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멈춘 사진을 위하여 2부] 마지막 라이카 CCD 센서: 흉내 낼 수 없는 색감과 치명적 결함 사이
안녕하세요, 사진과 감성을 기록하는 TACO입니다.
지난 1편에서 라이카 M9-P가 왜 ‘불편함’을 설계했는지, 그리고 그 철학적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을 텐데요. “그래서 M9-P의 사진은 정말 다른가요?”
바로 그 답이 오늘 2편의 핵심입니다.
라이카 CCD 센서. 이 다섯 글자 안에는 디지털 사진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선택과,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결과물이 공존합니다. 2011년, 이미 모든 카메라 제조사가 CMOS로 전환을 완료한 시점에서 라이카만이 고집했던 코닥 KAF-18500 CCD 센서. 과연 이 ‘시대착오적 선택’이 M9-P를 전설로 만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5년간 라이카 M9-P CCD와 함께하며 직접 경험한 그 독보적인 색감의 비밀부터, 라이카를 당황하게 만든 치명적인 센서 부식 문제까지, 이 센서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기술적 분석과 실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낱낱이 파헤쳐보겠습니다.
🧬 1. 시대를 거슬러 간 선택: 왜 라이카는 CCD를 고집했나
2011년, 모든 것이 CMOS로 향할 때
2011년은 CCD 센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던 전환점이었습니다. 캐논은 이미 2005년 5D부터 CMOS를 주력으로 삼았고, 니콘 역시 2007년 D3를 통해 고감도 CMOS 센서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소니, 올림푸스, 펜탁스까지 모든 제조사가 CMOS 대열에 합류한 상황에서, 라이카만이 홀로 라이카 CCD의 길을 걸었습니다.
당시 업계 전문가들은 라이카의 선택을 ‘고집’ 또는 ‘시대착오’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라이카에게는 명확한 철학이 있었습니다. 바로 ‘디지털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구현하겠다’는 것이었죠.
코닥과의 운명적 파트너십

라이카 M9-P CCD에 탑재된 KAF-18500 센서는 코닥(Kodak)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센서는 코닥이 자사 필름의 색감 특성을 디지털로 옮기려 했던 야심작이기도 했습니다.
개발 배경 | 세부 내용 |
---|---|
개발 시작 | 2008년 라이카-코닥 공동 프로젝트 시작 |
목표 | 코닥크롬 필름의 색감을 디지털로 재현 |
기술적 특징 | 18.5MP 풀프레임, 마이크로렌즈 최적화 |
생산 기간 | 2009-2012년 (약 3년간 한정 생산) |
총 생산량 | 약 15만개 추정 (라이카 M9 시리즈 전체) |
코닥크롬의 그 유명한 따뜻하고 풍부한 색감을 디지털로 구현하려는 시도. 그것이 바로 라이카 CCD가 탄생한 근본적 동기였습니다.
🎨 2. CCD vs CMOS: 기술적 차이와 미학적 선택
센서 구조의 근본적 차이
CCD 센서와 CMOS 센서의 차이는 단순히 성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물의 ‘성격’ 자체가 달라집니다.
비교 항목 | 라이카 M9-P CCD | 동시대 CMOS 센서 | 차이점의 의미 |
---|---|---|---|
신호 처리 방식 | 순차적 전하 전송 | 각 픽셀 독립 처리 | CCD: 더 부드러운 그라데이션 |
노이즈 특성 | 균일한 그레인 구조 | 불규칙한 디지털 노이즈 | CCD: 필름과 유사한 노이즈 패턴 |
색상 분리 | 하드웨어 기반 분리 | 소프트웨어 보간 | CCD: 더 자연스러운 색상 경계 |
다이나믹 레인지 | 좁지만 부드러운 계조 | 넓지만 단절적인 계조 | CCD: 사람 눈에 더 친숙한 톤 |
전력 효율 | 매우 낮음 (350장) | 높음 (800장+) | CCD: 배터리 교체 필수 |
처리 속도 | 느림 (연사 불가) | 빠름 (고속 연사) | CCD: 신중한 촬영 유도 |
‘아날로그적 디지털’의 탄생
라이카 CCD의 가장 큰 특징은 ‘아날로그적 디지털’이라는 모순적 개념을 실현했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센서임에도 불구하고 필름과 유사한 톤 커브와 색감 특성을 보여주죠.
