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카 M10-R 유저가 니콘 Zf를 기웃거리는 이유 (feat. M11-P 기변 고민)
라이카 M10-R을 들고 나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황동 바디 특유의 묵직함이 주는 신뢰감은 여전합니다. 뷰파인더 속 이중 합치 상을 맞추는 그 짧은 순간의 집중. 결과물을 떠나서, 사진 찍는 행위 자체가 주는 만족도가 상당하거든요.
**M10-R을 중고로 구입한 후 사용한 지도 어느덧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처음 받았을 때 그 육중한 무게감과 차가운 금속 촉감에 반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4,000만 화소 센서가 뽑아내는 디테일도 인상적이었고요. 서브로 쓰는 리코 GR2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스냅 슈터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길거리 스냅이나 일상 기록용으로는 이만한 카메라가 없더라고요.

솔직히 장비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M10-R로 진지한 촬영을 하고, GR2로 가볍게 기록을 남기는 시스템. 나름 효율적이고 만족스러웠거든요. 렌즈도 Noctilux 50mm f/1.2와 Summilux 35mm f/1.4 ASPH II, 두 개면 웬만한 상황은 다 커버됩니다.
그런데 최근 이 균형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바로 니콘 Zf 때문입니다.
라이카 유저는 보통 타 브랜드로 잘 안 넘어간다고들 하죠. M 시스템에 한번 빠지면 다른 카메라는 눈에 안 들어온다는 말도 있고요. 저도 그랬습니다. 소니 A7 시리즈나 캐논 R 시리즈를 봐도 “기술적으론 훌륭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야”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번엔 좀 다릅니다. M10-R 유저 입장에서 Zf가 왜 자꾸 눈에 밟히는지, 그리고 현실적 드림 카메라인 라이카 M11-P와 비교하면 어떤 고민이 생기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이성과 감성, 실용과 낭만 사이에서 흔들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입니다.
💡 TACO’s Summary
- 고민의 시작: M10-R의 감성은 완벽하지만, 움직이는 피사체(AF)와 영상 촬영의 부재로 인해 니콘 Zf를 서브 바디로 주목함.
- 비용 분석: 라이카 M11-P로 기변할 예산(약 500~600만 원)이면, Zf 바디에 네이티브 렌즈와 이종 교배 어댑터까지 모두 구성 가능.
- 잠정 결론: 이성적으로는 ‘M10-R + Zf 투 바디’ 시스템이 합리적이지만, 라이카 M 시스템의 완성을 향한 로망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 중.
📸 니콘 Zf, 생각보다 제대로 만들었더라
Zf가 처음 공개됐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레트로 디자인 표방하는 디지털카메라들이 대부분 겉만 번지르르하고 조작감은 플라스틱 장난감 같거든요. 후지필름 X 시리즈 정도가 그나마 괜찮았지만, 그것도 라이카 M의 질감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했습니다.
근데 스펙 뜯어보고 실사용 후기들 보니까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FM2를 계승한 디자인은 단순히 모양만 따라한 게 아닙니다. 황동 다이얼을 채택해서 조작 시 ‘틱, 틱’ 걸리는 기계식 손맛을 구현했고, 셔터음도 꽤 신경 썼습니다. 니콘이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여기에 다 들어간 느낌이에요.

스펙도 무시 못 합니다. 2,45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에 Z 마운트, 최신 EXPEED 7 이미지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ISO 감도는 100~64000까지 지원하고, 확장하면 ISO 204800까지 올라갑니다. M10-R이 ISO 100~50000인 걸 생각하면 저조도 성능은 Zf가 한 수 위죠.
AF 시스템도 인상적입니다. 니콘의 하이브리드 AF는 사람, 동물, 차량을 자동으로 인식합니다. 눈 인식 AF 정확도도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많더군요. 연속 촬영 속도는 최대 14fps. M10-R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AF가 되는 클래식 카메라’라는 점. 이게 M 유저한테는 엄청난 유혹이에요. M10-R로 정적인 풍경이나 사물 찍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움직이는 피사체나 가족사진은 솔직히 부담됩니다.
