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스타는 왜 중국으로 갔을까? – 지리, 볼보, 부산공장의 삼각 구조
“폴스타요? 중국 차 아니에요?”
폴스타 이야기를 하면 꼭 돌아오는 질문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폴스타의 주요 모델이 중국에서 생산되니까요. 하지만 “중국 차”라는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엔, 폴스타의 구조는 훨씬 복잡합니다.
스웨덴에서 태어났지만 중국 자본이 키웠고, 중국에서 만들어지지만 한국 부산에서도 생산되고, 미국 시장을 노리지만 관세로 인해 고심하는 브랜드.
이게 바로 폴스타입니다.
1편에서 폴스타의 역사를 살펴봤다면, 이번 2편에서는 “폴스타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즉 생산 구조와 글로벌 전략을 해부해봅니다.
지리 오토, 볼보, 르노코리아까지 얽힌 복잡한 삼각 구조 속에서 ‘폴스타가 왜 중국으로 갔는지’ 그 이유를 따라가보죠.
🚗 1. 복잡한 지배구조 – 지리·볼보·폴스타

누가 누구의 회사인가? 폴스타를 이해하려면 먼저 지배 구조부터 짚어야 합니다. 누가 누구를 소유하고, 누가 의사결정을 하는가?
📊 소유 구조 (2025년 11월 기준)
지리 홀딩(Geely Holding)
├─ 볼보자동차(Volvo Cars) – 지분 약 78%
└─ 폴스타(Polestar) – 지분 약 66% (직·간접 포함)
├─ 볼보자동차 – 약 16%
└─ 나스닥 상장 주주 (PSNY)
즉 지리가 실질적 지배권을 가진 구조입니다. 볼보는 여전히 전략적 파트너이지만, 과거보다 영향력이 줄어든 상태죠.
폴스타는 나스닥 상장사로서 법적으로 독립되어 있으나, 운영 측면에서는 여전히 볼보와 지리의 공동 생태계 안에 있습니다.
독립된 브랜드, 공유된 플랫폼
폴스타는 형식상 독립 브랜드지만 실질적으로는 볼보와 기술·시설을 깊게 공유합니다.
- 플랫폼 공유: Polestar 2는 볼보 XC40과 동일한 CMA 플랫폼, Polestar 3는 SPA2 플랫폼 기반
- 부품 공유: 배터리·모터·섀시 등 핵심 부품 공동 사용
- 공장 공유: 일부 중국 공장은 볼보·폴스타 공용
- R&D 협력: 전동화 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공동 진행
이런 구조를 “공동 개발, 별도 브랜딩(Co-development, separate branding)”이라 부릅니다. 폭스바겐 그룹 내 아우디·포르쉐 관계와 유사하죠.
왜 이렇게 복잡하게?
답은 단순합니다. 비용 절감과 브랜드 차별화.
전기차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듭니다. 플랫폼과 배터리, 인포테인먼트까지 새로 만들어야 하니까요.
볼보와 폴스타가 각자 개발하면 비용이 두 배지만, 공유하면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대신 디자인·세일즈는 철저히 분리해 브랜드 개성을 유지하는 겁니다.
지리 회장 리수푸는 이 구조를 “한 지붕 두 가족”이라 표현했습니다. 같은 집에 살지만 방은 따로 쓰는 가족, 그게 지금의 폴스타와 볼보입니다.
🏭 2. 중국 중심의 생산 거점 (항저우만·충칭)

저장성 루차오 공장 – Polestar 2의 고향
폴스타의 핵심 생산 거점은 중국 저장성 루차오(Luqiao)입니다. 이곳은 지리·볼보·링크앤코(Lynk & Co)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CMA 슈퍼팩토리입니다.
📍 루차오 공장 개요
- 위치: 저장성 타이저우시 인근
- 생산 차종: Polestar 2, Volvo XC40, Lynk & Co 01
- 플랫폼: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
- 배터리 공급: CATL, LG에너지솔루션
2019년부터 Polestar 2가 이 공장에서 양산되었으며,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 대부분이 이곳에서 만들어집니다.
충칭 공장 – Polestar 3의 생산지
Polestar 3는 중국 청두 및 충칭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충칭은 서남부 내륙의 산업 도시로, 볼보 EX90과 생산 라인을 공유하죠.
📍 충칭 공장 특징
- 생산 차종: Polestar 3
- 플랫폼: SPA2 (볼보 EX90 동일)
- 생산능력: 약 15만 대 수준 (언론 보도 기준)
- 공동 운영: 볼보 + 지리
이 공장은 수출형 대형 전기 SUV 생산을 담당하며, 2024년부터 양산이 본격화되었습니다.
🇺🇸 3. 미국 관세 리스크와 대응 전략

100%의 벽, 중국산 전기차를 향한 폭탄 관세
최근,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 이후 중국산 자동차—특히 전기차(EV)—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최대 100%까지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높은 장벽 때문에 미국 시장으로의 완성차 직접 수출을 사실상 포기하고, 멕시코·동남아 등 제3국을 통한 우회 생산 전략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계획의 좌절
폴스타는 한때 볼보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리지빌 공장을 활용해 Polestar 3를 현지 생산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높은 인건비와 물류비, 낮은 판매 전망이 겹치며 2023년에 계획이 보류되었고, 결국 Polestar 3는 중국 충칭(Chongqing) 생산으로 확정됐습니다.
이 결정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관세 리스크와 지정학적 변수까지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 4. 한국 부산공장 – 지정학 리스크의 해답
지리, 르노코리아와 손잡다
2022년, 지리 홀딩스(Geely Holdings) 가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르노삼성의 후신인 부산공장은 연간 약 3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가동률이 30%대로 떨어져 있었죠.
지리는 이 공장을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제3축’으로 삼았습니다.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 거점을 확보해 관세 리스크를 분산하고, 북미·유럽 시장으로의 수출 통로를 확보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만들어지는 Polestar 4

