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sselblad V 시스템 필름 카메라가 차콜 배경 위에 놓여 있는 모습. 금속 바디와 칼 자이스 렌즈가 선명하게 보이는 중형 포맷 카메라 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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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셀블라드의 본질 — 중형 포맷이 만든 또 하나의 세계

요즘은 라이카 M10-R로 담아내는 일상의 맛에 푹 젖어 있습니다. (제가 쓰는 라이카 M10-R 사용기 보러가기)

하지만, 사진을 오랫동안 좋아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선이 멈추는 브랜드가 있죠. 바로 핫셀블라드.

달에 간 카메라. 패션 사진의 언어를 바꾼 장비. 중형 포맷이라는 단어와 함께 거의 항상 등장하는 이름.

저는 아직 핫셀블라드를 소유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카메라를 오래 들고 산 사람일수록 이 브랜드가 머릿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7년 동안 라이카를 쓰면서 ‘카메라란 무엇인가’ 같은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보면, 늘 핫셀블라드라는 문장이 어딘가 고즈넉하게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핫셀블라드는 그냥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 산업에서 하나의 ‘기준’ 같은 존재구나.

이번 글에서는 그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이 브랜드가 전설 취급을 받는지, 2025년 현재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라이카 유저의 시선이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러나 조금은 재잘거리며요.

🎬 1. 전쟁에서 태어난 정밀함 — 핫셀블라드의 시작

핫셀블라드라는 이름은 사실 1841년부터 존재했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시작된 사진 장비 수입업체였죠. 창업자인 **프리츠 빅토르 핫셀블라드(F.W. Hasselblad)**가 문을 열었고, 이후 그의 증손자 **빅토르 핫셀블라드(Victor Hasselblad)**가 본격적인 카메라 제작을 맡게 됩니다.

결정적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스웨덴 공군이 격추된 독일 정찰기에서 회수한 카메라를 분석해달라 요청했는데, 빅토르는 단순히 복제하는 대신 더 나은 것을 만들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만들어냈죠.

군용 항공 카메라에 필요한 건 명확했습니다. 정확성, 내구성, 절대적 신뢰성. 이 군사 장비 개발 경험은 훗날 민간용 카메라에 그대로 이어집니다.

초기형 핫셀블라드 중형 포맷 카메라와 빈티지 렌즈들이 정면에 배열된 흑백 사진
핫셀블라드가 처음 세상에 내놓았던 모습이에요. 군용 카메라 개발 경험이 민간용 중형 포맷 카메라로 이어지던 시절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죠.

1948년, 핫셀블라드 1600F가 등장합니다. 이 카메라는 혁신적인 모듈러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렌즈, 뷰파인더, 필름백을 각각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죠. 당시로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설계였습니다.

초기 모델은 셔터 문제로 고생했지만, 1957년 출시된 500C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렌즈 내장형 리프 셔터 방식을 채택하면서 신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이 모델은 핫셀블라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카메라가 됩니다.

핫셀블라드의 DNA는 여기서 완성됩니다. “타협하지 않는 기계적 완성도.”

📸 2. 중형 포맷, 정확히 무엇이 다른가

핫셀블라드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단연 중형 포맷(Medium Format)입니다.

중형 포맷과 풀프레임, 마이크로 포서즈 센서 크기를 비교한 이미지로, 53×40mm·44×33mm·36×24mm·17×13mm 센서가 실제 비율에 가깝게 나열되어 있다.
중형 포맷이 얼마나 큰 센서인지 한눈에 보이죠. 53×40mm와 44×33mm 센서는 풀프레임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어서 디테일과 계조에서 차이가 크게 납니다.

제가 쓰는 라이카 M10-R은 풀프레임(36×24mm)이고, 대부분의 미러리스와 DSLR이 이 크기를 사용합니다. 반면 핫셀블라드를 포함한 중형 포맷은 훨씬 큰 센서를 사용합니다.

필름 시절의 핫셀블라드는 6×6cm 포맷을 기반으로 했고, 실제 이미지 영역은 약 56×56mm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중형 포맷 체계에서는 센서 크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많이 쓰입니다.

  • 44×33mm 센서 (H6D-50c, X2D 100C 등)
  • 53×40mm 센서 (H6D-100c 등)

면적으로만 보면,

  • 44×33mm는 풀프레임보다 약 1.7배 크고,
  • 53×40mm는 풀프레임보다 약 2.4배 큽니다.