이는 CCD의 순차적 전하 전송 방식 때문입니다. 각 픽셀에서 생성된 전하가 차례대로 전송되면서 자연스러운 ‘혼합’이 일어나고,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부드러운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CMOS는 각 픽셀이 독립적으로 처리되어 더 정확하지만 덜 유기적인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 3. 실전 경험: 5년간의 CCD 센서 촬영 분석
촬영 환경별 성능 분석
5년간 라이카 M9-P CCD로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한 결과를 데이터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촬영 환경 | 추천도 | 주요 특징 | 주의사항 |
---|---|---|---|
야외 자연광 | ⭐⭐⭐⭐⭐ | 압도적 색감, 최고의 발색 | 없음 |
골든아워 | ⭐⭐⭐⭐⭐ | 따뜻한 톤의 극대화 | 없음 |
실내 자연광 | ⭐⭐⭐⭐ | 부드러운 그림자 처리 | ISO 800 이하 권장 |
흐린 날씨 | ⭐⭐⭐⭐ | 미묘한 회색조 표현 탁월 | 노출 보정 필요 |
인공조명 | ⭐⭐⭐ | 색온도 보정 어려움 | 화이트밸런스 수동 설정 |
저조도 | ⭐⭐ | ISO 1600 이후 급격한 화질 저하 | ISO 800 이하 필수 |
야간 | ⭐ | 실질적으로 사용 불가 | 삼각대 + 장노출 전용 |
색감 특성: ‘라이카 룩’의 정체

라이카 CCD가 만들어내는 이른바 ‘라이카 룩’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원색의 깊이: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빨간색의 표현이 탁월해서, 석양이나 꽃 촬영에서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피부톤의 자연스러움: 사람 얼굴을 촬영할 때 나타나는 피부톤의 자연스러움은 라이카 M9-P CCD만의 독보적 영역입니다. 디지털 특유의 인위적인 느낌 없이, 마치 필름으로 촬영한 듯한 부드러운 질감을 보여줍니다.
그라데이션의 부드러움: 하늘의 구름이나 물의 표면 같은 미묘한 톤 변화를 표현할 때, CCD 센서는 CMOS로는 흉내낼 수 없는 부드러운 전환을 보여줍니다.
⚠️ 4. 센서 부식: 라이카를 당황하게 만든 치명적 결함
센서 부식 문제의 발생 과정
2012년부터 전 세계 라이카 CCD 사용자들 사이에서 보고되기 시작한 ‘센서 부식(Sensor Corrosion)’ 문제는 라이카 역사상 가장 큰 품질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시기 | 상황 | 라이카 대응 |
---|---|---|
2012년 초 | 첫 부식 사례 보고 시작 | 개별 케이스로 판단, 소극적 대응 |
2012년 중반 | 전 세계적으로 사례 급증 | 문제 인정, 무상 수리 서비스 시작 |
2013-2015년 | 수리 후 재발 사례 지속 발생 | 센서 교체 정책으로 전환 |
2016-2017년 | 센서 공급 한계 도달 | 무상 수리 서비스 종료 예고 |
2018년 이후 | 완전한 서비스 종료 | 중고 시장 가격 급락 |
부식 현상의 기술적 원인
CCD 센서 부식의 주요 원인은 센서 표면의 마이크로렌즈와 컬러 필터 사이의 접착제가 습도와 온도 변화에 취약했기 때문입니다.

습도의 영향: 상대습도 70% 이상의 환경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접착제가 서서히 분해되면서 센서 표면에 검은 반점이나 줄무늬가 나타납니다.
온도 변화: 급격한 온도 변화(10도 이상)가 반복될 경우, 열팽창과 수축으로 인해 접착제가 박리되면서 부식이 가속화됩니다.
