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주쿠 오모이데요코초 – 45층 화려함 뒤에 숨은 골목의 진짜 온기
안녕하세요, 지식과 감성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TACO입니다.
도쿄도청 45층에서 내려다본 빛의 바다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수평선 너머까지 이어진 무수한 불빛들, 그리고 도쿄 나이트 앤 라이트의 환상적인 프로젝션 매핑까지. 그날 밤 저는 도쿄라는 도시가 가진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함을 온몸으로 느꼈죠.
[이전 포스팅: 도쿄도청 전망대 야경 완벽 가이드 보러가기]
하지만 여행의 진짜 매력은 때로 이런 대비에서 나옵니다.
45층의 화려한 빛을 뒤로하고, 저는 신주쿠역 서쪽 출구 바로 옆, 좁디좁은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거대한 빌딩 숲 사이 비집고 들어간 그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어요. 바로 오모이데요코초(思い出横丁), ‘추억의 골목’이라 불리는 신주쿠의 이자카야 거리였습니다.
초롱불 아래 연기가 피어오르는 작은 포장마차들, 어깨를 맞대고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그리고 좁은 통로를 비집고 지나다니는 현지인과 여행자들. 이곳은 도쿄도청에서 본 도쿄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높이가 아닌 깊이로, 화려함이 아닌 온기로 말을 거는 공간이었죠.
오늘은 라이카 M10-R과 리코 GR2를 들고 담아낸 오모이데요코초의 솔직한 풍경과, 그곳에서 느낀 도쿄의 또 다른 매력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관광지로 포장된 이미지가 아닌, 제가 직접 경험한 골목의 진짜 이야기입니다.
🚶 도쿄도청에서 오모이데요코초까지, 20분의 도보 여정
도쿄 나이트 앤 라이트를 끝까지 보지 않고 중간에 자리를 떴습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잔디밭에 누워 여전히 빛의 예술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은 꽤 많았습니다. 전 그들을 뒤로 하고 신주쿠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도쿄도청에서 신주쿠역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거리인데, 이 짧은 도보 구간조차 도쿄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고층 빌딩들 사이로 난 넓은 보도를 따라 걷다 보면, 점점 사람들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신주쿠는 하루 평균 350만 명 이상이 오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역세권입니다. 2011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후로도 여전히 그 기록을 갱신 중이죠. 출입구만 2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는데, 막상 역 근처에 다가가니 그 복잡함이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문득 학창 시절 재밌게 봤던 시티헌터가 떠올랐어요. 만화 속 신주쿠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주인공이 거닐던 복잡한 거리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구나 싶더라고요.
처음엔 지하로 들어갔다가 출구를 제대로 못 찾아서 한참이나 헤맸어요.
미로 같은 지하 통로, 끝없이 이어지는 상점들, 그리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안내 방송. 구글맵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하 공간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지하철 네트워크의 효율성은 인정하지만,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에게 신주쿠역 지하는 정말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지상으로 나오니 그제야 구글맵이 제 역할을 했습니다.
신주쿠역 서쪽 출구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오모이데요코초가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저는 인파를 헤치며 골목 입구를 찾아 나섰습니다.
🌸 시간이 멈춘 듯한 입구, 과장된 일본스러움의 첫인상
오모이데요코초 입구는 생각보다 화려했습니다.

노란 초롱불과 붉은 단풍 장식, 그리고 커다란 간판이 골목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죠. 솔직히 첫인상은 “좀 과하다”였어요. 마치 관광객을 겨냥해 일부러 일본스러움을 과장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자, 그런 생각은 금방 바뀌었습니다.
골목의 폭은 2미터도 채 안 됐습니다.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선 작은 식당들, 그 앞에서 꼬치를 굽는 연기, 그리고 좁은 통로를 비집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입구의 화려한 장식과는 달리, 골목 안쪽은 정말 투박하고 소박한 모습 그대로였어요. 이곳이 1940년대 후반, 전후 암시장에서 시작됐다는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리코 GR2를 꺼내 들었습니다.
28mm 고정 화각은 이런 좁은 공간을 담기에 딱 맞았어요. 넓은 광각도 아니고 그렇다고 답답하지도 않은, 사람의 시선과 가장 비슷한 화각. 골목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포착하기에 완벽한 도구였죠.
🍢 80여 개의 작은 식당, 빈자리 찾기의 미션
오모이데요코초에는 약 80여 개의 소규모 식당이 모여 있습니다.
대부분이 야키토리(焼き鳥), 즉 일본식 꼬치구이를 파는 이자카야들이에요. 저녁 시간대였던 탓인지 거의 모든 가게가 만석이었습니다. 좁은 카운터 자리에 어깨를 맞대고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 연기 사이로 들리는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골목 전체를 채우고 있었어요.

