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렌즈 디자인 철학, 기능과 미학의 조화
라이카 M 렌즈 완전 정복 시리즈 | 시즌 1: 역사와 기술 (4/5)
주미룩스 35mm f/1.4 ASPH II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조심스레 박스를 열고, 렌즈를 꺼내 들었죠. 그 순간 느껴진 건 무게만이 아니었습니다. 손가락이 닿는 조리개 링의 감촉, 초점 링을 돌릴 때의 부드러운 저항감, 렌즈 후드를 돌려 끼울 때의 정확한 클릭.
“아, 이게 라이카구나.”
스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f/1.4라는 숫자나 ASPH라는 기술보다 먼저 전해진 건, 이 렌즈를 만든 사람들의 철학이었죠.
지난 3편까지 우리는 M 렌즈의 광학 기술을 따라왔습니다. 엘마와 주미크론의 시작, 주미룩스와 녹티룩스의 도전, ASPH 기술의 혁명. 하지만 라이카 M 렌즈 디자인 철학은 광학 성능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왜 모든 M 렌즈는 비슷한 외형을 갖고 있을까요? 조리개 링의 클릭감은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무게중심과 밸런스는 어떻게 설계될까요?
이번 편에서는 M 렌즈 디자인 철학, 기능과 미학이 만나는 지점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 100년을 관통하는 디자인 언어

라이카 M 렌즈를 나란히 놓고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출시 연도가 수십 년 차이 나도, 모두 같은 가족처럼 보인다는 걸요.
일관성의 힘
1954년 출시된 주미크론 50mm f/2.0과 2022년 출시된 주미룩스 35mm f/1.4 ASPH II를 나란히 놓으면 어떨까요? 68년의 시간 차이가 있지만, 둘은 명백히 같은 DNA를 공유합니다.
공통점:
- 검은색 혹은 은색의 금속 바디
- 렌즈 전면의 붉은 거리계 표시
- 조리개와 거리 눈금의 흰색 각인
- 초점 링과 조리개 링의 배치
- 필터 나사산의 존재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라이카는 M 시스템이 시작된 1954년부터 지금까지, 렌즈 디자인의 핵심 요소를 유지해왔습니다.
왜 바꾸지 않았을까?
기술이 발전하면 디자인도 바뀌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다른 카메라 브랜드들을 보세요. 10년 전 렌즈와 지금 렌즈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죠.
하지만 라이카는 달랐습니다.
물론 개선은 있었습니다. 코팅 기술이 발전했고, ASPH 같은 광학 요소가 추가됐고, FLE 같은 메커니즘이 들어갔죠. 하지만 외형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M 시스템은 도구로서의 신뢰성을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사진가가 20년 전에 쓰던 렌즈를 오늘 다시 들어도, 똑같이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조리개 링의 위치를 다시 배울 필요 없이, 초점 링의 감각을 다시 익힐 필요 없이 말이죠.
이건 단순한 보수성이 아닙니다. 사진가와 도구 사이의 신뢰를 지키려는 태도입니다.
🔧 금속과 유리, 그 이상의 의미

주미룩스 35mm를 처음 들었을 때 놀란 건 무게였습니다. 320g. 작은 렌즈 치고는 무겁더라고요.
왜 이렇게 무거울까요? 가볍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요?
금속 바디의 선택
요즘 렌즈 대부분은 플라스틱과 복합 소재를 씁니다. 가볍고, 싸고, 대량생산하기 쉬우니까요.
라이카는 여전히 금속(주로 황동)을 씁니다.
금속을 고집하는 이유:
- 내구성: 10년, 20년 써도 문제없습니다
- 정밀도: 온도 변화에도 치수가 안정적입니다
- 촉감: 손에 쥐었을 때의 질감이 다릅니다
- 수리 가능성: 부품 교체와 재조립이 용이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무겁고, 비싸고, 생산 속도도 느립니다.
하지만 라이카의 선택은 확고합니다. “일회용 도구가 아니라, 평생 쓸 도구를 만든다”는 거죠.
제 주미룩스를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이 렌즈는 제가 늙어서도 쓸 수 있겠구나. 어쩌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도 있겠구나.
유리의 품질
렌즈의 핵심은 유리입니다. 라이카는 자체 유리 배합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 광학 유리와 뭐가 다를까요?
라이카 유리의 특징:
- 높은 투과율
- 낮은 분산율
- 엄격한 품질 관리
- 특수 저분산 유리 (APO 렌즈용)
렌즈를 빛에 비춰보면 코팅 색상이 보입니다. 파란색, 보라색으로 은은하게 반사되는 빛. 이게 라이카 특유의 멀티 코팅입니다.