센서가 크면 디테일, 계조, 색감에서 이점이 생기죠. 진짜 중형 포맷이 왜 특별한지 이해하려면, 이 크기 차이를 먼저 보는 게 가장 빠릅니다.

센서 크기가 만드는 실질적 차이

1) 디테일의 깊이
같은 화소 수라도 센서가 크면 개별 픽셀이 담는 정보량이 다릅니다. X2D 100C의 1억 화소가 허세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죠. 확대했을 때 디테일이 무너지지 않고, 큰 판형으로 인쇄해도 품질이 유지됩니다.

2) 계조 표현
명암의 미세한 층이 끊김 없이 이어집니다. 하이라이트에서 섀도우로 넘어가는 그라데이션이 부드럽고 자연스럽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필름 같은 느낌’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3) 얕은 심도와 보케
같은 조리개 값이라도 심도가 더 얕게 표현됩니다. f/2.8로 찍었을 때 중형 포맷은 풀프레임의 약 f/2.0 정도의 심도감을 보여줍니다. 보케의 질감도 더욱 크리미하고 부드럽죠.

4) 색의 농도
특히 **핫셀블라드의 컬러 프로파일(HNCS, Hasselblad Natural Colour Solution)**은 피부톤 재현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단순히 정확한 색이 아니라,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풀프레임으로 찍은 인물 사진과 중형 포맷으로 찍은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후자는 피부의 결, 옷감의 질감, 심지어 공기감까지 다르게 느껴집니다. 화소 수로는 설명되지 않는 차원의 차이죠.

물론 단점도 분명합니다. 카메라와 렌즈가 크고 무겁습니다. 가격도 비쌉니다. RAW 파일은 한 장에 200MB를 넘어가기도 하죠. 그럼에도 프로 사진가들은 중형 포맷 앞에서 늘 흔들립니다. 퀄리티가 다르니까요.

🌕 3. 달 표면을 기록한 유일한 카메라 — NASA × Hasselblad

핫셀블라드를 전설 반열에 올린 건 1960~70년대의 NASA와의 협업입니다.

NASA는 머큐리, 제미니 프로그램을 거치며 우주에서 사용할 카메라를 찾고 있었습니다. 조건은 단 하나였습니다. 어떤 극한 환경에서도 절대 고장나지 않을 것.

1962년, NASA의 우주비행사 **월터 쉬라(Walter Schirra)**가 개인적으로 구입한 핫셀블라드 500C를 머큐리-아틀라스 8호 미션에 가져갔습니다.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너무 뛰어나자, NASA는 공식적으로 핫셀블라드를 우주 프로그램에 채택하게 됩니다.

핫셀블라드는 NASA의 요구에 맞춰 카메라를 특수 개조했습니다. 윤활유는 진공에서도 증발하지 않는 특수 소재로 교체했고, 외장은 열반사를 위해 알루미늄으로 코팅했습니다. 뷰파인더는 헬멧을 쓴 채로도 볼 수 있게 재설계했죠. 플라스틱과 가죽 같은 소재는 우주 환경에서 가스를 방출할 수 있어 모두 제거했습니다.

아폴로 미션 우주인이 달 표면에서 작업하며 가슴에 장착한 핫셀블라드 루나 서피스 카메라가 선명하게 보이고, 헬멧 반사면에는 다른 우주인과 장비가 비치는 장면.
달 표면에서 촬영할 때 사용된 핫셀블라드 카메라예요. 우주인의 헬멧에 비친 장면까지 그대로 담겨 있어서, 이 사진만 봐도 왜 핫셀블라드가 전설인지 알 수 있죠.

그리고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서 촬영한 수많은 사진들 — 우리가 너무 잘 아는 그 이미지들 — 모두 핫셀블라드 500EL/70500EL Data Camera로 촬영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무게 절감을 위해 카메라 본체들은 달에 그대로 남겨두고 필름만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달 표면 어딘가에 핫셀블라드 카메라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후 NASA의 모든 유인 우주 프로그램 — 아폴로, 스카이랩, 스페이스 셔틀 — 에서 핫셀블라드가 사용되었습니다. 총 50대 이상의 핫셀블라드 카메라가 우주로 나갔죠.