식당 내부는 정말 좁았습니다.
6~7명이 앉으면 꽉 차는 공간, 벽에 빼곡히 붙은 메뉴판, 그리고 불판 앞에서 쉴 새 없이 꼬치를 굽는 주인장. “저기서 어떻게 불편하게 음식을 먹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이게 진짜 일본 감성이구나” 싶었습니다.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빈자리가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골목 중간쯤 지나서야 겨우 자리가 있는 식당을 발견했어요. 입구에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다행히 영어와 사진이 함께 표기되어 있어 주문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 연기 속에서 맛본 꼬치구이와 맥주 한잔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살펴봤습니다.

오모이데요코초는 꼬치거리로 유명한 만큼, 각종 야키토리가 가장 많았어요. 닭고기, 돼지고기, 채소, 해산물까지. 선택지는 다양했지만, 저는 간단하게 구운 오징어와 토마토 베이컨 구이,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받은 주인장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불판 위에 꼬치를 올렸습니다.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고, 골목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더욱 진하게 퍼졌어요. 좁은 공간이라 연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서인지, 옷에 냄새가 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맥주가 먼저 나왔습니다.
차가운 맥주잔을 손에 쥐고 한 모금 마시니, 도쿄도청에서부터 이어진 긴 여정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45층에서 내려다본 화려한 도쿄와, 지금 제가 앉아 있는 이 좁은 골목의 대비가 묘하게 재미있었습니다.
꼬치가 나왔습니다.

구운 오징어는 쫄깃했고, 토마토 베이컨 구이는 달콤짭짤한 맛이 일품이었어요. 특별히 감탄할 만한 맛은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일본인 직장인들이 퇴근 후 한잔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그들에게는 일상의 안식처구나 싶었어요.
📸 리코 GR2로 담은 오모이데요코초의 진짜 얼굴
리코 GR2의 28mm 화각은 이곳에서의 스냅 촬영에 정말 적합했어요.

들키지 않게 자연스럽게 셔터를 누를 수 있었고, 골목의 분위기를 과장하지 않고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플래시 없이 고감도로 촬영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현장감이 살아 있는 사진들이 나왔어요.
연기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의 실루엣, 초롱불 아래 흔들리는 그림자, 좁은 통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이 모든 순간들이 오모이데요코초의 진짜 얼굴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식당이 저녁 10시면 문을 닫는다는 것이었어요.
몇몇 곳은 자정까지 영업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곳의 제대로 된 분위기를 느껴보시고 싶다면 8시 이전에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현금 결제만 받는 곳이 많아서, 미리 현금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 관광지화된 골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모이데요코초를 나오면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곳에 “진짜 맛집”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외국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은 프랜차이즈 이자카야나 이미지로 영업하는 식당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습니다. 맛보다는 분위기를 파는 곳이랄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기대치를 낮추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거예요. “최고의 맛집을 찾겠다”는 목표보다는, “일본 술집 골목 특유의 분위기를 느껴보겠다”는 마음으로 들르는 게 훨씬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겁니다. 사진도 찍고, 간단히 맥주나 하이볼 한잔 하면서 골목의 공기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오모이데요코초는 완벽한 맛집 거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도쿄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전후의 역사와 서민들의 일상이 아직 숨 쉬고 있는 공간이에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 정리하면
오모이데요코초를 나와 신주쿼역 지하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이번엔 길을 잃지 않고 오츠카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찾을 수 있었어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역은 여전히 붐볐습니다. 도쿄라는 도시는 정말 잠들지 않는 것 같았어요.
오츠카역에 내려서 숙소로 가는 길에 아직 문을 연 꽃집을 발견했습니다.

밤 9시 무렵이었는데 아직 영업 중이어서 잠깐 둘러봤어요. 그러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높이와 깊이, 화려함과 소박함, 거대함과 작음. 도쿄라는 도시가 가진 양극단의 매력을 하루 안에 모두 경험한 특별한 밤이었습니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대비 속에서 도시의 진짜 얼굴을 발견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도쿄 여행의 또 다른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게요.
📋 오모이데요코초 방문 정보
| 구분 | 내용 |
|---|---|
| 위치 | 도쿄도 신주쿠구 니시신주쿠 1-2 (신주쿠역 서쪽 출구 인근) |
| 영업시간 | 대부분 저녁 10시까지 (일부 자정까지) |
| 식당 수 | 약 80여 개 |
| 추천 메뉴 | 야키토리(꼬치구이), 맥주, 하이볼 |
| 결제 방식 | 현금 결제만 받는 곳 많음 |
| 추천 방문 시간 | 저녁 7~9시 |
| 골목 폭 | 약 2m 이하 |
| 분위기 | 1940년대 후반 전후 암시장 역사 보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