육안으로 보면 차이를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에서는 드러납니다. 콘트라스트, 색 재현, 플레어 억제… 이런 것들이 쌓여서 “라이카 렌즈의 색감”을 만듭니다.
⚖️ M 바디와 렌즈의 절묘한 밸런스 과학

M10-R에 주미룩스 35mm를 물리고 한 손으로 들어봤습니다. 묵직하지만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무게중심이 딱 중앙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렌즈-바디 밸런스
M 시스템의 철학은 “카메라와 렌즈가 하나의 도구처럼 느껴져야 한다”는 겁니다.
무거운 렌즈를 가벼운 바디에 물리면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쏠립니다. 한 손 촬영이 힘들어지죠.
라이카는 렌즈를 설계할 때 바디와의 밸런스를 고려합니다.
35mm 렌즈군 무게 비교
| 렌즈명 | 무게 | M10-R 장착 시 전체 무게 | 밸런스 |
|---|---|---|---|
| 주미크론 35mm f/2.0 ASPH (현행) | 약 252g | 약 910g | 중앙 |
| 주미룩스 35mm f/1.4 ASPH (1세대) | 약 320g | 약 980g | 중앙 |
| 주미룩스 35mm f/1.4 ASPH II | 약 338g | 약 1,000g | 중앙 |
*M10-R 바디 무게: 약 660g
M10-R 바디가 약 660g입니다. 35mm 렌즈를 물리면 전체 무게가 910~1,000g 정도 되는데, 이 무게 배분이 절묘합니다. 렌즈가 바디보다 가볍지만, 무게중심은 거의 중앙에 위치하죠.
덕분에 한 손으로 들고 걸어 다닐 때 피로감이 적습니다.
그립감과 조작감
렌즈 표면에는 미세한 홈(그립)이 있습니다. 주로 초점 링과 조리개 링에 새겨져 있죠.
이 홈의 깊이, 간격, 패턴이 렌즈마다 미묘하게 다릅니다. 50mm 녹티룩스의 초점 링은 좀 더 굵고, 35mm 주미룩스는 좀 더 촘촘하더라고요.
왜 다를까요?
렌즈 크기와 무게에 따라 최적의 그립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거운 렌즈는 더 확실한 그립이 필요하고, 가벼운 렌즈는 섬세한 조작이 필요하죠.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이 차이가, M 렌즈를 “도구”에서 “파트너”로 만듭니다.
🎯 손끝으로 완성하는 노출: 조리개 링의 촉각 피드백

조리개 링을 돌려봤습니까? 클릭, 클릭, 클릭. 1/3 스톱마다 딱딱 걸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 클릭감이 왜 중요할까요?
촉각 피드백의 중요성
M 카메라로 촬영할 때, 눈은 파인더에 가 있습니다. 조리개 링은 보지 않고 만지작거리면서 조절하죠.
이때 클릭감이 없다면? 지금 몇 스톱인지 알 수 없습니다. 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렌즈를 확인해야 하죠.
하지만 클릭감이 있다면, 손끝으로 조리개 값을 알 수 있습니다. f/2.0에서 세 번 돌리면 f/2.8. 두 번 더 돌리면 f/4. 눈을 떼지 않고도 조절할 수 있는 겁니다.
클릭감의 일관성
라이카 M 렌즈의 조리개 링은 모두 비슷한 힘으로 돌아갑니다. 너무 빡빡하지도, 너무 헐겁지도 않죠.
제가 주미크론 35mm에서 주미룩스 35mm로 바꿨을 때, 조리개 링 감각이 거의 똑같아서 놀랐습니다. 렌즈는 달라졌는데, 조작감은 익숙하더라고요.
이게 라이카가 추구하는 일관성입니다. 렌즈를 바꿔도 촬영 방식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거죠.
무단 조리개는 왜 없을까?
요즘 렌즈 중에는 클릭이 없는 “무단 조리개”도 있습니다. 동영상 촬영할 때 부드러운 노출 변화를 만들기 좋죠.
하지만 M 렌즈에는 없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M 시스템은 사진 촬영에 최적화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동영상이 아니라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위한 렌즈죠.
클릭감은 타협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 초점 링의 설계
초점 링을 돌려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부드럽지만 약간의 저항이 있다는 걸요.
회전각과 정밀도
M 렌즈의 초점 링은 보통 무한대에서 최단 거리까지 약 90~180도 정도 회전합니다.
