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녹티룩스 M 50mm f/1.2 ASPH 복각 모델 정면과 측면 모습, 후드 장착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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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 녹티룩스 50mm f/1.2 복각 2년 사용 후기 — 아포·주미룩스 대신 선택한 이유

세 갈래 길이었습니다.
50mm를 정하려고 마음먹고 나서, 생각보다 오래 헤맸습니다.

아포 주미크론 50mm f/2.0.
현행 라이카 M 렌즈 중 광학적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렌즈. 전문가들이 ‘틀리지 않는 선택’이라고 부르는 그 렌즈.

주미룩스 50mm f/1.4.
f/1.4의 대구경과 준수한 화질,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가격.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여기로 수렴하게 되는 육각형의 선택지.

그리고 녹티룩스 50mm f/1.2 복각.
1966년 오리지널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렌즈. 셋 중 가장 개성이 강하고, 가장 다루기 까다롭고, 가장 호불호가 갈립니다.

현대 광학의 정점인 아포냐, 밸런스의 주미룩스냐. 이 이성적인 선택지들을 뒤로하고 결국 ‘결함조차 미학이 되는’ 녹티룩스를 집어 들었습니다.
제가 원한 건 선명도가 아니라, 밤의 빛이 남기는 아련함과 녹티만의 공간감이었기 때문입니다.

논리적인 선택은 아니었죠.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후회는 없습니다.

왜 녹티룩스였는지, 2년 동안 실제로 어떻게 썼는지, 초보자라면 무엇을 알고 시작해야 하는지 — 전문가의 분석이 아니라 라이카 7년 차 취미 사진가의 솔직한 기록입니다.

읽기 전에 먼저 확인하세요 — 핵심 포인트 5가지
  1. 이 렌즈는 ‘잘 찍히는’ 렌즈가 아니라 ‘찍고 싶게 만드는’ 렌즈입니다. 선예도보다 분위기가 먼저 나옵니다.
  2. 레인지파인더 초점에 익숙하지 않으면 초반 실패율이 높습니다. 라이카 입문 6개월 미만이라면 지금 당장은 비추천입니다.
  3. 이 렌즈의 본색은 낮이 아니라 밤에 드러납니다. 인공광이 섞이는 블루아워부터 시작해 가로등 불빛이 퍼지는 시간대에 가장 좋습니다.
  4. 아포, 주미룩스와는 방향 자체가 다릅니다. 어느 게 낫다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먼저입니다.
  5. 가격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2년째 가방에 들어있습니다.

🕰️ 라이카 7년, 이 렌즈에 이르기까지

처음 라이카를 손에 쥔 건 7년 전이었습니다.

바디는 M9-P, 첫 렌즈는 Summicron 35mm f/2.0 4세대였습니다.

라이카 M9-P와 주미크론 35mm f/2.0 렌즈를 들고 있는 모습, 라이카 M9-P 사용 시절 기록 사진
라이카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의 M9-P와 35mm 주미크론입니다. 이 조합으로 꽤 오랫동안 같이 했었습니다.

라이카가 무엇인지, 레인지파인더로 찍는다는 게 어떤 감각인지 — 그 조합으로 꽤 오래 적응해 왔었죠. M9-P 특유의 CCD 색감과 주미크론의 단정한 화질은 좋은 출발점이었습니다. [M9-P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 사용기에서 정리했습니다.]

이후 바디를 M10-R로 바꿨습니다. [그때 느낀 변화 역시 ‘라이카 M10-R 1년 사용기’에 남겨두었습니다.] 고해상도 CMOS, 개선된 고감도 성능, 조금 더 현대적인 운용성. 같은 렌즈를 달아도 결과물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렌즈는 지금 두 개입니다. Summilux 35mm f/1.4 II와 이 글의 주인공 Noctilux 50mm f/1.2 ASPH.. 35mm는 일상과 여행, 50mm는 조금 더 의도적으로 찍고 싶을 때 꺼냅니다.

라이카 M 바디와 Summilux 35mm f/1.4 II, Noctilux 50mm f/1.2 ASPH 렌즈를 나란히 놓은 모습
일상은 35mm, 조금 더 의도적인 장면은 50mm. 지금은 이 두 렌즈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50mm를 들이기로 결심하고 나서, 앞서 말한 세 후보를 놓고 몇 달을 고민했습니다. 스펙을 비교하고, 커뮤니티 후기를 읽고, 샘플 이미지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렌즈가 아니면 이 결과물을 만들 수 없겠다’는 이유 하나로 녹티룩스를 골랐습니다.

