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 앞에서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는 방문객의 모습. 맑은 하늘 아래 흰색 전망대 건물이 서 있고, 주변으로 가을 햇살이 비치고 있다.
| | |

📸 애기봉평화생태공원 | 한강 하구에서 만난 경계의 평화

보문사에서의 긴 계단을 내려오며 마음 한켠이 묘하게 비워졌습니다. 서해의 바람과 천년고찰의 고요함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동북쪽으로 향했습니다. M340i의 주행감이 다시 길 위의 리듬을 찾아가던 순간이었죠.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 애기봉평화생태공원입니다. 한강 하구와 서해가 만나는 이곳은 민통선 북쪽 끝, 북한과 불과 2km 거리에 있는 장소죠. 이곳에선 강과 산, 그리고 사람과 경계가 한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번에도 제 곁엔 Leica M10-R이 있었고, 그날의 맑은 햇살 아래에서 한 장 한 장 기록을 남겼습니다.


🕙 입구에서 시작된 여정의 온도

추석 연휴 다음날 애기봉평화생태공원 현장 등록소 앞에서 줄을 서 있는 방문객들. 일부는 양산을 쓰고 햇살을 피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입구
추석 연휴 다음날, 현장 등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 사전 예약자만이 잠시의 행운처럼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었던 날.

추석 연휴 다음날,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입구는 이른 오전부터 인파로 붐볐습니다. 사전 예약 없이도 현장 등록이 가능하지만, 이날은 예약을 하지 않은 방문객들이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할 만큼 긴 줄이 늘어서 있었어요.

푸른 하늘 아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양산을 든 사람, 음료를 손에 쥔 사람,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까지.
그 기다림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지더군요. 도심의 빠른 리듬과 달리, 이곳은 모두가 같은 속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사전 예약을 미리 완료해 두었기에, 현장 등록을 마치자마자 바로 셔틀버스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민통선 지역으로 차량 번호 등록 절차는 없었지만 신분증은 필수였어요.


🚌 셔틀버스로 향하는 길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주차장 앞 셔틀버스 안내판. 녹색 천막 아래 ‘셔틀버스 운영시간 10:00~17:00’ 문구가 적혀 있고, 뒤로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셔틀버스 안내판이에요.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주차장과 입구가 약 2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약 15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돼요. 버스를 타고 오르면 한강과 서해가 만나는 언덕 위 공원이 금세 눈앞에 펼쳐집니다.

매표소 앞 안내판에는 셔틀버스 운영시간(10:00~17:00) 이 적혀 있었습니다. 약 10~15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공원 입구까지는 대략 5~7분 거리입니다.
주차장에서 공원까지 약 2km 정도 떨어져 있어 도보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오르막이 이어져 대부분 셔틀을 이용합니다.

버스가 천천히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자 차창 밖으로는 가을빛이 완전히 내려앉은 들판이 펼쳐졌습니다.
햇살은 강했지만 공기는 제법 차가웠고, 오르막을 돌 때마다 잠깐씩 보이는 한강 하구의 반짝임이 이 여정의 목적지를 더욱 기다리게 만들었죠.

도심의 소음이 멀어지고, 창문 틈으로 바람이 스치던 그 순간— ‘이제 정말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 가는구나’라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 흔들다리를 건너며

푸른 하늘 아래 애기봉평화생태공원으로 이어지는 출렁다리를 걷는 방문객들. 울창한 나무 사이로 길게 이어진 다리 끝에는 흰색 전망대 건물이 보인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길이에요. 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진 철제 다리를 천천히 걷다 보면, 멀리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 건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살짝 흔들리는 발판과 선선한 바람이, 오히려 여행의 설렘을 더해주더라고요.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출렁다리를 만나게 됩니다.

금속 구조물이지만 의외로 견고하게 설계되어 있었고, 아래로는 짙은 녹음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다리 길이는 약 70m 정도로 추정되며, 천천히 걸어도 1~2분이면 건널 수 있습니다. 그 위를 천천히 걷다 보면 멀리 공원의 주요 건물들이 하얗게 빛나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다리를 건너는 순간, ‘지금 내가 도착했구나’ 하는 실감이 듭니다.

누군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웃고 있었죠. 그 자연스러운 움직임들이 이곳의 리듬이었습니다.


🌸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출렁다리 끝에 설치된 대형 꽃 장식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꽃과 분홍빛 장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이런 포토존이 맞이해요. 하얀 꽃으로 만든 대형 조형물 앞에서 가족, 연인, 친구들이 다 함께 사진을 남기며 웃고 계셨습니다. 인조꽃이지만 햇살에 반사된 질감이 참 생생해서,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출렁다리 끝에는 커다란 꽃 장식 조형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인조꽃이지만, 햇빛에 비친 질감이 실제보다 더 생생했습니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나누고 있었어요.

단순히 ‘인증샷 명소’로만 보기엔 아까운 풍경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기념이 되고, 기억이 되는 장소. 그 순간을 바라보며, 여행이란 결국 사람이 남기는 흔적의 총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스타벅스, 가장 붐비는 평화의 공간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 1층 스타벅스 입구와 테라스에서 북녘 방향을 바라보는 방문객들. 맑은 하늘 아래 남북 접경의 고요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전망대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어요.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서면, 멀리 북한 땅이 보입니다. 남북이 마주한 이곳에서의 휴식은 그 어떤 카페보다도 특별했어요. 잔잔한 공기 속에서, 평화라는 단어의 무게를 잠시 느껴봤습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스타벅스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특별한 지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얀 전망대 건물의 1층에 자리한 이 매장은, 북한과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라는 상징성 때문에 주말이면 늘 사람들로 붐빕니다. 실제로 이날도 입구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대기 시간만 20~3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많은 방문객이 음료를 손에 든 채 전망대를 향해 나섰습니다. 카페보다는 ‘전망대 쉼터’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대부분은 커피를 사서 밖으로 나가 탁 트인 하늘과 강을 바라보았습니다.