렌즈별 초점 링 회전각 비교
| 렌즈명 | 회전각 | 이유 |
|---|---|---|
| 녹티룩스 50mm f/1.2 | 약 180도 | 얕은 피사계 심도로 인한 정밀 조정 필요 |
| 주미룩스 35mm f/1.4 (FLE II) | 176도 | 더블 캠 기어 적용으로 구형 대비 거의 2배 증가 |
| 주미크론 35mm f/2.0 | 약 90도 | 상대적으로 깊은 피사계 심도 |
왜 다를까요?
밝은 렌즈일수록 피사계 심도가 얕습니다. 그래서 초점을 더 정밀하게 맞춰야 하죠. 회전각이 넓을수록 미세 조정이 쉬워집니다.
녹티룩스 f/1.2로 개방 촬영할 때, 초점 링을 몇 밀리만 돌려도 초점이 확 달라집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익숙해지니 좀더 정밀하게 맞출 수 있겠더라고요.
감쇠의 비밀
초점 링을 빠르게 돌리면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천천히 돌리면 약간의 저항이 느껴지죠.
이게 점성 감쇠(viscous damping) 입니다. 렌즈 내부에 특수 그리스가 발라져 있어서, 속도에 따라 저항이 달라지는 거죠.
점성 감쇠의 효과:
- 빠른 초점 이동: 부드럽게 휙
- 미세 조정: 정밀하게 딱
- 실수 방지: 초점이 쉽게 틀어지지 않음
처음엔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이 저항감이 초점을 맞추는 감각을 키워줍니다.
🔴 붉은 점: 단순한 마크를 넘어선 라이카의 신뢰
M 렌즈 전면을 보면 작은 붉은 점이 있습니다. 거리계 연동을 위한 표시죠.
하지만 이게 그냥 기능적 표시일까요?
아이덴티티로서의 붉은 점

라이카 렌즈의 붉은 점은 단순한 마크가 아닙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입니다.
거리에서 누군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볼 때, 렌즈의 붉은 점만 봐도 “저 사람, 라이카 쓰네”라고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과시라고 비판합니다. “붉은 점 하나로 비싸 보이려는 거 아니냐”고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붉은 점은 단순한 로고가 아닙니다. “이 렌즈는 라이카가 만든 M 렌즈”라는 보증서죠. 광학 품질, 제작 품질, 그리고 100년 가까운 역사에 대한 신뢰의 표시입니다.
과시가 아니라 자부심입니다.
붉은 점 없는 라이카?
재라이카 M 렌즈를 보다 보면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APO 렌즈에는 붉은 점이 없다더라.” 흥미로운 말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APO-Summicron-M 50mm f/2 ASPH와 75mm f/2 ASPH를 비롯한 대부분의 APO 렌즈에도 일반 M 렌즈와 동일한 붉은 정렬 점이 있습니다.
다만, 실버 크롬 버전이나 특정 리미티드 모델에서는 빛 반사나 각도 때문에 붉은 점이 덜 도드라져 보이기도 하고, 일부 구형 설계에서는 점 색상이 미묘하게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차이들이 커뮤니티에서 “붉은 점이 없다”는 말로 퍼진 거죠.
결국 중요한 건 색의 문제라기보다, APO 렌즈가 M 렌즈 라인업에서 갖는 위상입니다.
라이카가 광학적으로 가능한 최상의 성능을 추구하는 플래그십 라인업이기 때문에, 디자인에서도 약간의 디테일 차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작은 표기 하나, 마감 하나까지도 “이건 일반 렌즈와는 다른 결의 제품이다”라는 감각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거죠.
색 하나가 위계를 만든다는 말, 라이카에서는 아직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고 느낍니다.
🎨 블랙 크롬 vs 실버 크롬: 취향과 전통 사이의 선택
M 렌즈는 두 가지 색상으로 나옵니다. 검은색과 은색.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요?
기능적 차이
결론부터 말하면, 광학 성능은 똑같습니다. 블랙이든 실버든 같은 유리, 같은 코팅을 씁니다.
차이는 외관뿐입니다.
블랙 크롬 vs 실버 크롬 비교
| 구분 | 블랙 크롬 (Black Chrome) | 실버 크롬 (Silver Chrome) |
|---|---|---|
| 광학 성능 | 동일 | 동일 |
| 외관 처리 | 무광 (매트) | 유광 (글로시) |
| 느낌 | 현대적, 프로페셔널, 조용함 | 클래식, 빈티지, 눈에 띔 |
| 내구성 | 스크래치가 덜 보임 | 스크래치가 더 도드라짐 |
| 전통성 | 1970년대 이후 본격 등장 | 1950~60년대 전통 색상 |
| 반사 | 반사 적음 | 반사 있음 |
실버는 라이카의 전통입니다. 1950~60년대 M 렌즈는 대부분 실버였죠. 블랙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개인적 선택
제 주미룩스 35mm는 블랙입니다. 녹티룩스 50mm도 블랙이고요.
