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라이카 M11 카메라와 분리된 비소플렉스 전자식 뷰파인더의 모습입니다. 클래식한 레인지파인더 디자인과 현대적인 EVF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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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의 가능성 | 레인지파인더와 EVF, 공존의 기술

안녕하세요, M10-R과 함께 일상을 기록하는 TACO입니다.

지난 글 **Lecia M EV1 리뷰 | 레인지파인더를 넘어선 라이카의 대전환**에서 Leica M EV1의 등장이 던진 철학적 질문을 다뤘습니다. “레인지파인더 없는 M이 과연 M인가?” 라는 물음 말이죠. 그리고 글 말미에 한 가지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바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의 가능성입니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새롭지 않습니다. 후지필름이 2012년 X-Pro1부터 꾸준히 구현해왔거든요. 광학식과 전자식 뷰파인더를 레버 하나로 전환하는 그 경험.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5년에 X-Pro1을 구입해 약 1년 정도 사용했었는데, 처음 그 레버를 돌렸을 때 “왜 라이카는 이걸 안 하지?” 싶었습니다.

후지필름 X-Pro1 전면 모습입니다. 렌즈 옆에 보이는 작은 메탈 레버가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전환 레버로, 이 레버를 움직이면 광학식과 전자식 뷰파인더를 바꿀 수 있습니다.
제가 2015년에 사용했던 후지필름 X-Pro1이에요. 렌즈 옆 레버를 밀면 OVF와 EVF를 오갈 수 있었죠. 그 작은 조작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X-Pro1의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지금 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OVF로 보다가 레버만 돌리면 EVF로 전환되는 그 순간. 같은 장면을 두 가지 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더라고요. 물론 X-Pro1의 OVF는 라이카의 레인지파인더와는 달리 거리계 연동이 없는 단순 광학 파인더였지만, 그래도 충분히 실용적이었습니다.

이번 M EV1을 보면서 그때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라이카는 이제 EVF 기술을 완전히 체화했습니다. SL3에서 고해상도 EVF를 구현했고, Q3에서는 소형화까지 성공했죠. 그렇다면 M 시리즈에서도 둘 다 넣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이 가능성을 기술적, 철학적, 그리고 시장 전략적 관점에서 하나씩 파헤쳐보겠습니다.

🔬 1.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의 기술적 구조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말 그대로 두 개의 파인더가 한 몸체에 들어간 구조입니다. 제가 썼던 X-Pro1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후지필름 X-Pro 스타일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구조도. OVF 광학 경로와 EVF 전자식 뷰파인더 전환 메커니즘 설명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의 기본 구조예요. 광학 경로(주황색)와 EVF가 미러 스위치로 전환되는 방식이죠. 라이카 M에 적용하려면 여기에 정밀한 레인지파인더 거리계 시스템까지 들어가야 해서 훨씬 복잡해집니다.

광학 파인더(OVF) 경로는 전면 창에서 시작해 프리즘을 거쳐 접안부로 이어집니다. 동시에 144만 화소 EVF 패널이 별도 경로로 설치되어 있죠. 사용자가 레버를 조작하면 내부 메커니즘이 두 경로를 전환합니다.

X-Pro 시리즈가 이걸 구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APS-C 센서였습니다. 풀프레임보다 작은 센서 덕분에 내부 공간에 여유가 있었죠. 게다가 X-Pro의 광학 파인더는 ‘진짜’ 레인지파인더가 아닙니다. 거리계 연동 기구가 없는 단순 광학 뷰파인더거든요.

반면 라이카 M의 레인지파인더는 완전히 다릅니다. 1954년부터 이어진 정밀 거리계 시스템이 들어있습니다. 렌즈 마운트와 기계적으로 연동되는 캠, 이중상 합치를 위한 프리즘과 거울, 그리고 시차 보정 프레임까지. 이 모든 게 밀리미터 단위로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죠.

라이카가 하이브리드를 만들려면 이 복잡한 기계 구조를 유지하면서 EVF를 추가해야 합니다.

현재 M11(블랙 기준)의 두께는 38.5mm입니다. 이미 상당히 얇은 편이죠. 여기에 EVF 패널과 전환 메커니즘을 넣으려면 최소 5-7mm는 더 필요합니다. 그러면 45mm가 넘어가는데, 이건 이미 두꺼운 수준입니다.

무게도 문제입니다. M11이 배터리 포함 530g인데, 하이브리드 구조를 넣으면 650g은 넘을 겁니다. M 시리즈의 휴대성이 상당 부분 희생되는 겁니다.