🪟 실내의 여유, 그러나 밖이 더 아름답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 1층 스타벅스 실내에서 창가 자리에 앉아 북한 방향의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 따뜻한 조명 아래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창가 쪽 자리는 늘 만석이었어요.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며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죠. 멀리 북녘의 들판이 희미하게 보였고, 조용한 공기 속에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습니다.

카페 안은 의외로 작습니다.

창가 자리는 금세 차고, 창문 너머로는 맑은 강과 들판, 그리고 멀리 북한의 산자락이 보였습니다. 실내 좌석은 약 30석 정도로 보였고, 대부분 창가를 향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실내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그 안에도 묘한 정적이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찾아온 이들이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 — 그 자체로 이 공간이 평화의 또 다른 형태처럼 느껴졌습니다.


🔭 망원경 너머의 세상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 난간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북한 개풍군 방향을 바라보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 너머로 북한의 마을과 산이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 한 분이 조용히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시선의 끝에는 북한의 마을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먼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했어요. 국경은 선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는 거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망대 난간에는 여러 대의 고배율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외국인 관광객 한 분이 북한 쪽을 향해 조용히 망원경을 들여다보던 모습이었습니다. 그 시선의 끝에는 분명 강 건너의 마을이 있었겠죠. 하지만 그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애기봉에서 북한까지의 거리는 약 2.3km입니다. 날씨가 맑으면 육안으로도 건물과 도로가 보이고, 망원경을 통하면 사람의 움직임까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국경이란, 지도 위의 선보다 사람 마음속의 거리로 더 깊게 남는다는 걸 이 순간 실감했습니다.


🌄 강 건너, 북한의 들판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의 들판과 마을 전경. 강 건너편으로 논밭과 하얀 지붕의 집들이 평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강 건너 북한의 들판은 생각보다 평화로웠습니다. 논밭과 하얀 집들이 햇살 아래 고요히 빛나고 있었어요. 같은 하늘 아래인데, 이토록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게 묘하게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놀라우리만큼 평화로웠습니다.

멀리 논밭이 이어지고, 하얀 지붕의 집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곳이 북한이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그저 평범한 시골 마을의 오후였죠. 바람도, 빛도, 색감도 똑같았습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먹먹했습니다.


🔔 평화의 종, 상징의 공간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 옆 광장에 세워진 황금빛 평화의 종 조형물. 두 개의 기둥이 매듭처럼 연결되어 있고, 그 사이에 청동 종이 매달려 있다. 관람객들이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종을 바라보고 있다.
두 개의 기둥이 하나의 매듭으로 이어진 평화의 종은, 멀리서도 금세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은 조용히 사진을 찍거나 종을 바라보며 각자의 마음으로 이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전망대 옆 광장에는 거대한 황금빛 조형물이 서 있습니다. 평화의 종입니다.

두 개의 긴 기둥이 하나의 매듭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사이에 청동 종이 매달려 있습니다. 분단된 한반도의 남과 북이 결국 하나로 이어지길 바라는 의미를 담은 구조물이죠. 높이는 약 12m 정도로 보였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랜드마크입니다.

관람객 대부분이 사진을 찍으며 그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누군가는 종을 살짝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고, 누군가는 조용히 합장한 채 서 있었습니다.

그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이곳의 모든 구조물은 거창한 설명보다 사람들의 행동 속에서 진짜 의미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 공원을 나서며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는 사람들. 위쪽 공중길에는 꽃 조형물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보이고, 주변으로 가을빛이 물든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자 가을 햇살이 숲속까지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고,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왔어요. 이곳의 평화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느릿한 걸음과 따뜻한 빛 속에 자연스레 머무르고 있었죠.

공원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니 가을빛이 완전히 내려앉은 숲이 맞이했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 방문객들의 발걸음은 대부분 느릿했고,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 평화라는 단어가 얼마나 일상적인 감정이 될 수 있는지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그건 거창한 정치적 의미가 아니라, 햇살과 바람, 사람의 표정 속에 스며드는 작은 평화였습니다.


보문사에서 시작된 강화도의 여정이 이곳 김포에 있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완성되었습니다.

419계단의 고찰이 시간을 향한 여정이었다면, 이곳은 공간을 향한 사색이었습니다. 한강 하구 너머로 바라본 풍경은 묘하게도 고요했습니다. 분단의 경계가 바로 눈앞에 있음에도 그날의 하늘은 맑았고, 사람들은 평화로웠습니다.

Leica M10-R의 셔터를 누를 때마다 그 고요함이 프레임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M340i는 다시 남쪽을 향해 시동을 걸었지만, 마음 한켠엔 여전히 그 강의 풍경이 남았습니다.

평화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흘러가는 하루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 애기봉평화생태공원 방문 정보

  • 주소: 경기 김포시 월곶면 평화공원로 289
  • 입장료: 무료 (신분증 지참 필수)
  • 셔틀버스 운영: 10:00~17:00, 약 10~15분 간격
  • 소요 시간: 약 2~3시간 (대기 시간 포함)
  • 주요 시설: 출렁다리 / 평화의 종 / 전망대 / 스타벅스
  • 주차: 애기봉 입구 주차장 이용 (무료)
  • 주의사항: 민통선 지역으로 신분증 없이는 입장 불가​​​​​​​​​​​​​​​​

📍 같이 읽으면 좋은 글

Similar Posts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