왜 블랙을 선택했냐고요?
사실 실버 렌즈에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M10-R이 실버 바디라 둘을 맞춰보고 싶은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막상 중고 시장을 뒤져보면 실버 렌즈는 물량이 적고, 가격도 블랙보다 조금 더 높게 형성되어 있더라고요. 현실적으로는 블랙이 더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블랙 렌즈가 촬영할 때 덜 눈에 띄어서 거리 사진 찍을 때는 오히려 편하죠.
물론 실버 렌즈만의 매력도 큽니다. 언젠가 M-A 같은 필름 바디를 들이게 된다면, 그때는 실버 렌즈를 꼭 한 번 써보고 싶습니다. 필름 바디와 실버 크롬의 조합은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거든요.
결국 선택은 취향과 상황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 딸깍, 그 완벽한 체결음의 비밀 (렌즈 후드)

렌즈 후드를 봤습니까? 작은 금속 사각통이죠.
하지만 이것도 설계의 결과물입니다.
후드의 역할
렌즈 후드는 왜 필요할까요?
기능:
- 플레어 방지: 렌즈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 차단
- 물리적 보호: 렌즈 전면 유리 보호
- 심리적 안정감: 렌즈가 보호받는다는 느낌
M M 렌즈 후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나사식 후드는 렌즈 전면 필터 나사에 돌려 끼우는 구조입니다. 단단하게 고정되지만 착탈이 느리고, 오래된 M 렌즈에서 주로 볼 수 있죠.
반면 클립온식 후드는 렌즈 외곽에 걸어서 고정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탈착할 수 있어 최근 렌즈들에 널리 쓰입니다.
하지만 제 주미룩스 35mm(FLE II)는 이 둘과는 조금 다릅니다. 내장형 후드가 렌즈와 일체형으로 설계된 방식이에요.
렌즈 앞부분을 살짝 잡아당기면 후드가 앞으로 부드럽게 펼쳐지고, 누르면 다시 제자리로 들어가는 슬라이드식 구조입니다.
당겨서 돌려 잠그는 방식이 아니라, 마찰력으로 고정되는 간결한 메커니즘이죠.
분리형 후드처럼 잃어버릴 걱정도 없고, 렌즈의 실루엣도 훨씬 미니멀해졌습니다. 필드에서 촬영할 때 작은 조작 하나까지 신경 써주는 라이카의 접근이 이런 곳에서 느껴집니다.
디자인 통일성
라이카 렌즈 후드를 보면 모두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금속 재질, 매끈한 곡선, 내부의 무광 처리.
왜 비슷할까요?
일관된 디자인 언어입니다. 어떤 렌즈든, 후드를 끼우면 “라이카답게” 보여야 한다는 거죠.
실용성과 미학의 조화입니다.
🧩 모듈화와 호환성
M 시스템의 강점 중 하나는 호환성입니다.
1954년 출시된 M3 바디에, 2024년 출시된 최신 렌즈를 물릴 수 있습니다. 70년 시간 차이가 있어도요.
마운트의 불변성
라이카 M 마운트는 1954년부터 바뀌지 않았습니다.
M 마운트 규격:
- 플랜지 백(flange back): 27.8mm
- 마운트 직경: 44mm
- 바요넷(bayonet) 방식
이 규격이 변하지 않았기에, 모든 M 렌즈가 모든 M 바디에 호환됩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초광각 렌즈는 바디에 따라 제한이 있고, 6-bit 코딩 같은 디지털 기능은 최신 바디에서만 작동하죠.
하지만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렌즈도, 미래의 바디에서 쓸 수 있어야 한다.”
필터 호환성

M 렌즈는 UV, ND, 편광 필터 등 대부분의 필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필터 나사산 규격(E-시리즈 표기)은 렌즈마다 다릅니다.
주요 규격은 아래와 같습니다.
- E39: 구형 35mm Summicron, 구형 50mm Summicron, Elmar 등
- E46: Summilux-M 35mm f/1.4 ASPH FLE I & FLE II
- E60: Noctilux-M 50mm f/0.95 ASPH 등
제 주미룩스 35mm(FLE II)는 E46 규격입니다. 저는 라이카 UV 필터를 끼워서 쓰고 있는데, 일상 촬영에서는 화질 저하를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라이카에서 권장하는 필터들은 대체로 광학 품질이 높아서, 보호용으로 쓰기에 부담이 없어요.