Zf는 그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디자인 만족감까지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대안입니다. 영상 기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4K 60p, 10bit N-Log 지원에 외부 모니터 출력까지 가능합니다. M10-R은 영상 촬영이 아예 안 되니까, 이 부분도 큰 메리트죠.
🤔 M 유저가 걱정하는 단 하나: 빌드 퀄리티
근데 우려되는 점도 명확합니다. 바로 빌드 퀄리티입니다.
M10-R 특유의 그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 덩어리 느낌. 손에 쥘 때마다 “이건 도구가 아니라 기계다”라는 확신이 듭니다. 황동 상판과 베이스 플레이트가 주는 그 묵직한 신뢰감은 어떤 카메라와도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M10-R의 무게가 약 660g인데, 이게 절대 가볍지 않지만 오히려 그 무게감이 안정적인 그립감을 만들어주거든요.
Zf도 마그네슘 합금 바디를 써서 견고함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M10-R 황동 상판이 주는 묵직한 신뢰감을 따라오긴 어려울 겁니다. Zf의 무게가 약 630g이니 비슷하긴 한데, 문제는 무게가 아니라 ‘질감’입니다. 손에 쥐었을 때 “이건 기계다”라는 느낌보다 “잘 만든 전자기기네”라는 느낌이 든다면, 결국 금방 싫증 나서 장터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튜브에서 Zf 리뷰 영상들을 계속 찾아보는 이유도 이거예요. 다들 “빌드 퀄리티 좋다”고는 하는데, 라이카 M과 비교한 리뷰는 거의 없더라고요. 직접 매장 가서 만져보기 전까진 확신이 안 섭니다.
뷰파인더 차이도 큽니다. **광학식(OVF)**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과, **전자식(EVF)**으로 처리된 영상을 보는 건 촬영 경험 자체가 다르니까요. M10-R의 OVF는 0.73배율 레인지파인더 방식입니다. 프레임 라인이 보이고, 그 밖의 세상도 함께 보입니다. 이게 주는 ‘맥락’이 있거든요. 지금 찍는 장면뿐만 아니라 그 주변까지 보이니까, 다음 구도를 미리 생각할 수 있습니다.
Zf의 EVF는 369만 화소 OLED 패널에 0.8배율이라고 합니다. 스펙상으론 훌륭하죠. 노출, 화이트밸런스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니 편의성은 EVF가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보는 맛’은 여전히 OVF 쪽입니다. 특히 저조도에서 EVF는 노이즈가 보이거나 잔상이 남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 부분도 직접 확인이 필요합니다.
🔴 라이카 M11-P, 완벽한데 너무 멀다
그럼 자연스럽게 시선은 라이카 M11-P로 향합니다.

M11-P는 M10-R 유저가 원하는 개선점을 다 갖췄습니다. 전면 빨간 딱지를 없앤 Stealth 디자인은 훨씬 차분하고 고급스럽습니다. 사실 M10-R 쓰면서 빨간 딱지가 좀 거슬렸거든요. 사진 찍을 때 불필요한 시선을 끌기도 하고요. M11-P는 완전히 블랙 아웃 처리해서 훨씬 절제된 느낌입니다.
6,000만 화소 BSI CMOS 센서는 M10-R의 4,000만 화소 대비 50% 더 높은 해상도를 제공합니다. 디지털 파일로 프린트할 때나 크롭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확실히 유리하죠. 다이나믹 레인지도 개선됐다고 합니다.
특히 256GB 내장 메모리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M10-R은 SD 카드 슬롯 하나인데, M11-P는 내장 메모리에 SD 카드까지 쓸 수 있으니 저장 공간 걱정이 없습니다. DNG 파일 하나가 60~80MB씩 하는데, 256GB면 여유롭죠. 하판을 안 따고도 배터리 교체 되는 편의성도 무시 못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M 시스템의 정점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문제는 가격과 포지션입니다.
