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버베르트(Oberwerth) 카메라 백 − 라이카를 위한 가방, 돈값 하는지 따져보다
M10-R을 들이고 나서 한참 동안은 그냥 기본 스트랩 하나 걸어서 다녔습니다. 가방? 렌즈 하나면 충분한데 뭐 하러 쓰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렌즈가 하나 더 늘어나고, 비 오는 날 카메라 보호가 걱정되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가방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제는 선택지였습니다. 기능성 위주의 나일론 가방은 M10-R 옆에 놓으면 왠지 어울리지 않고, 그렇다고 아무 가죽 가방이나 쓰기엔 장비 보호가 불안했습니다.
그렇게 검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된 브랜드가 ‘오버베르트(Oberwerth)’였습니다.
‘Made in Germany’, 핸드메이드, 그리고 라이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디자인. 하지만 가격표를 보고 한 번 더 망설였죠. 오늘은 이 가방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브랜드 값인지 아니면 정말 대체 불가능한 품질인지 냉정하게 따져보려 합니다.
🇩🇪 독일 장인 정신, 마케팅인가 실체인가
오버베르트가 내세우는 가장 큰 타이틀은 ‘Handmade in Germany’입니다. 라이카가 독일의 광학 기술을 상징한다면, 오버베르트는 독일 가죽 공예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실제 공방에서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한다는 그들의 스토리, 과연 제품에서도 느껴질까요?

가죽과 원단, 디테일의 차이
오버베르트 가방은 크게 두 가지 라인으로 나뉩니다. 전체가 가죽인 풀 레더(Full Leather) 모델과, 기능성 원단을 섞은 콤비 모델입니다.
- 베지터블 태닝 소가죽:
오버베르트 가죽의 핵심입니다. 화학 약품인 크롬 대신 식물성 탄닌으로 무두질한 가죽이죠. 처음엔 다소 단단하고 뻣뻣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할수록 사용자의 손길과 유분에 맞춰 **에이징(Aging)**이 진행됩니다. 저가형 가죽 가방에서 느껴지는 인위적인 코팅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광택이 올라오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 코듀라(Cordura) 원단:
가죽의 무게를 덜기 위해 사용된 소재로, 내구성과 방수력이 뛰어납니다. 저렴한 나일론과는 질감 자체가 다릅니다. 촘촘하고 묵직한 직조감 덕분에 가죽과 섞여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습니다.
봉제 마감을 돋보기로 들여다봐도 스티치 라인이 매우 정교합니다. 실밥 하나 튀어나온 곳이 없더군요. 이런 디테일은 확실히 명품 가방에 준하는 수준입니다.
🔒 피드락(Fidlock), 이거 하나로 끝납니다
오버베르트 가방을 사용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기능, 아니 이 가방을 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피드락(Fidlock) 시스템입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죽 가방들은 보통 벨트 버클 형식을 취합니다. 보기는 예쁜데, 렌즈를 교환하거나 셔터 찬스에 카메라를 급하게 꺼낼 때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가죽 구멍에 핀을 끼워 넣는 과정이 번거롭거든요.
하지만 오버베르트는 겉보기에 클래식한 버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석 기반의 피드락을 사용합니다.
- 체결 방식:
뚜껑을 내리면 자석의 힘으로 ‘착’ 하고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 붙습니다. 눈으로 보고 맞출 필요가 없습니다. - 개방 방식: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아래로 살짝 당기거나 옆으로 밀면 부드럽게 열립니다.
이게 촬영 현장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한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도 가방을 여닫는 데 전혀 무리가 없더라고요. 클래식한 감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편의성을 완벽하게 이식한 사례라고 봅니다.
👜 주요 라인업 비교: 나에게 맞는 모델은?
오버베르트에는 다양한 라인업이 있지만, 라이카 유저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대표 모델 4가지를 비교해 봤습니다.
| 비교 항목 | 해리앤샐리 (Harry & Sally) |
프라이부르크 (Freiburg) |
넬슨 (Nelson) |
리처드 (Richard) |
|---|---|---|---|---|
| 스타일 | 미니 숄더백 / 파우치 | 컴팩트 숄더백 | 메신저 백 스타일 | 넉넉한 숄더백 |
| 추천 장비 | Q / M + 렌즈 2개 (조건부) | M/Q + 렌즈 1~2개 | M + 렌즈 2개 + 태블릿 | SL/M + 렌즈 2~3개 |
| 아이패드 | 수납 불가 | 미니(Mini) 수납 가능 | 11인치 수납 가능 | 13인치 수납 가능 |
| 무게 | 약 480g | 약 800g | 약 1.0kg | 약 1.2kg |
| 특징 | 상상 이상의 수납력과 기동성 | 가장 대중적인 베스트셀러 | 비즈니스 캐주얼에 적합 | 넉넉한 수납과 웅장함 |
※ 모바일에서는 표를 좌우로 스크롤하여 확인하세요
** 참고: 가격대 **
오버베르트 가방의 가격은 모델과 소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80만 원~15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1. 해리앤샐리 (Harry & Sally)
보통 ‘라이카 Q를 위한 가방’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의 수납력을 보여줍니다. 저는 M10-R에 녹티룩스(Noctilux) 50mm f/1.2를 마운트하고, 여분으로 주미룩스(Summilux) 35mm f/1.4를 챙겨 다니는데 충분히 수납됩니다. 가볍게 출사 나가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는 최고의 기동성을 선물해 주더군요. 렌즈가 작고 컴팩트한 라이카이기에 가능한 ‘공간의 마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2. 프라이부르크 (Freiburg)
가장 인기가 많은 모델입니다. M 바디 하나에 렌즈 두 개, 혹은 Q 시리즈 하나에 지갑과 차 키를 넣으면 딱 맞습니다. 데일리용으로 가장 적합하며, 여성분들이 매기에도 부담 없는 사이즈입니다. 다만, 짐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수납이 벅찹니다.
3. 넬슨 (Nelson)
프라이부르크보다 납작하고 넓은 형태입니다. 서류 가방 느낌이 나서 정장에 매칭하기 아주 좋습니다. 11인치 아이패드가 들어간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데일리 출사와 업무를 병행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4. 리처드 (Richard)
SL 시스템이나 렌즈를 여러 개 챙겨야 하는 날에 적합합니다. 수납력은 좋지만, 풀 레더 모델로 선택할 경우 가방 무게만으로도 어깨가 뻐근할 수 있습니다. 콤비 모델을 강력하게 권장합니다.
🛡️ 보호력과 실사용 시 아쉬운 점
디자인과 편의성이 좋아도 카메라 가방의 본질은 ‘보호’입니다.
내부는 부드러운 벨루어 소재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분한 회색이 적용되지만, 라이카의 ‘빨간 딱지’와 깔맞춤을 원하는 분들을 위한 ‘레드 내피’ 옵션(Red Dot Edition 등)도 존재합니다. 이 붉은 컬러감은 가방을 열 때마다 확실한 시각적 만족감을 주죠.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아쉬운 점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 쿠션감의 한계:
에어 쿠션이 빵빵한 타입은 아닙니다. 가죽의 두께와 내부 파티션의 텐션으로 버티는 구조입니다. 일상적인 충격은 충분히 막아주지만, 하드 케이스 수준의 보호력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 어깨 패드의 부재:
기본 스트랩은 가죽 속에 절단 방지 와이어가 들어있어 튼튼하지만, 꽤 얇습니다. 장비를 꽉 채우고 여름에 얇은 옷 위에 매면 어깨를 파고듭니다. 별매품인 어깨 패드를 사거나, 서드파티 패드를 장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 가격:
역시나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가방 하나 살 돈이면 괜찮은 중고 렌즈 하나를 들일 수 있으니까요.
📊 럭셔리 카메라 백 3대장 비교
라이카 유저들이 주로 고민하는 경쟁 브랜드와의 비교를 통해 위치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 빌링햄 (Billingham):
영국의 전통 강자입니다. 캔버스 소재라 가볍고 방수 성능이 탁월합니다. ‘전투용’으로 쓰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하지만 수트나 포멀한 룩에는 약간 붕 뜨는 경향이 있고, 특유의 버클 방식이 피드락보다는 불편합니다.