🎯 2. 라이카 방식의 하이브리드 구현 가능성

그렇다면 라이카는 정말 기술적으로 불가능할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 방법 1: 모듈식 EVF 시스템

라이카 카메라 상단에 장착된 비소플렉스(VF-2) 전자식 뷰파인더의 모습입니다. 핫슈를 통해 탈착할 수 있는 모듈식 구조로,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에서도 EVF 촬영이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라이카의 외장 EVF 시스템인 비소플렉스예요. 이렇게 핫슈에 꽂아 쓰는 방식이었죠. 하이브리드 M의 첫 단서가 어쩌면 여기서 시작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M10과 M240에는 외장 EVF를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Visoflex (Typ 020)라는 이름의 탈착식 EVF였죠. 핫슈에 꽂아 쓰는 방식으로, 240만 화소 해상도를 제공했습니다.

이 개념을 발전시킨다면 어떨까요? 레인지파인더는 기본으로 내장하되, EVF는 자석 결합 방식의 모듈로 만드는 겁니다. 평소엔 레인지파인더만 쓰다가, 필요할 때 EVF 모듈을 붙이는 거죠.

Apple이 iPhone에 MagSafe를 도입한 것처럼, 라이카도 ‘MagView’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접점은 자석과 Pogo 핀으로 처리하고, 전원은 바디에서 공급받는 방식이죠.

이렇게 하면 두께와 무게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두 파인더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모듈 판매로 추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죠. EVF 모듈 가격을 200만 원 정도로 책정하면, M 유저들 입장에선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옵션입니다.

🔄 방법 2: 전자식 레인지파인더 오버레이

좀 더 급진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레인지파인더 자체를 전자화하는 거죠.

기존 광학 레인지파인더 창에 투명 OLED 패널을 덧대는 겁니다. 평소엔 투명하게 유지하다가, 필요할 때만 정보를 표시하는 방식이죠. 거리 정보, 히스토그램, 초점 확인 같은 걸 광학 뷰 위에 오버레이로 띄우는 겁니다.

이미 AR 글래스나 HUD(Head-Up Display) 기술에서 구현된 방식입니다. 문제는 가격이겠죠. 고해상도 투명 OLED는 아직 단가가 높습니다. 하지만 라이카 가격대를 생각하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M12나 M13쯤 되면 이런 형태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광학의 직관성과 디지털의 정보력을 완벽하게 융합한, 진정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말이죠.

💭 3. 철학적 딜레마: 선택 vs 타협

조용한 실내 공간에서 한 줄기 빛이 라이카 M10-R 카메라를 비추고 있습니다. 책상 위엔 렌즈와 종이가 함께 놓여 있으며,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사진가의 사색을 상징합니다.
선택과 타협 사이, 라이카는 언제나 ‘빛’의 쪽에 서 있었습니다. 그 고집이 지금의 M을 만들었죠.

기술적 가능성을 떠나,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라이카가 정말 하이브리드를 원할까요?

M 시리즈의 철학은 언제나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AF를 버리고 MF를 택했고, 줌을 버리고 단렌즈를 택했죠. 편의성을 버리고 몰입을 택했습니다.

하이브리드는 이 철학에 반합니다. ‘둘 다’를 추구하는 건 타협이지 선택이 아니거든요.

제가 X-Pro1을 쓰면서 느낀 점도 비슷했습니다. OVF와 EVF를 오가는 건 편리했지만, 어느 쪽에도 완전히 몰입하기 어려웠거든요. 계속 “지금은 어느 쪽이 나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2025년의 사진가들은 더 이상 하나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도구를 바꿔가며 쓰는 게 당연해졌죠. 스마트폰으로 찍다가 미러리스로 바꾸고, 때론 필름 카메라를 꺼내기도 합니다.

M10-R을 쓰면서도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거리 스냅은 레인지파인더가 최고인데, 접사나 망원은 EVF가 훨씬 편하거든요. 매번 카메라를 두 대 들고 다닐 순 없으니, 결국 타협하게 됩니다.

하이브리드 M은 이런 현실적 필요에 대한 라이카의 답이 될 수 있습니다.