M10-R 중고 시세가 현재 약 700~800만 원대입니다. M11-P 신품 가격은 약 1,400만 원 초반. M10-R을 처분하고 M11-P로 넘어가려면 최소 500~60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물론 중고로 넘어가도 3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겁니다.
냉정하게 따지면, 4,000만 화소에서 6,000만 화소로 가는 게 제 사진 생활에 그만큼 큰 변화를 줄까요? 지금도 M10-R 파일 용량 때문에 외장하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는데, 6,000만 화소면 저장 공간 압박이 더 심해질 겁니다. 오히려 고화소로 인한 핸드블러 위험도 높아집니다. 손떨림에 더 민감해지니까요.
💸 Zf 기추 vs M11-P 기변,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현실적으로 계산해봤습니다. M11-P로 가는 추가 비용 500~600만 원이면, 니콘 Zf 바디에 고급 Z 렌즈, 수동 렌즈 어댑터까지 다 맞출 수 있습니다.
Zf 바디 가격이 약 270만 원입니다. 여기에 니콘 Z 50mm f/1.8 S(80만 원), Z 35mm f/1.8 S(100만 원) 두 개 렌즈 맞추면 450만 원 정도. 아니면 **테크아트 LM-NZ 어댑터(40만 원)**를 사서 기존 M 렌즈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테크아트 어댑터는 AF 모터 내장이라 수동 렌즈로도 AF를 쓸 수 있거든요.
두 시나리오를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 구분 | 시나리오 A (M11-P 기변) | 시나리오 B (M10-R 유지 + Zf 기추) |
|---|---|---|
| 구성 | M11-P + 기존 M렌즈 | M10-R + Zf + M/Z렌즈 혼용 |
| 추가 비용 | 약 500~600만 원 | 약 270~450만 원 |
| 장점 | M 시스템의 완성, One Body 철학 | 상황별 유연한 대처, 영상/AF 확보 |
| 단점 | 여전히 수동 초점, 높은 비용 | 기기 관리 번거로움, 감성 분산 |
| 주요 활용 | 진지한 작품 사진, 일상 기록 | 작품(M10-R) / 가족, 행사, 영상(Zf) |
이성적으로는 시나리오 B가 훨씬 합리적입니다. 비용도 절반 수준이고, 활용도도 높습니다. 특히 Zf의 흑백 모드는 라이카 모노크롬 바디에 대한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해줄 것 같거든요. 니콘 흑백 모드가 꽤 훌륭하다는 평가가 많더라고요.

M 렌즈를 Zf에 물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Summilux 35mm f/1.4를 Zf에 물려서 AF로 쓴다? 상상만 해도 흥미롭습니다. 물론 네이티브 렌즈만큼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죠.
⚖️ 마무리하며: 이성과 감성 사이
머리로는 니콘 Zf가 정답이라고 외치는데, 가슴 한구석에서는 M11-P의 매트한 블랙 페인트가 아른거립니다.
이성적으로 따지면 Zf가 압도적입니다. 비용 대비 효율, 활용도, 기능성 모든 면에서 우위죠. M10-R과 Zf 투 바디 시스템을 운용하면 거의 모든 촬영 상황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레인지파인더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AF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감성적으로는 M11-P가 계속 눈에 밟힙니다. 라이카 M 유저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 ‘최종 바디’잖아요. M10-R에서 M11-P로 넘어가는 건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M 시스템의 완성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니콘 Zf를 전천후 서브 바디로 들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M10-R의 ‘불편함의 미학’은 그대로 즐기되, 그 불편함이 촬영을 방해하는 순간에는 Zf가 보완재가 되어줄 테니까요. 라이카 감성을 흉내 낸 게 아니라, 니콘 방식으로 클래식을 재해석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조만간 카메라 샵에 들러서 Zf를 직접 만져볼 예정입니다. 손에 쥐는 순간 답이 나오겠죠. “아, 이거다” 싶을지, 아니면 “역시 라이카만 한 게 없네” 하며 내려놓을지요. 어떤 선택을 하든, 카메라를 고민하는 이 시간조차 사진 생활의 즐거운 일부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