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코 GR4, 오랜 기다림이 만든 완성된 포켓 카메라
카메라 · 리뷰 & 분석
리코 GR4, GR2를 9년 쓴 사람이 들여다본 기록
GR3를 건너뛴 GR2 유저의 시각으로
이 글의 핵심
- 이 글은 GR4를 직접 써본 리뷰가 아닙니다. GR2를 9년 쓴 사람이 GR4를 진지하게 들여다본 기록입니다
- GR4는 GR2에서 가장 불편했던 세 가지 — AF 응답성, 2GB 내장 저장공간, 손각대 한계 — 를 모두 개선했습니다
- 25.7MP BSI CMOS(이면조사형), 5축 6스톱 IBIS, 53GB 내장 메모리, 부팅 0.6초
- 조작계는 GR III에서 벗어나 GR II 스타일로 회귀 — 커맨드 다이얼 2개, 수직 노출 보정 바
- 먼지 문제는 렌즈 배럴 방진 씰 강화로 구조적 개선 — 완전 해결이 아닌 의미 있는 개선
- 추적 AF는 여전히 타사 대비 한 박자 느림 — GR의 스냅 포커스 철학은 GR4에서도 유효
- $1,499(약 200만원) — 가격 상승은 분명한 진입장벽. GR3를 건너뛴 GR2 유저라면 납득 가능한 간격
GR2를 2017년부터 써왔습니다. 9년입니다. 그 사이 GR III가 나왔고, 저는 GR2를 계속 들고 다녔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불편함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불편함을 참을 만큼 GR2가 주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GR4가 발표됐을 때 반응이 달랐습니다. GR III를 건너뛴 사람으로서, GR4는 두 세대의 축적을 한 번에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 직접 써보지는 않았습니다. 이 글은 GR4를 실제로 운용한 리뷰가 아니라, GR2를 9년 쓴 경험 위에서 GR4를 들여다본 기록입니다. 스펙, 구조적 변화, 그리고 GR2 유저 입장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개선인지 아닌지를 정리했습니다.
📐 GR4 핵심 스펙 — GR2와 나란히
| 항목 | GR4 | GR2 (비교) |
|---|---|---|
| 센서 | 25.74MP APS-C BSI CMOS | 24.2MP APS-C CMOS |
| 렌즈 | 18.3mm F2.8 (28mm 환산) | 18.3mm F2.8 (28mm 환산) |
| IBIS | 5축 약 6스톱 | 없음 |
| 내장 저장공간 | 53GB | 2GB |
| 부팅 시간 | 약 0.6초 | 약 1.0초 |
| 크기 | 109.4 × 61.1 × 32.7mm | 117 × 61.0 × 34.7mm |
| 무게 | 262g | 251g |
| 동영상 | 1080p 60fps | 1080p 60fps |
| 출시가 (미국) | $1,499 | $499 (2015년 출시가) |
렌즈 화각은 동일하고 무게도 거의 같습니다. 크기는 GR4가 소폭 더 작습니다. 동영상 스펙도 동일합니다. 달라진 건 센서, IBIS, 내장 저장공간, 부팅 시간. 이 네 가지가 GR2 사용자에게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인지를 하나씩 짚겠습니다.
📱 크기와 철학 — 변하지 않은 것
GR4는 이전 모델보다 2mm 더 얇아졌습니다. 청바지 앞주머니에 들어갑니다. GR2도 들어갔고, GR4도 들어갑니다. 이 사실이 GR 시리즈를 계속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유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많은 제조사들이 ‘포켓 사이즈’를 표방하지만, 실제로 슬림한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APS-C 카메라는 GR 시리즈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를 9년 동안 아무도 빼앗지 못했습니다. GR4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TACO 생각
GR2를 9년 쓰면서 가장 자주 겪은 상황은 ‘AF가 맞지 않아서 놓친 컷’이 아니었습니다. ‘카메라를 꺼내지 않아서 놓친 순간’이었습니다. 라이카 M10-R는 가방이 있어야 나갑니다. GR2는 주머니만 있으면 됩니다. 이 차이가 수년간 GR2를 계속 꺼내게 만든 이유였고, GR4에도 그 이유는 그대로 유효합니다.
🎛️ 조작계 — GR II 스타일로의 회귀
GR4에서 가장 반가운 변화 중 하나는 조작계입니다. GR III에서 약간 달라졌던 조작 방식이 GR II 스타일로 돌아왔습니다. 커맨드 다이얼 2개와 수직으로 배치된 노출 보정 바. GR2를 오래 써온 사람에게는 재적응 없이 바로 손에 익는 배치입니다.
