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지도 해안일주도로 완전 정리 — 코스·볼거리·드라이브 후기
욕지도에서 차를 내리는 순간, 한 가지 판단이 필요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돌 것인가.
해안일주도로 총 길이는 약 24km. 선착장을 기점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도, 반시계방향으로 돌아도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현지에서 흔히 권하는 방향은 반시계, 즉 왼쪽으로 출발하는 코스입니다. 바다와 고구마밭이 번갈아 등장하는 욕지도 특유의 풍경을 차례로 만나기 좋다고 합니다.
저는 반대로 시계방향으로 돌았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긴 한데,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결국 도로는 하나고, 볼 것들은 어디에든 있으니까요.

📋 욕지도 해안일주도로 한눈에 정리
| 항목 | 내용 |
|---|---|
| 전체 거리 | 약 24km |
| 예상 소요 시간 | 정차 없이 50~60분 / 여유 있게 2시간 |
| 난이도 | 보통 (S자 급커브 구간 있음, 속도 주의) |
| 추천 방향 | 반시계 권장 (시계방향도 무방) |
| 시계방향 기준 경유 순서 | 선착장 → 새천년기념공원 → 덕동해수욕장 → 대송 솔구지 전망대 → 흰작살해수욕장 |
| 주차 | 전망대·해변 인근 대부분 무료 갓길 주차 가능 |
| 흰작살해수욕장 주차 | 사유지, 차량당 5,000원 (도로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충분) |
| 추천 시간대 | 여름: 오전 일찍 출발 / 봄·가을·겨울: 낮 시간대, 솔구지 전망대 석양으로 마무리 |
| 차량 | 일반 승용차 가능. 대형 차량은 협로 주의 |
🌊 도로 자체가 전망대입니다

욕지도 해안일주도로의 가장 큰 특징은 따로 전망대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달리다 보면 길 자체가 자꾸 멈추게 만듭니다. 도로가 능선을 타고 오르내리며 한려수도 바다가 차창 너머로 불쑥 나타나고, 굽이마다 각도가 달라진 섬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욕지도는 바위섬입니다. 해안 대부분이 기암괴석과 절벽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모래사장이 이어지는 평범한 해안과는 결이 다릅니다.

해안가 대부분이 절벽인 욕지도 특성상, 해안도로에서 마을까지 내려가는 경사가 상당합니다. 작은 어촌 마을들이 가파른 비탈에 붙어 있는 모습 자체가 욕지도만의 풍경입니다.

중간중간 S자 급커브 구간이 등장합니다. 속도만 낮추면 일반 승용차로 충분히 달릴 수 있고, 운전 자체를 즐기는 분이라면 오히려 이 구간이 반가울 겁니다. 거제 해안도로, 남해 창선·삼천포대교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드라이브 재미가 있습니다.
다니는 차가 많지 않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성수기가 아닌 시즌에는 도로를 거의 혼자 쓰다시피 합니다. 정말 한적하더군요. 그 여백이 오히려 창밖 풍경을 제대로 눈에 담게 해줍니다.

섬을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욕지도는 연화열도 중 가장 큰 섬으로 낚시 명소로 유명한 곳입니다. 전문 장비를 갖춘 분들도 있고, 동네 어르신처럼 편한 차림으로 앉아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낚시꾼이 있는 곳에 횟집이 따라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도로 중간중간에 횟집 간판도 자주 눈에 띕니다.
🗺 욕지도 해안일주도로 주요 경유지
새천년기념공원 — 삼여도·펠리컨 바위·출렁다리가 한데 모인 곳
시계방향으로 달리다 섬의 절반쯤에서 새천년기념공원에 닿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나무 데크와 잔디밭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잠깐 차를 세우고 쉬어가기 좋습니다. 공원 앞 바다에는 세 개의 바위섬이 나란히 서 있는데, 이를 삼여도라고 부릅니다. 욕지도를 대표하는 비경 중 하나로 꼽히는 곳입니다.
이날은 시야가 조금 뿌옇게 흐려 아쉬웠습니다. 화면을 확대하니 펠리컨 바위가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이름처럼 펠리컨이 부리를 벌리고 앉은 형상입니다. 펠리컨 바위는 공원 인근 출렁다리 1번 구간에서 내려다보는 앵글이 가장 압권입니다. 삼여도와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욕지도 출렁다리는 1번부터 3번까지 있으며, 각 다리마다 조망 포인트와 난이도가 다릅니다. 트레킹 코스와 함께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별도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새천년기념공원에는 욕지도 최고봉인 천왕봉(해발 355m) 등산로 입구도 있습니다. 정상까지는 약 1시간 30분 내외로, 드라이브 대신 걸어서 섬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 많이 찾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덕동해수욕장 — 욕지도에서 가장 크고 실속 있는 해변
새천년기념공원을 지나 계속 달리면 덕동해수욕장이 나옵니다.