📐 Leica Noctilux-M 50mm f/1.2 ASPH(복각) 핵심 사양

항목 사양 비고
정식 명칭 Leica Noctilux-M 50mm f/1.2 ASPH.
출시 연도 2020 발표 / 2021 출시 오리지널은 1966년
최대 조리개 f/1.2 현행 f/0.95보다 한 스톱 좁음
렌즈 구성 4군 6매 비구면 렌즈 2매 포함
최소 초점 거리 1.0m 근거리 촬영 시 주의 필요
조리개 날 수 16매
필터 구경 E49
최대 직경 52mm
전체 길이 61mm
무게 405g f/0.95 대비 약 300g 경량
마운트 Leica M
코팅 다층 코팅
원산지 독일
참고 가격 약 900~1,000만 원대 구입처·시기에 따라 상이

1966 오리지널 vs 2020 복각, 무엇이 달라졌나

이름과 최대 개방값 f/1.2는 같습니다. 하지만 렌즈 설계는 완전히 새롭습니다. 오리지널은 구면 렌즈만으로 구성됐지만, 복각에는 비구면 렌즈 2매가 들어가면서 개방 시 주변부 수차와 왜곡이 현저히 개선됐습니다.

코팅 역시 현대적 다층 코팅으로 바뀌어 플레어와 고스트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졌습니다. 오리지널의 감성을 이름으로 계승하되, 실용성은 현대 기준으로 끌어올린 렌즈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화질 — 숫자가 아니라 성격으로 이해해야 하는 렌즈

개방 f/1.2, 기대와 현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개방에서 선예도가 어떤가요?”

솔직하게 말하면, 현대적 고해상 렌즈 기준으로 보면 기대보다 부드럽습니다. 중심부는 충분히 선명하지만 주변부는 흐려지고, 콘트라스트는 살짝 낮은 편입니다. 아포 주미크론처럼 ‘칼같이 선명하다’는 인상은 전혀 아닙니다.

대신 이 렌즈가 개방에서 만드는 건 따로 있습니다.

피사체가 배경으로부터 살짝 앞으로 떠오르는 입체감. 보케의 경계가 날카롭게 잘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 그리고 녹티룩스 특유의 빛 처리 — 강한 광원이 있을 때 빛이 피사체를 감싸 안듯 퍼지면서도 과하게 번지지 않는 그 공기감. 이것들은 MTF 수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라이카 녹티룩스 50mm f/1.2로 촬영한 꽃밭과 인물, 배경이 부드럽게 흐려진 입체감 있는 장면
숫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순간에서 녹티룩스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느꼈습니다.

좋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고, 선명도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다기보다, 이 렌즈의 방향을 먼저 이해하는 게 선택의 전제입니다.

낮보다 아름다운 밤 — 블루아워부터 시작되는 렌즈

이 렌즈가 본색을 드러내는 건 해가 완전히 진 뒤가 아니라, 빛이 아직 조금 남아 있는 시간입니다.

하늘이 완전히 검어지기 전, 인공광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블루아워.
자연광과 전구빛이 섞이는 그 짧은 구간에서 녹티룩스는 조금 다른 그림을 만듭니다.

라이카 녹티룩스 50mm f/1.2로 f/1.2 1/60초 촬영한 블루아워 꽃밭과 인물 장면, 배경이 부드럽게 흐려진 저녁 풍경
해가 완전히 지기 전, f/1.2와 1/60초로 촬영한 장면입니다. 이 시간대에서 녹티룩스의 공기감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느꼈습니다.

피사체는 또렷하게 떠오르고, 배경은 부드럽게 물러납니다. 빛은 퍼지지만 화면을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이 렌즈는 어두운 환경에서 셔터 속도를 확보해주는 기능적인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빛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가로등 불빛과 상점 조명이 화면에 들어와도 과하게 번지지 않고, 대신 장면 전체에 얇은 막처럼 공기를 입힙니다.

그래서 블루아워가 되면, 저는 습관처럼 이 렌즈를 마운트하게 됩니다.

낮에는 충분히 좋은 50mm일 수 있지만, 밤이 되면 비로소 녹티룩스가 됩니다.

⚠️ 라이카 초보자가 알고 시작해야 할 것들

커뮤니티 후기에 잘 나오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1. 초점 실패율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레인지파인더 초점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f/1.2를 쓰면, 초반 몇 달은 실패한 사진이 성공한 사진보다 훨씬 많습니다. 1~2m 거리 인물 촬영에서 눈에 정확히 초점이 맞지 않으면 그 사진은 쓸 수 없습니다.

저는 초반에 같은 장면을 3~4컷씩 찍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래야 한 장이 건져졌으니까요. 라이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면, 이 렌즈보다 먼저 레인지파인더 초점을 충분히 익히는 게 순서입니다.

라이카 녹티룩스 50mm f/1.2로 촬영한 인물 사진, 얕은 심도에서 초점 맞추기 어려운 상황 예시
얕은 심도 때문에 초점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게 됩니다.