- 오나 (ONA):
빈티지한 가죽 감성이 강점입니다. 거친 매력이 있죠. 하지만 가방 자체가 너무 무겁습니다. 그리고 가죽이 두꺼워 유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수납 효율이 좋지 않습니다.

- 오버베르트 (Oberwerth):
빌링햄의 기능성과 오나의 고급스러움을 합치고, 거기에 현대적인 편의성(피드락)을 더했습니다. 가장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주지만, 가격 또한 두 브랜드를 합친 것만큼 비쌉니다.
💡 오너가 전하는 가죽 관리 Tip
비싼 돈 주고 산 가죽 가방, 막 굴리기엔 아깝습니다. 오랫동안 새것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팁을 공유합니다.
- 비 오는 날 주의:
가죽은 물과 상극입니다. 베지터블 가죽은 물 얼룩이 지기 쉽습니다. 비 오는 날엔 되도록 코듀라 모델이나 빌링햄을 들고 나가세요. 만약 젖었다면 마른 수건으로 즉시 닦고 그늘에서 말려야 합니다. - 영양 공급: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가죽 전용 에센스(캐럿, 머스탱 페이스트 등)를 얇게 펴 발라주세요. 가죽의 유분을 유지해 갈라짐을 방지하고 잔스크래치를 완화해 줍니다. - 보관:
통풍이 잘 되는 더스트 백에 넣어 보관하세요. 습한 곳에 두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제습함 옆이나 위에 두는 걸 추천합니다.
마무리하며

오버베르트는 가성비를 논하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단순히 카메라를 담고 나르는 용도로만 본다면 이 가격은 터무니없습니다. 비슷한 보호력을 가진 픽디자인이나 돔케 가방은 훨씬 저렴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굳이 라이카를 쓰는 이유가 단순히 ‘사진 화질이 좋아서’만은 아니듯, 오버베르트 역시 사용자의 만족감과 태도를 완성해 주는 도구입니다.
라이카 M 또는 Q 시리즈를 사용하며 바디와 톤앤매너를 맞추고 싶다면, 정장을 입고 출퇴근하며 카메라를 휴대하고 싶다면, 가방을 열고 닫는 과정조차 우아하고 편하길 원한다면 오버베르트는 좋은 선택입니다.
반대로 가방은 무조건 막 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장비가 무거워 어깨 통증에 민감하거나, 가방 살 돈으로 렌즈를 하나 더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실용주의자라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결국 오버베르트를 선택했고, 꽤 오랜 시간 만족하며 쓰고 있습니다. 카페 테이블 위에 라이카 옆에 무심하게 툭 올려두었을 때, 그 그림이 참 예쁘거든요.
취미 생활에서 ‘볼 때마다 기분 좋은 것’, 그것만큼 확실한 기능이 또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