🎭 기능과 미학의 조화
라이카 M 렌즈는 도구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죠.
하지만 동시에 예술품이기도 합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 디자인의 오래된 원칙입니다.
M 렌즈의 모든 디자인 요소는 기능에서 출발합니다.
- 조리개 링의 클릭: 촉각 피드백
- 초점 링의 저항: 정밀 조정
- 금속 바디: 내구성과 정밀도
- 렌즈 후드: 플레어 방지
하지만 결과는 아름답습니다.
기능에 충실하다 보니, 불필요한 장식이 없습니다. 깔끔하고 절제된 모습이죠.
이게 “기능미”입니다.
사진가의 연장
M 렌즈는 카메라 장비가 아니라, 사진가의 연장입니다.
목수의 대패, 화가의 붓처럼 말이죠.
좋은 연장은 손에 익습니다. 처음엔 낯설어도, 쓸수록 내 손의 일부처럼 느껴지죠.
M 렌즈가 그렇습니다.
처음 주미룩스 35mm를 썼을 때, 초점 맞추기가 어려웠습니다. 조리개 링 돌리는 것도 헷갈렸고요.
하지만 몇 달 지나니, 생각하지 않아도 손이 움직입니다. 거리계를 보며 초점을 맞추고, 손끝으로 조리개를 조절하고, 셔터를 누릅니다.
연장과 사진가가 하나가 되는 순간입니다.
🔮 앞으로의 방향
라이카 M 렌즈의 디자인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요?
전통의 유지
라이카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겁니다.
M 시스템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것”에 있으니까요. 70년 전 렌즈를 오늘날에도 쓸 수 있다는 게 강점이죠.
앞으로도 금속 바디, 수동 초점, 조리개 링… 이런 요소들은 유지될 겁니다.
미세한 개선
하지만 작은 개선은 계속될 겁니다.
예상되는 변화:
- 더 정밀한 광학 설계
- 더 가벼운 소재 (하지만 여전히 금속)
- 개선된 코팅 기술
- 향상된 6-Bit 코딩
큰 혁명은 없을 겁니다. 작은 진화만 있겠죠.
디지털과의 조화
M11처럼 디지털 기능이 늘어나는 바디가 나와도, 렌즈는 아날로그로 남을 겁니다.
왜냐하면 M 렌즈의 본질은 “손으로 만지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전자식 초점 링, 전자식 조리개… 이런 건 M 렌즈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라이카는 아날로그의 가치를 지킬 겁니다.
🎯 정리하며

M 렌즈의 디자인은 단순합니다.
화려한 장식도 없고, 복잡한 기능도 없습니다. 그냥 렌즈일 뿐이죠.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100년 가까운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M 렌즈 디자인 철학의 핵심:
- 일관성: 모든 렌즈가 같은 언어를 씁니다
- 내구성: 평생 쓸 수 있게 만듭니다
- 촉각: 손끝으로 느끼는 피드백을 중시합니다
- 밸런스: 카메라와 하나가 되는 무게중심입니다
- 타임리스: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습니다
기능과 미학이 분리되지 않습니다. 기능이 곧 미학이고, 미학이 곧 기능입니다.
주미룩스 35mm를 손에 쥐고 조리개 링을 돌릴 때마다 생각합니다.
“이 작은 도구 하나에, 이렇게 많은 고민이 담겨 있구나.”
M 렌즈는 그냥 렌즈가 아닙니다. 사진가와 함께 호흡하는 파트너입니다.
🔮 다음 이야기는?
시즌 1의 마지막 편이 남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M 렌즈,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다룰 예정입니다.
필름 시대에 설계된 렌즈가 디지털 센서에서는 어떻게 작동할까요? 마이크로 렌즈, 센서 스택, 컬러 캐스트…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도전과 해결책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M 렌즈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그 방향성도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 ‘5편 읽기: 디지털 시대의 M 렌즈, 과거와 현재의 연결’
📚 시리즈 전체 보기
‘시즌 1: 역사와 기술’
✅ 1편: 엘마와 주미크론의 시작
✅ 2편: 주미룩스와 녹티룩스, 극한의 밝기를 향한 도전
✅ 3편: ASPH 렌즈의 혁명, 광학적 완벽을 향하여
✅ 4편: M 렌즈 디자인 철학, 기능과 미학의 조화 (현재 글)
5편: 디지털 시대의 M 렌즈, 과거와 현재의 연결
‘시즌 2: 화각별 분석’ (8편)
‘시즌 3: 관리와 구매’ (4편)
‘시즌 4: 철학과 생각’ (3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