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많은 라이카 유저들이 35mm를 선택할까? – 인물과 스냅의 기준 화각
라이카 M 렌즈 완전 정복 시리즈 | 시즌 2: 화각별 분석 (2/5)
35mm는 라이카 M 시스템에서 인물과 스냅에 가장 많이 쓰이는 기준 화각입니다. 50mm보다 넓은 시야로 피사체와 배경을 함께 담을 수 있고, 스트리트 사진에서 ‘한 발 더 들어가게’ 만드는 거리감을 제공합니다.
- 화각: 50mm보다 넓지만 28mm보단 좁은 균형점
- 거리감: 사진가를 장면 안으로 끌어들이는 화각
- M 시스템: 0.72배율 파인더에서 프레임 밖이 보여 스냅에 최적
- 주미크론 35mm f/2: 가장 균형 잡힌 선택, 정확하고 안정적인 화질
- 주미룩스 35mm f/1.4: 감정과 입체감, 스냅·인물 겸용
- 주마론 35mm f/2.8: 클래식 렌더링, 흑백과 기록 사진에 적합
- 엘마릿 35mm f/2.8: 가볍고 실용적, 여행·일상 기록용
- 50mm 다음 렌즈를 고민 중인 라이카 M 사용자
- 스냅과 인물 촬영을 동시에 하고 싶은 분
-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에 관심 있는 분
- 첫 M 렌즈로 가장 실용적인 화각을 찾는 분
50mm가 기준이라면, 35mm는 관계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사람과 공간 사이의 온도, 그리고 사진가와 피사체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 35mm를 처음 써보면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50mm에서 익숙했던 거리가 갑자기 너무 멀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 발, 반 발 더 다가가게 됩니다. 도망치지 말고, 멀어지지 말고, 그 장면 안으로 들어가게 되죠.
라이카 M 사용자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결국 남는 건 35mm와 50mm다.” 50mm가 나를 돌아보게 하는 화각이라면, 35mm는 세상을 향해 고개를 들게 하는 화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Leica M 시스템에서 35mm가 인물과 스냅의 최적 화각으로 불리는지, 그리고 왜 많은 사진가들이 50mm 다음 렌즈로, 혹은 아예 첫 렌즈로 35mm를 선택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35mm 화각의 특징: 50mm와 무엇이 다른가?

35mm는 흔히 이렇게 설명됩니다. “광각과 표준의 중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35mm의 성격을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35mm는 50mm보다 약 30도 정도 시야각이 넓습니다. 수치로는 작은 차이지만, 실제 프레임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진이 나옵니다. 같은 위치에서 찍어도 35mm는 피사체 양옆 공간까지 함께 들어오니까요.
50mm가 피사체 하나에 집중하게 만든다면, 35mm는 그 주변을 함께 보게 합니다. 사람 뒤에 있는 거리, 어깨 너머의 풍경, 말을 걸기 직전의 공기까지.
인물 사진에서도 35mm는 독특합니다. 얼굴만 찍는 화각이 아니라,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를 함께 기록하거든요. 이게 바로 스냅 사진에서 35mm가 강한 이유입니다. 순간을 포착하면서도 맥락을 놓치지 않으니까요.
🚶 한 발 더 다가가야 하는 화각
35mm의 가장 큰 특징은 이것입니다. 사진가가 움직이지 않으면 사진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
50mm에서는 반 발 물러서도 사진이 됩니다. 하지만 35mm에서는 그러면 너무 멀어집니다. 피사체는 작아지고, 배경은 과하게 많이 들어오고, 사진의 주제가 흐려지죠.
35mm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 지금 이 장면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 이 사람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도 괜찮을까?
- 내가 이 거리까지 허용받고 있는 걸까?