이 정도면 전설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아니, ‘전설로 지정되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 4. 패션 사진의 표준이 된 이유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패션 및 상업 사진 업계는 사실상 핫셀블라드의 왕국이었습니다.

리처드 애버던(Richard Avedon), 어빙 펜(Irving Penn), 헬무트 뉴턴(Helmut Newton). 이들의 대표작 상당수가 핫셀블라드로 촬영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거장들이 핫셀블라드를 선택했을까요?

스튜디오 작업에 최적화된 설계

스튜디오에서 남성 포토그래퍼가 핫셀블라드 카메라로 여성 모델을 촬영하는 흑백 장면. 큰 소프트박스와 무지 배경이 배치된 패션 촬영 환경.
패션 촬영 현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핫셀블라드가 자주 쓰였어요. 조명이 깨끗하게 떨어지는 스튜디오에서 정방형 프레임을 보는 맛이 참 좋을 것 같아요.

6×6 정방형 포맷의 가장 큰 장점은 크롭의 자유로움입니다. 세로로 쓸지 가로로 쓸지 촬영 시점에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중에 편집 단계에서 원하는 비율로 자를 수 있죠. 이건 상업 사진에서 엄청난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교체 가능한 필름백은 작업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줬습니다. 컬러 작업 중간에 흑백으로 전환하고 싶다면? 필름백만 교체하면 됩니다. 다양한 감도의 필름을 상황에 맞춰 즉시 바꿀 수 있었죠.

리프 셔터 방식은 모든 셔터 속도에서 플래시와 완벽하게 동조됩니다. 스튜디오 조명 작업에서 이건 엄청난 장점이었습니다. 포컬 플레인 셔터는 1/60초 정도에서만 플래시 동조가 가능했으니까요.

색감과 피부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미지 퀄리티였습니다. 핫셀블라드로 촬영한 사진은 색의 농도, 피부톤의 자연스러움, 디테일 표현력 모든 면에서 35mm 포맷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패션 사진에서 중요한 건 옷의 질감, 모델의 피부,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핫셀블라드는 이 모든 요소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패션 포토그래퍼들이 디지털 중형 포맷을 선택할 때 핫셀블라드를 1순위로 고려합니다. 프로가 쓰는 장비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죠.

📦 5. 모듈러의 상징 — V 시스템

핫셀블라드를 상징하는 구조는 단연 V 시스템(1957~2013)입니다.

V 시스템의 구조

V 시스템은 네 가지 주요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바디: 기계식 또는 전자식 셔터가 내장된 본체
  • 렌즈: 칼 자이스 설계의 고성능 렌즈
  • 뷰파인더: 웨이스트레벨, 프리즘 등 다양한 옵션
  • 필름백: 120 필름, 220 필름, 폴라로이드 등 교체 가능

이 네 가지가 모두 분리되고 조합 가능한 구조입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말이죠.

핫셀블라드 V 시스템 카메라가 바디, 렌즈, 필름백, 파인더, 다크 슬라이드 등으로 분해된 상태로 흰색 배경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
핫셀블라드 V 시스템이 왜 ‘모듈러 카메라’라고 불리는지 한 장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예요. 바디부터 필름백, 파인더까지 이렇게 분리해서 조합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이죠.

모듈러 시스템의 실용성

프로 사진가는 다양한 촬영 환경에 대응해야 합니다. 스튜디오에서는 웨이스트레벨 파인더로 위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게 편하지만, 야외 인물 작업에서는 눈높이의 프리즘 파인더가 유리합니다.

컬러 작업 중간에 흑백으로 전환하고 싶다면? 필름백만 교체하면 됩니다. 다른 감도의 필름이 필요하다면? 역시 필름백만 바꾸면 되죠.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스페어 바디를 준비할 수도 있고요.

이런 유연성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철학은 디지털 시대에도 이어집니다.

500 시리즈의 완성: 503CW

V 시스템의 마지막 걸작은 503CW(1996~2013)입니다. 완전 기계식 카메라로, 배터리 없이도 작동합니다. 셔터는 렌즈 내부의 리프 셔터 방식이죠.

503CW는 필름 시대의 정점을 보여주는 카메라입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가 된 2000년대에도 생산이 계속되었고, 2013년 단종될 때까지 꾸준한 수요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중고 시장에서 상태 좋은 503CW는 300만~400만 원대에 거래됩니다. 단종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말이죠. 이런 카메라는 그냥 도구가 아닙니다. 살아있는 역사죠.