‘스냅 포커스 우선 모드’도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원하는 심도와 초점 거리를 미리 설정해두고 즉석에서 촬영하는 방식인데, GR 시리즈가 오래전부터 추구해온 스냅 촬영 철학을 조작계 레벨에서 더 정교하게 구현한 것입니다. 거리에서 순간이 펼쳐졌을 때, 생각하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GR4의 조작계는 그 흐름을 끊지 않도록 설계됐습니다.
🔧 먼지 문제 — 완전 해결이 아닌 의미 있는 개선
GR 시리즈를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봤을 이야기입니다. 렌즈 어셈블리 내부로 먼지가 침투하는 문제. 주머니 속 보푸라기, 가방 안 먼지가 렌즈 배럴 틈으로 들어가 센서에 달라붙는 현상입니다. GR2를 9년 쓰면서 이 문제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항상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습니다.
GR4는 렌즈 배럴 주변의 방진 씰을 강화하고 새로운 센서 코팅을 적용했습니다. 리코가 이 문제를 인지하고 구조적으로 손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완전한 해결책인지는 장기 사용을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현재까지 나온 리뷰들에서는 GR III 대비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고, 이전만큼 심각한 사례 보고는 줄어든 상태입니다.
🔋 배터리와 저장공간 — 실사용에서 달라지는 것
GR4의 배터리는 CIPA 기준 약 250매입니다. 여전히 아쉬운 수치지만 이전 모델들보다는 개선됐습니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며 촬영한다면 예비 배터리는 여전히 챙겨야 합니다. 이 부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저장공간이 달라졌습니다. GR2의 내장 메모리는 2GB였습니다. SD카드를 꼽지 않으면 RAW 기준 몇 십 장 수준입니다. GR4는 53GB입니다. SD카드 없이도 RAW 기준 1,000장 가까이 담을 수 있습니다. 짧은 외출에 SD카드를 챙겼는지 확인하는 습관 자체가 필요 없어집니다. GR2를 쓰면서 실제로 불편했던 부분 중 하나인데, 이 변화는 일상 사용 패턴을 바꿀 만큼 실질적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SD카드 슬롯이 마이크로SD로 바뀐 것입니다. 배터리 공간 확보를 위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마이크로SD는 다루기 까다롭고 분실 위험도 높습니다. 53GB 내장 메모리가 이 불편함을 상당 부분 덮어주기는 하지만, 대용량 촬영이 필요한 날에는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 25.7MP 센서와 화질 —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GR4의 가장 큰 변화는 25.7MP BSI CMOS 센서 채택입니다. GR2의 24.2MP 전면조사형 대비 이면조사형으로 바뀌면서 고감도 노이즈 처리와 다이나믹 레인지가 개선됐습니다. 소니 a6700과 유사한 센서로 분석되는 이 설계는 저조도 환경에서 체감 차이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렌즈는 동일한 18.3mm F2.8이지만, 비구면 렌즈를 추가하고 광학 설계를 개선해 주변부 해상력이 올라갔습니다. GR 시리즈의 오랜 약점이었던 모서리 샤프니스 문제를 건드린 것입니다. 출시 이후 나온 리뷰들에서 주변부 개선이 실제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흑백 모드의 개선과 두 가지 시네마틱 프리셋 추가도 눈에 띕니다. GR2로 흑백 스냅을 자주 찍는 사용자라면 더 풍부한 계조 표현이 가능해진 GR4의 흑백 결과물은 의미 있는 차이로 느껴질 것입니다.
TACO 생각
GR4의 화질 개선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28mm F2.8이라는 조건은 동일합니다. GR4가 아무리 좋아져도 35mm F2 렌즈의 그림과는 다릅니다. GR을 선택한다는 건 처음부터 28mm와 F2.8의 한계 안에서 찍겠다는 결정입니다. 그 안에서 GR4의 센서 개선은 분명히 유효합니다. 다만 그게 카메라를 바꿔야 할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 AF — 개선됐지만, GR의 답은 여전히 스냅 포커스
AF 응답성은 개선됐습니다. 부팅 후 첫 촬영까지의 시간이 GR 시리즈 역대 최단인 0.6초이고, 단일 포인트 AF의 포커싱 속도도 GR2 대비 빨라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추적 AF는 여전히 타사 대비 한 박자 느립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연속으로 추적하는 상황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러 해외 리뷰에서도 이 부분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약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GR4의 실패인가 하면,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GR 시리즈는 처음부터 스냅 포커스 카메라입니다. 원하는 초점 거리와 심도를 미리 설정하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는 포커싱을 생각하지 않는 촬영 방식. 새롭게 추가된 ‘스냅 포커스 우선 모드’는 이 방식을 더 직관적으로 쓸 수 있게 다듬었습니다. GR2를 스냅 포커스로 주로 써온 사람에게 GR4의 AF는 충분합니다.