📊 4. 시장 반응 예측: 3가지 시나리오

세 갈래 화살표로 표시된 인포그래픽 이미지로, 각각 ‘Traditional M’, ‘Hybrid M’, ‘New Line(MQ)’ 라벨이 붙어 있습니다. 라이카의 향후 전략적 선택지를 상징합니다.
전통을 지킬 것인가, 하이브리드로 확장할 것인가, 혹은 완전히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인가. 라이카는 지금 이 세 갈래 길 위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약 라이카가 2026년에 하이브리드 M을 출시한다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개인적인 의견 한 번 얘기해 볼께요.

시나리오 1: 보수적 접근 (가능성 50%)

라이카가 M11과 M EV1처럼 두 라인업을 분리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순수 레인지파인더 M과 순수 EVF M을 병행 판매하면서, 하이브리드는 한정판으로만 출시하는 거죠.

M11-H(Hybrid) 같은 이름으로 1,000대 한정 생산하면, 컬렉터들이 몰릴 겁니다. 가격은 1,500만 원 이상이겠지만, 어차피 완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 기술력은 과시하는 전략이죠.

시나리오 2: 전면적 전환 (가능성 30%)

모든 M 시리즈를 하이브리드로 통합하는 급진적 접근입니다. M12부터는 레인지파인더와 EVF를 모두 탑재한 모델만 출시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생산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전통주의자들의 반발이 클 겁니다. “진짜 M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쏟아지겠죠. 라이카로선 리스크가 큰 선택입니다.

시나리오 3: 새로운 라인업 (가능성 20%)

아예 새로운 이름의 시리즈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M도 Q도 아닌, 예를 들어 ‘MQ’ 같은 새로운 라인업이죠.

M의 렌즈 교환식 시스템과 Q의 현대적 편의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리즈. 이름부터 새롭게 지으면 M의 전통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혁신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라이카는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 5. X-Pro1 경험에서 배운 하이브리드의 장단점

제가 X-Pro1을 1년간 써본 경험을 토대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의 실제 사용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장점이 확실했습니다. 거리 스냅을 찍을 땐 OVF로 프레임 밖까지 보면서 구도를 잡고, 정확한 초점이 필요할 땐 EVF로 전환해 확대해서 봤죠. 특히 매크로 촬영이나 야간 촬영에서 EVF의 편리함은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습니다. OVF 모드에서는 실제 찍히는 영역과 보이는 영역이 달라서 처음엔 적응이 필요했고, EVF는 당시 144만 화소라 해상도가 아쉬웠죠. 그리고 계속 모드를 바꿔가며 쓰다 보니 촬영 리듬이 깨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론 긍정적이었습니다. 한 대의 카메라로 두 가지 촬영 방식을 오갈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이었죠. 이 경험은 ‘하이브리드 뷰파인더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실증이기도 했습니다.

후지필름 X-Pro3와 라이카 M10 카메라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장면. 두 브랜드는 각각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의 실험과 클래식한 레인지파인더 철학을 상징하며, 하이브리드 M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후지는 실험으로 시작했고, 라이카는 완성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후지는 어디까지나 실험적인 구현이었고, 라이카라면 이걸 훨씬 더 정교하게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정확도, 감도, 뷰파인더 투명도 — 라이카가 가진 광학 노하우를 더하면 전혀 다른 차원이 되겠죠.

🎬 6. 마무리: 선택이 아닌 확장의 시대

하이브리드 M의 가능성을 쭉 살펴봤습니다. 기술적으론 충분히 가능하고, 시장의 필요도 분명합니다. 문제는 라이카의 의지죠.

M10-R을 1년째 쓰면서 느낀 건, 레인지파인더의 매력은 분명 특별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명확하죠. 저녁 무렵 카페에서 Noctilux 50mm로 인물을 찍을 때, 초점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는 그 불안감. EVF였다면 없었을 고민입니다.

X-Pro1을 썼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하이브리드는 완벽한 해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선택의 자유’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죠. 라이카가 하이브리드를 만든다면, 그건 타협이 아니라 확장이 될 겁니다. 레인지파인더의 직관과 EVF의 정확성을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자유. 그게 2025년 이후 M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 아닐까요.

혹시 라이카 본사에서 이 글을 본다면, 한 가지만 부탁드립니다. 레버는 꼭 기계식으로 만들어주세요. X-Pro1의 그 찰칵 하는 전환감, 그게 정말 좋았거든요. 디지털 버튼이 아닌 물리적 레버의 촉각, 그게 라이카잖아요.

다음엔 실제로 M10-R과 함께한 1년간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레인지파인더와 함께하는 일상, 그 불편함과 매력 사이에서 찾은 나만의 균형점에 대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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