💎 6. 렌즈, 칼 자이스와의 공동작품

핫셀블라드 카메라의 성능을 완성하는 건 결국 렌즈입니다. 그리고 핫셀블라드는 독일의 광학 명가 칼 자이스(Carl Zeiss)와 긴밀하게 협업해왔습니다.

칼 자이스 렌즈의 특징

V 시스템용 렌즈는 대부분 칼 자이스 설계이며, 세 가지 주요 라인으로 구성됩니다:

Planar (플라나)
표준 렌즈군의 정석입니다. 왜곡이 극히 적고, 샤프니스와 콘트라스트가 뛰어납니다. Planar C 80mm f/2.8은 핫셀블라드의 대표 렌즈로, 거의 모든 500 시리즈에 기본 렌즈로 제공되었습니다.

칼 자이스 플라나 80mm f/2.8 CF 렌즈가 흰색 배경 위에 놓여 있으며, 초점 거리·조리개·셔터 속도 눈금이 선명하게 보이는 클로즈업 이미지.
핫셀블라드 하면 플라나 80mm를 빼놓을 수 없죠. 조작 링의 느낌부터 T* 코팅까지, 자이스 특유의 광학 감성이 그대로 담긴 렌즈예요.

Distagon (디스타곤)
광각 렌즈 설계로, 왜곡 보정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넓은 화각에도 불구하고 주변부까지 균일한 화질을 제공합니다. 건축 사진이나 풍경 촬영에 특히 강력합니다.

Sonnar (조나)
망원 렌즈 설계입니다. 콤팩트하면서도 높은 해상력을 자랑합니다. 중형 포맷 망원 렌즈는 크기가 부담스러운데, 조나 설계는 상대적으로 컴팩트하게 만들 수 있었죠.

렌즈의 기계적 완성도

핫셀블라드 렌즈는 단순히 광학 성능만 좋은 게 아닙니다.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기계적 완성도가 다릅니다.

묵직한 금속 경통, 부드럽고 정확한 포커싱 링의 움직임, 정밀한 조리개 클릭감. 이런 것들이 모여 ‘도구로서의 만족감’을 만들어냅니다.

라이카 렌즈를 써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좋은 렌즈는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하는 행위 자체에서 만족감을 준다는 걸. 핫셀블라드 렌즈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충분히 납득되는 완성도입니다.

🖥️ 7. 디지털 시대의 도전 — H 시스템과 X 시스템

필름 시대의 왕이었던 핫셀블라드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많은 난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두 가지 시스템으로 디지털 시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합니다.

H 시스템: 프로페셔널 디지털 중형

2002년, 핫셀블라드는 H1을 출시하며 디지털 시대에 본격 진입합니다. H 시스템은 V 시스템과 달리 처음부터 디지털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주요 특징:

  • 자동 초점 시스템
  • 전자식 렌즈 셔터
  • 디지털백 완전 통합
  • 틸트/시프트 어댑터 지원

현재 H 시스템의 최신 모델은 H6D 시리즈입니다. H6D-100c는 1억 화소 센서를 탑재했고, 상업 사진 분야에서 여전히 최고의 선택지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RAW 파일 하나가 200MB를 넘어가지만, 그만큼 디테일과 색감은 압도적이죠.

X 시스템: 휴대 가능한 중형 포맷

2016년, 핫셀블라드는 X1D-50c를 출시하며 미러리스 중형 포맷 시장에 진입합니다. 이건 꽤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중형 포맷이면서도 풀프레임 미러리스만큼 컴팩트한 크기를 실현했으니까요.

Hasselblad X2D 100C의 상단 조작부와 틸트 가능한 후면 디스플레이를 클로즈업한 이미지로, 황동 셔터 버튼, 디지털 정보창, 그리고 화면에 표시된 사진이 선명하게 보인다.
필름 시대의 감성을 이어가면서도, 핫셀블라드가 지금 어떤 디지털 중형 포맷을 만들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디자인이에요. X2D는 보면 볼수록 깔끔하고 현대적이더라고요.