💰 가격 — 솔직하게 짚겠습니다
$1,499, 한화 약 200만원입니다. GR2 출시가(약 96만원)의 두 배입니다. GR III도 140만원에서 시작했으니, 세대를 거듭할수록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GR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접근성이었습니다. 100만원 안팎에 APS-C 화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다는 것. GR4는 그 가격 조건을 포기했습니다. 이 점은 분명한 아쉬움입니다.
그렇다면 GR4는 200만원의 가치가 있는가. GR2에서 GR4로 오는 경우라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IBIS가 없는 카메라에서 6스톱 IBIS가 있는 카메라로, 2GB에서 53GB로, 부팅 1.0초에서 0.6초로. 이 간격을 하나씩 따져보면 가격 상승이 납득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GR III를 이미 갖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러나 GR2에서 GR4로의 간격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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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 GR4 vs 후지필름 X100VI — GR2 유저가 두 카메라를 고른 기준
🤔 GR2 유저로서의 판단
GR4는 GR2에서 가장 불편했던 것들을 정확히 건드렸습니다. AF, 저장공간, IBIS. 그리고 조작계를 GR II 방식으로 되돌렸습니다. 리코가 GR2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동시에 바꾸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28mm F2.8 고정 렌즈, 동영상 1080p 상한, 뷰파인더 없음. 이것들은 GR의 정의입니다. GR4를 선택한다는 건 이 조건들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입니다. 그것이 싫다면 GR4가 아니라 다른 카메라를 봐야 합니다.
직접 써보지 않은 카메라에 대해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GR2를 9년 써온 경험 위에서 볼 때, GR4가 건드린 부분들은 정확하고 실질적입니다. GR3를 건너뛰고 GR2에서 바로 GR4로 오는 경우라면, 체감 변화는 상당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TACO 생각
9년 동안 GR2를 놓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주머니에 들어가고, 꺼내는 순간 바로 찍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GR4도 그 조건은 유지합니다. 달라진 건 그 안에서의 성능입니다. 0.6초 부팅, 6스톱 IBIS, 53GB 메모리 — GR2의 가장 아팠던 부분들입니다. 직접 써봐야 확신이 생기겠지만, 지금까지 들여다본 결과로는 GR2 유저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다음 후보입니다.
❓ 자주 묻는 것들
Q. GR2에서 GR4로 바로 업그레이드할 만한가요?
GR3를 건너뛰는 경우라면 변화 폭이 상당합니다. 센서(BSI 이면조사형), IBIS(없음→6스톱), 내장 저장공간(2GB→53GB), 부팅 시간(약 1.0초→0.6초), AF 응답성 모두 의미 있는 차이입니다. $1,499라는 가격이 결정적 장벽이지만, 두 세대 간격만큼의 변화는 있습니다.
Q. GR4의 먼지 문제는 해결됐나요?
완전 해결이 아닌 구조적 개선입니다. 렌즈 배럴 방진 씰을 강화하고 센서 코팅을 새로 적용했습니다. 출시 후 리뷰들에서는 GR III 대비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지만, 장기 사용을 통한 검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Q. 동영상을 주로 찍는다면 GR4가 맞나요?
맞지 않습니다. GR4의 동영상 스펙은 1080p 60fps 상한이고, 4K 지원이 없습니다. 리코는 GR을 처음부터 스틸 카메라로 설계해왔고, GR4에서도 이 원칙을 유지했습니다. 동영상이 주 용도라면 다른 선택지를 봐야 합니다.
Q. GR4 vs 후지필름 X100VI, 어떻게 고르나요?
두 카메라는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용도에 답합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핵심이라면 GR4(262g), 올인원 촬영 경험이 목적이라면 X100VI(521g)입니다. 상세한 비교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AF가 느린데 스트리트 촬영에 문제없나요?
추적 AF는 타사 대비 한 박자 느립니다. 다만 GR 시리즈는 스냅 포커스 방식으로 쓰는 카메라입니다. 원하는 초점 거리와 심도를 미리 설정해두면 셔터를 누르는 순간 포커싱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GR4의 ‘스냅 포커스 우선 모드’는 이 방식을 더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