모래가 아니라 몽돌 해변입니다. 물이 맑고 파도가 잔잔해서 물놀이하기에 적합하고, 낚시를 즐기는 분들도 많습니다.

해변 끄트머리 쪽으로 가보니 배 위에서는 잡아 올린 고등어를 차량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분주했습니다. 관광객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 표정이, 오히려 욕지도 일상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해변 한쪽 모퉁이에는 횡재한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누군가 던져 준 고등어에 한참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꽤 오래.
대송 솔구지 전망대 — 욕지도에서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곳
이름은 생소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꼭 들르는 전망대입니다.

남해안에서 다도해 풍경이 가장 넓게 펼쳐지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뒤로는 솔숲이 있고, 앞으로는 한려수도의 섬들이 겹겹이 깔립니다. 특히 석양 시간대에 방문하면 노을과 섬 실루엣이 겹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욕지도 일정을 잡을 때 솔구지 전망대에서 해넘이를 보는 것을 목표로 시간표를 역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흰작살해수욕장 — 이름의 유래가 있는 아담한 몽돌 해변
솔구지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달리면 흰작살해수욕장이 나옵니다.

몽돌이 깔린 작은 해수욕장으로, 밤자갈이 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덕동해수욕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풍경이 아담하고 조용합니다. 개인 사유지여서 주차 시 차량당 5,000원이 발생합니다. 잠깐 들렀다 가는 식이라면 도로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얼마나 걸릴까 — 실제 소요 시간
정차 없이 달리기만 하면 50~60분이면 충분한 거리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돌고 나면 뭘 봤는지 기억이 없을 겁니다.
전망대마다 차를 세우고, 해변에 한 번 내려서고, 사진 몇 장 찍다 보면 두 시간은 자연스럽게 넘습니다. 새천년기념공원에서 30분, 덕동해수욕장에서 20분, 솔구지 전망대에서 20분만 잡아도 이미 한 시간이 붙습니다. 출렁다리 트레킹까지 더한다면 반나절 일정이 됩니다.
저는 출렁다리 트레킹과 식사까지 포함해 반나절로 마쳤습니다. 당일치기라면 오전 배를 타고 들어와 일주 코스를 돌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 배편으로 나오는 일정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 마치며
욕지도 해안일주도로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달리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는 코스입니다.
국내에서 차를 싣고 들어가는 섬 드라이브가 가능한 곳은 많지 않습니다. 선적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나면 욕지도가 그 값을 충분히 해줍니다. 기암절벽을 끼고 도는 도로, 한적한 어촌 마을, 다도해가 펼쳐지는 전망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종류의 풍경입니다.
차 없이 욕지도에 갔다면 분명 후회했을 겁니다.
다음 글에서는 욕지도 좌부랑개 마을, 일명 자부마을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고등어 황금어장으로 번성했던 파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근대 어촌의 발상지로 불리는 마을입니다. 해안일주도로를 돌고 나서 선착장 방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르기에도 좋은 위치입니다.
💡 욕지도 배편 정보는 이전 글 통영 욕지도 배편 완전 정리 — 삼덕항 요금·시간표·차량 선적 실제 후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