2. 1.0m 최소 초점 거리 — 불편함이 습관을 바꿉니다

이 렌즈의 최소 초점 거리는 1.0m입니다. 현행 라이카 M 렌즈 중에서도 긴 편입니다.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역설적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피사체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장면 전체를 프레임 안에서 읽는 시간. 성급하게 셔터를 누르지 않는 리듬. 불편함이 촬영 태도를 조금씩 바꿔놓았습니다.

3. 분위기 있는 사진이 자동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이 렌즈로 찍으면 다 좋아 보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빛이 평범한 환경에서 개방으로 찍으면 그냥 심도 얕고 흐릿한 사진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이 렌즈가 빛을 발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감각을 익히는 데 저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직도 진행형이라 볼 수 있겠네요.

4. 무게와 균형

405g. 현행 f/0.95보다 가볍지만, M 바디와 조합하면 앞이 무겁습니다. 하루 종일 걸으며 찍는 여행에서는 중반부터 체감이 됩니다. 스냅 위주의 가벼운 외출에는 아무래도 35mm를 선택하는 날이 많은 편입니다.

🌍 2년의 기록 — 이 렌즈가 내게 남긴 것

국내외 여행, 일상 스냅, 거리 사진, 저녁 풍경. 2년 동안 이 렌즈를 들고 다니며 느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렌즈는 빠르게 찍는 상황보다 천천히 고르는 상황에 어울립니다.

분주한 시장이나 움직임이 많은 장면에서는 초점 실패가 잦았습니다. 반면, 한 걸음 멈춰 서서 빛을 읽을 시간이 있을 때는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라이카 녹티룩스 50mm f/1.2로 촬영한 가을 산책로 인물 사진, 낙엽과 햇빛이 어우러진 장면
걸음을 멈추고 빛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찍은 장면입니다. 이런 순간에 녹티룩스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느꼈습니다.

위 사진은 그런 순간 중 하나입니다. 낙엽이 쌓인 산책로, 낮게 기울어 들어오는 햇빛,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는 인물. 셔터를 서두르지 않고, 프레임을 한 번 더 정리한 뒤 조리개를 열었습니다.

녹티룩스는 장면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빛과 공기를 한 겹 얇게 얹습니다. 배경은 자연스럽게 물러나고, 피사체는 조용히 떠오릅니다.

이 렌즈는 사진을 잘 찍게 해주는 렌즈가 아닙니다. 사진을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렌즈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이런 분께는 비추천합니다

추천하는 경우

  • 라이카 바디를 1년 이상 써서 레인지파인더 초점이 어느 정도 몸에 밴 분
  • 결과물의 분위기와 공기감을 선명도보다 중시하는 분
  • 천천히 찍는 리듬을 즐기는 분
  • 아포나 주미룩스와는 다른 성격의 50mm를 원하는 분

비추천하는 경우

  • 선명도와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보는 분
  • 라이카 입문 초기, 레인지파인더 초점이 아직 낯선 분
  • 빠른 피사체나 순간 포착 위주로 찍는 분

💬 2년 후 솔직한 판단

라이카 녹티룩스 50mm f/1.2 ASPH 구성품과 M 바디에 장착된 모습, 박스와 렌즈 캡 포함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는 건 숫자가 아니라, 이 렌즈와 함께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이 렌즈가 사진 실력을 올려주지는 않았습니다.

초점 실패도 여전히 있고, 35mm보다 사용 빈도도 훨씬 적은 편입니다. 가격 또한 합리적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도 녹티룩스는 제 품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셔터를 누르기 전 한 번 더 멈추는 습관, 조리개를 열고 빛을 먼저 읽는 시간, 피사체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리듬. 이 렌즈가 준 건 더 좋은 사진이 아니라 사진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사진을 잘 찍게 해주는 렌즈가 아닙니다. 사진을 더 좋아하게 만드는 렌즈입니다.

다음 글 예고 — 녹티룩스 vs 아포 주미크론 vs 주미룩스, 라이카 50mm 세 렌즈 비교 분석

도입부에서 언급했듯이 이 렌즈를 고르기 전, 저는 세 후보를 놓고 몇 달을 고민했습니다.

아포 주미크론 50mm f/2.0, 주미룩스 50mm f/1.4, 녹티룩스 50mm f/1.2.

각각의 성격이 다르고, 어떤 사용자에게 어떤 렌즈가 맞는지도 다릅니다.

다음 글에서는 가격대도, 화질 성향도, 사용 목적도 전부 다른 세 렌즈를 한 자리에 놓고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려 합니다.

녹티룩스 후기만으로는 판단이 서지 않는 분들, 세 렌즈 중 어느 쪽이 자신에게 맞는지 고민 중인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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