Leica M10-R + Summilux 35mm f/1.4 ASPH | f/4, 1/100s | 대구
35mm는 기술적인 화각이 아니라, 사진가의 태도를 시험하는 화각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 대한 용기, 혹은 망설임. 그 모든 게 사진에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어렵고, 어떤 사람에게는 더없이 솔직한 렌즈가 되는 이유입니다.
🔧 라이카 M 시스템에서 35mm가 특별한 이유
라이카 M 바디에서 35mm는 유난히 편안합니다. 특히 0.72배율 뷰파인더 기준으로 보면 더 그렇습니다.
35mm 프레임 라인은 답답하지도, 과하게 넓지도 않습니다. 프레임 안과 밖이 동시에 보이면서, “지금 이 장면이 곧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겠구나” 하는 예감이 생기죠.
DSLR이나 미러리스에서 35mm는 뷰파인더 안에 이미 모든 게 고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M 시스템에서는 프레임 밖의 세계가 항상 함께 보입니다. 왼쪽에서 사람이 걸어 들어오는 걸 미리 보고, 오른쪽에서 자전거가 지나가는 걸 감지하고,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스냅이 빠른 이유입니다. 그리고 결정이 직관적인 이유이기도 하죠.
여기에 하나 더. M 시스템에서 35mm는 광학 설계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50mm만큼은 아니지만, 센서로 들어오는 빛의 입사각이 여전히 완만한 편이라 디지털 센서와의 궁합이 좋습니다. 28mm로 내려가면 주변부 색수차나 비네팅 문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데, 35mm는 그 경계선 바로 앞에 있죠.
🔍 라이카 35mm 렌즈 4종 비교: 주미크론부터 엘마릿까지
35mm에서도 라이카는 늘 선택지를 남겨둡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고 말하듯이요.
| 렌즈 | 조리개 | 무게 | 출시 | 성격 | 추천 대상 |
|---|---|---|---|---|---|
| 주미크론 ASPH |
f/2 | 250g | 1996 | 균형과 정직함 | 만능 스냅 렌즈, 일상 기록 |
| 주미룩스 ASPH |
f/1.4 | 320g | 1990/2010 | 감정과 유연함 | 인물+스냅 겸용, 저조도 |
| 주마론 (빈티지) |
f/2.8 | 170g | 1950년대 | 클래식 거리감 | 흑백 사진, 느린 촬영 |
| 엘마릿 ASPH |
f/2.8 | 180g | 2012 | 실용과 가벼움 | 여행, 일상 기록, 휴대성 |
※ 무게는 렌즈 후드 제외 기준입니다. 실제 선택은 사진가의 촬영 스타일과 35mm를 어떻게 쓰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1. 주미크론 35mm f/2 ASPH
가장 균형 잡힌 스냅 렌즈

라이카 35mm 라인업의 기준점입니다.
주미크론 35mm f/2 ASPH는 1996년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도 ’35mm의 기준’으로 불립니다. 라이카가 비구면(Aspherical)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만든 렌즈로, 개방부터 안정적인 해상도와 콘트라스트를 보여줍니다.
개방 f/2에서도 중앙부터 주변부까지 고른 샤프니스를 유지하고, 조리개를 f/4 정도만 조여도 풍경 촬영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성능을 냅니다. 색을 밀어붙이지 않는 톤, 과하지 않은 콘트라스트. 사진을 잘 나오게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정직하게 나옵니다.
스냅, 여행, 일상 기록.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늘은 그냥 이 렌즈 하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렌즈. 그게 주미크론 35mm입니다.
크기와 무게도 적당합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아서 M 바디와의 밸런스가 좋습니다. 하루 종일 들고 다녀도 부담이 없고, 손에 익으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렌즈죠.
2. 주미룩스 35mm f/1.4 ASPH
감정이 조금 더 들어간 35mm
주미룩스 35mm f/1.4는 현재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1990년대 등장한 초기 ASPH 버전과, 2010년 출시된 FLE(Floating Element) 버전이죠. 둘 다 비구면 설계를 사용하지만, FLE 버전은 플로팅 엘리먼트 구조를 추가해 근거리 촬영 성능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f/1.4라는 밝기는 35mm에 감정을 얹어줍니다. 배경은 살짝 흐려지고, 피사체는 조금 더 또렷해지죠. 주미크론이 ‘기록’에 가깝다면, 주미룩스는 ‘해석’에 가깝습니다.
주미룩스 35mm는 스냅과 인물 사이의 경계를 흐립니다. 스냅인데 감정이 있고, 인물인데 상황이 살아 있습니다. 거리에서 사람을 찍을 때, 여행지에서 풍경과 사람을 함께 담을 때, 이 렌즈만큼 유연한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개방 f/1.4에서는 부드럽고 약간 몽환적인 느낌이 나지만, f/2.8 정도만 조여도 주미크론 못지않은 샤프니스를 보여줍니다. 이 조리개별 성격 변화가 주미룩스의 매력이기도 하죠.
다만 무게는 주미크론보다 확실히 무겁습니다. 약 320g으로, 주미크론(약 250g)보다 70g 정도 더 나갑니다. 숫자로는 작아 보이지만, M 시스템에서 70g은 체감됩니다.
3. 주마론 35mm f/2.8
거리감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화각