X2D 100C(2022)는 X 시스템의 최신 완성형입니다:

  • 1억 화소 BSI CMOS 센서
  • 5축 손떨림 보정 (최대 7스톱)
  • 틸팅 터치스크린
  • CFexpress Type B 지원
  • 새로운 XCD 렌즈 라인업

필름 카메라 시절엔 상상도 못했던 기능들이지만, 여전히 핫셀블라드다운 색감과 빌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형 포맷을 ‘들고 다니며 쓰는 카메라’로 만든 혁신적인 제품이죠.

솔직한 이야기: 가격과 진입장벽

디지털 핫셀블라드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입니다. X2D 100C 바디가 약 1,200만 원, 렌즈까지 더하면 2,000만 원을 쉽게 넘어갑니다. 취미로 쓰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죠.

그래서 핫셀블라드는 여전히 ‘프로페셔널 도구’입니다. 상업 사진가, 패션 포토그래퍼, 고급 스튜디오를 위한 장비. 일반 사진 애호가에게는 ‘언젠가 가져보고 싶은 로망’ 정도입니다.

🎯 8. 2025년, 핫셀블라드의 의미

2025년 현재, 카메라 시장은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소니, 캐논, 니콘의 풀프레임 미러리스는 이미 6천만 화소 시대에 접어들었고, AI 기반 후보정 기술은 놀라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동시에 후지필름 GFX 시리즈는 핫셀블라드보다 훨씬 공격적인 가격으로 중형 포맷 시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핫셀블라드는 여전히 유효할까요?

이미지 퀄리티의 기준

제 답은 단순합니다. 유효합니다. 아주 강하게.

픽셀 수나 스펙 대결의 세계에서는 이미 평준화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사진가들이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건 색의 깊이, 계조의 부드러움, 피부톤의 자연스러움 같은 요소들입니다.

핫셀블라드가 여전히 선택받는 이유는 ‘사진의 바탕이 되는 정보의 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화소 수가 높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사진이 나오는 건 아니죠. 센서 설계, 렌즈 퀄리티, 컬러 사이언스,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 이런 것들이 모여 핫셀블라드만의 이미지를 만듭니다.

도구가 주는 만족감

사진은 결과물만이 아닙니다. 촬영 과정 자체도 중요합니다.

핫셀블라드를 손에 쥐고 셔터를 누르는 그 경험.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보는 그 느낌. 이건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저도 라이카를 쓰면서 비슷한 걸 느낍니다. 라이카가 풀프레임 중에서 가장 좋은 화질을 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사진 찍는 행위 자체가 즐겁습니다. 핫셀블라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중형 포맷이라는 특별함, 브랜드가 가진 헤리티지, 그리고 도구로서의 완성도. 이런 것들이 ‘전설’을 유지시키는 힘이죠.

누구를 위한 카메라인가

핫셀블라드는 모두를 위한 카메라가 아닙니다. 명확한 타겟이 있습니다:

  • 최고 수준의 이미지 퀄리티가 필요한 상업 프로젝트
  • 패션, 제품, 인물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가
  • 중형 포맷의 특별함을 경험하고 싶은 진지한 애호가
  • 카메라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컬렉터

가성비를 따진다면 핫셀블라드는 절대 답이 아닙니다. 하지만 ‘최고’를 추구한다면? 그땐 선택지에 당연히 포함됩니다.

✔ 마무리 — 전설이 오래 남는 이유

핫셀블라드는 단순히 비싼 카메라가 아닙니다. 이 브랜드는 오랜 시간을 거치며, ‘이미지 퀄리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깊이 답해온 회사입니다.

달에 남은 카메라. 패션 사진가들의 필수 도구. 상업 사진 업계의 기준. 그리고 2025년 현재, 중형 포맷이라는 세계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브랜드.

저도 언젠가 X2D 100C를 손에 쥐고 싶습니다. 그 유명한 피부톤 재현이 대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라이카와는 또 다르게, 아주 차분한 감동이 있을 것 같습니다.

중형 포맷이 꼭 필요한가? 이건 각자가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핫셀블라드가 왜 특별한지는, 이제 조금 알게 되셨을 겁니다. 그리고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사진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다음 글 예고

다음 편에서는 핫셀블라드의 세계를 더 깊이 들어가보려 합니다:

  1. X2D 100C 완전 분석 — 미러리스 중형의 완성형
  2. 핫셀블라드 HNCS — 마법 같은 컬러 사이언스
  3. V 시스템 500C/M — 필름 중형의 상징

어느 쪽이든, 조금 더 오래 이 세계에 머물러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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