숨구멍을 기록한다는 것

왕복 4km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풍경과 감정은 아주 깊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범어천은 고요한 흐름과 작은 생명들, 그리고 우리가 도시의 소음 속에서 놓치고 사는 마음의 여백을 가만히 일깨워주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주머니 속의 리코 GR2는 그 모든 순간을 과장 없이, 담백하게 담아주었죠.

맑은 날 대구 범어천의 생태 풍경. 작은 폭포가 있는 맑은 물에 오리 한 마리가 서 있고, 돌 징검다리가 보이며, 강가에는 노란 유채꽃과 푸른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소음과 고요, 역동성과 평화로움. 이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 제가 발견한 범어천의 진짜 얼굴입니다.

어쩌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거창한 풍경을 찾아 떠나는 행위가 아니라, 이처럼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숨구멍’들을 발견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기록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주말에 가볍게 카메라 하나 들고 나설 곳을 찾고 계시다면, 범어천 산책로를 걸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마 걷는 내내 마음속에 조용한 쉼표 하나가 찍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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