1950년대부터 이어진 라이카의 클래식 라인. 작고, 가볍고, 조용한 렌즈입니다.
주마론 35mm f/2.8은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라이카의 클래식 라인입니다. 최신 ASPH 버전도 있지만, 많은 M 유저들이 여전히 구형 주마론을 찾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작고, 가볍고, 조용하니까요.
요즘 기준으로 보면 f/2.8은 많이 어둡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광학 설계가 단순하고, 렌즈 자체가 컴팩트합니다. M 바디에 장착하면 거의 일체형처럼 느껴질 정도죠.
콘트라스트는 낮고, 톤은 부드럽고, 사진은 조금 느립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보다는, 천천히 들여다보는 사진을 좋아한다면 주마론 35mm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특히 흑백 사진과의 궁합이 좋습니다. 과하지 않은 콘트라스트와 부드러운 계조가 필름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오는 느낌이거든요.
4. 엘마릿 35mm f/2.8 ASPH
현실적인 선택

밝기, 크기, 무게, 화질. 모두에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은 렌즈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실사용에서는 편합니다.
엘마릿 35mm f/2.8 ASPH는 주마론과 같은 f/2.8 조리개 값을 가지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렌즈입니다. 2012년 등장한 현대적 설계로, 비구면 요소를 적용해 개방부터 샤프하고 콘트라스트가 높습니다.
밝기, 크기, 무게, 화질. 모두에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은 렌즈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실사용에서는 편합니다. 조리개를 조여 쓰는 스냅이나 풍경에서는 결과물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습니다.
무게는 약 180g으로, 라이카 35mm 라인업 중 가장 가볍습니다. M 바디와의 밸런스도 좋고, 하루 종일 목에 걸고 다녀도 부담이 없죠.
“늘 들고 다닐 수 있는 35mm”를 찾는다면, 엘마릿은 좋은 답이 됩니다. 주미크론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렌즈입니다.
🧠 35mm는 인물 렌즈일까, 스냅 렌즈일까?
둘 다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둘 다 아닙니다.

35mm는 사람을 찍으면서 공간을 찍고, 공간을 찍으면서 사람을 기록하는 화각입니다.
85mm나 90mm처럼 인물만 집중해서 담지 못합니다. 배경이 함께 들어오니까요. 하지만 28mm나 21mm처럼 풍경만 담기에는 시야가 좁습니다. 사람이 너무 작아지거든요.
그래서 포트레이트처럼 연출하면 어색하고, 완전한 풍경처럼 거리 두면 심심해집니다. 35mm는 늘 그 중간 어딘가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애매한 위치가 사진을 가장 사람답게 만듭니다.
스트리트 사진가들이 35mm를 사랑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사람을 찍으면서도 그 사람이 서 있는 거리, 빛, 공기를 함께 담을 수 있으니까요. 브레송이 35mm를 주력으로 썼고, 윈노그란드가 35mm로 뉴욕을 기록했던 이유입니다.
🎯 35mm, 선택의 문제
50mm가 기준이라면, 35mm는 선택입니다.

세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싶은지, 사람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
그 대답이 당신의 35mm를 결정합니다.
조금 더 다가갈지, 아니면 이 거리에서 멈출지. 사진가가 세상과 맺는 관계가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화각. 35mm로 찍은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보인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조심스러운지, 대담한지, 혹은 그냥 사람을 좋아하는지.
35mm는 결국 선택의 문제입니다. 세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싶은지, 사람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 그 대답이 35mm를 첫 렌즈로 선택할지, 아니면 50mm 다음에 추가할지를 결정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50mm로 사진의 기준을 배웠다면, 35mm로 세상과의 관계를 배운다고요.
🔜 다음 편 예고
35mm가 ‘관계’라면, 28mm는 ‘환경’입니다.
조금 더 넓게, 조금 더 과감하게. 다음 편에서는 왜 어떤 M 유저들은 “35mm를 건너뛰고 28mm로 간다”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차분히 풀어보겠습니다.
늘 그렇듯,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