2025년 하반기부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Polestar 4 양산이 시작됩니다. 이 모델은 중국 항저우만 공장과 더불어 폴스타 최초의 다국적 생산 체계를 완성하게 됩니다.
특히 부산 생산분은 미국·유럽 수출용 핵심 물량으로 배정될 예정입니다.
📊 생산지별 관세 비교 (미국 수출 기준)
| 생산지 | 미국 관세율 | 예상 가격 영향(기준가 $50,000) |
|---|---|---|
| 중국(충칭) | 약 100% | 약 $100,000 수준 |
| 한국(부산) | 15% | 약 $57,000 수준 |
‘Made in Korea’ 라벨은 단순한 관세 절감 효과를 넘어 품질 신뢰도에서도 강점을 가집니다. 현대·기아 브랜드를 통해 이미 검증된 한국 제조 품질이 폴스타에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거죠.
리스크 분산의 핵심 거점
부산공장은 단순한 위탁생산지가 아닙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적 거점입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더라도, 부산을 통해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죠.
이건 지리·볼보·폴스타가 함께 추진하는 글로벌 생산 다변화 전략의 초석입니다.
🌍 5. 유럽 생산 거점 검토
폴스타 CEO 토마스 잉겐라스는 2024년 인터뷰에서 “Polestar 5는 유럽 생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후보지는 벨기에 겐트(Ghent) 공장입니다. 이곳은 볼보 XC40, EX30을 생산 중이며 폴스타가 이 라인을 일부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럽 생산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 유럽 소비자 신뢰도 강화
- EU 내 보조금 수혜 가능
- 물류·탄소 절감 효과
📋 모델별 생산지 요약 (2025 기준)
| 모델 | 생산지 | 플랫폼 | 비고 |
|---|---|---|---|
| Polestar 2 | 중국 루차오 | CMA | 볼보 XC40 공유 |
| Polestar 3 | 중국 충칭 | SPA2 | 볼보 EX90 공유 |
| Polestar 4 | 중국 항저우만 + 한국 부산(예정) | SEA | 첫 다국적 생산 |
| Polestar 5 | 미정 (유럽 유력) | PPA(Polestar Performance Architecture) | 플래그십 GT |
| Polestar 6 | 미정 | – | 2026 이후 결정 |
폴스타의 핵심 방향은 명확합니다. “한 나라에 의존하지 않는다.”
🔍 6. “중국산 전기차”라는 프레임을 넘어서
폴스타는 스웨덴에서 디자인되고, 중국·한국에서 만들어지며, 유럽·미국에서 판매됩니다.
그렇다면 폴스타는 어느 나라 차일까요?
- 법적으로는 스웨덴 회사
- 자본적으로는 중국 기업
- 생산적으로는 중국과 한국
- 기술적으로는 스웨덴과 중국의 합작
결국 한 나라의 이름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브랜드입니다.

현대 자동차 산업에서 ‘국적’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BMW iX도 중국 배터리를 쓰고, 테슬라 모델 Y는 상하이에서 생산됩니다. 폴스타 역시 그 연장선에 있죠.
중요한 건 “어디서 만들었나”가 아니라 “얼마나 잘 만들었나”입니다.
폴스타는 이를 위해 생산 투명성을 내세웁니다. 탄소 배출량과 공급망을 공개하고, 지속 가능성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내걸고 있습니다.
💡 7. 마무리하며
폴스타가 중국으로 간 이유는 명확합니다. 비용 효율성, 공급망 접근성, 시장 규모. 합리적 선택이었죠.
하지만 지금 폴스타는 단순히 중국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미국의 관세 장벽과 지정학 리스크, 브랜드 이미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부산공장과 유럽 생산 거점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습니다.
결국 폴스타는 ‘중국산 전기차’가 아니라 글로벌 분업 시대의 산물입니다. 복잡하지만 투명한, 그래서 더 현실적인 브랜드. 그게 지금의 폴스타입니다.
📍 다음 편 예고:
《폴스타 2 vs 4, 어떤 전기차가 현실적인 선택일까》
두 모델의 성격은 분명히 다릅니다. 하나는 실용적인 패스트백, 다른 하나는 쿠페 SUV.
가격, 주행 성향, 충전 효율, 유지비를 중심으로 데이터와 사용자 평가를 통해 현실적인 선택지를 분석합니다.
그럼,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오늘도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폴스타 시리즈 전체 보기
✅ [1편] 폴스타의 시작 – 볼보의 그림자에서 태어난 별
✅ [2편] 폴스타는 왜 중국으로 갔을까 – 지리, 볼보, 부산공장의 삼각 구조 (현재 글)
🔄 [3편] 폴스타 2 vs 4 – 실구매자를 위한 완벽 비교
🔄 [4편] 폴스타 4 시승기 – 쿠페형 전기 SUV, 대전까지 가서 직접 타봤습니다
🔄 [5편] 폴스타의 미래 – 전기차 시장의 다크호스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발행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