사용 빈도: 흥미롭게도 자주 사용하는 카메라보다 오히려 보관만 하는 카메라에서 부식이 더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는 전원이 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부식 진단과 대처법
초기 진단법:
- 화이트 밸런스 테스트: 흰 종이를 촬영했을 때 검은 점이나 줄무늬가 보이는지 확인
- 고ISO 테스트: ISO 2500에서 균일한 피사체를 촬영, 노이즈 패턴 확인
- 육안 검사: 센서 표면을 직접 확인 (전문가 권장)
예방법:
- 습도 50% 이하 환경에서 보관
- 방습제와 함께 밀폐 보관
- 정기적인 전원 켜기 (월 1회 이상)
- 급격한 온도 변화 피하기
🔧 5. 현재 시점 구매 가이드: CCD 센서 상태 확인법
중고 구매 시 필수 체크리스트
2025년 현재, 라이카 M9-P CCD를 중고로 구매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확인 항목 | 체크 방법 | 정상 기준 | 주의사항 |
---|---|---|---|
센서 부식 | 화이트밸런스 테스트 촬영 | 검은 점/줄무늬 없음 | 미세한 점도 향후 확산 가능 |
셔터 카운트 | EXIF 데이터 확인 | 5만 회 이하 권장 | 10만 회 초과 시 셔터 교체 고려 |
배터리 성능 | 실제 촬영량 테스트 | 200장 이상 | 150장 이하 시 배터리 교체 |
레인지파인더 정확도 | 무한대 초점 테스트 | 오차 없음 | 조정 비용 50-100만원 |
LCD 상태 | 전체 화면 점검 | 픽셀 결함 없음 | 교체 불가, 차선책 없음 |
가격대별 구매 전략
- 400만원 이하: 센서 부식 위험성이 높은 개체들. 갬블성 구매
- 400-500만원: 센서 상태 양호하거나, 운 좋게 센서 교체된 개체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구간
- 500-600만원: 센서 교체 완료 혹은 상태 좋은 일번 거래 개체들
- 600만원 이상: 박스풀 또는 컬렉터급 개체들, 혹은 해외 eBay 프리미엄 개체들
참고로 제가 사용하던 M9-P의 경우 센서 교체가 완료된 개체였으며, 2024년 7월 경 490만 원에 판매했습니다. 당시에는 적정가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1년이 지난 지금(2025년)은 가격이 조금 오르지 않았나 싶군요. 결과적으로 보면 조금 일찍 손을 뗀 셈입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태가 좋았던 제 카메라 기준이며, 보통 상태에서는 350만~400만 원대가 현실적인 거래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구매 후 관리 방법
일상 관리:
- 사용 후 방습제와 함께 보관
- 월 1회 이상 정기적 전원 켜기
- 급격한 환경 변화 피하기
정기 점검:
- 분기별 센서 상태 확인
- 반년마다 전문가 점검 권장
- 1년마다 전체적인 정비 고려
🌅 6. 그럼에도 불구하고: CCD만이 줄 수 있는 감동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

모든 단점과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라이카 CCD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그 어떤 후처리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원천적인’ 색감과 질감 때문입니다.
최신 CMOS 센서로 촬영한 사진을 아무리 보정해도, 라이카 M9-P CCD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그 부드러운 그라데이션과 깊이 있는 색감은 재현할 수 없습니다. 이는 하드웨어 차원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적 의미와 미래 가치
2025년 현재, CCD 센서는 완전히 단종되어 ‘화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라이카 M9-P CCD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필름이 그랬듯, 이제는 CCD의 감성을 추구하는 사진가들의 전유물이 된 것이죠. 불편하지만 대체할 수 없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 마무리하며: 마지막 CCD의 유산
라이카 CCD는 디지털 카메라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기술적으로는 시대에 뒤떨어진 선택이었지만, 예술적으로는 가장 앞선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센서 부식이라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진가들이 라이카 M9-P CCD를 찾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감성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5년간 함께하며 깨달은 것은, 완벽한 카메라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진 카메라는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라이카 CCD가 바로 그런 존재라는 것 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까다로운 센서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3부. 레인지파인더, 세상을 보는 법을 바꾸다: 이중상 합치의 즐거움과 고통] 편을 통해 실제 촬영 경험담을 들려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CCD 센서에 대한 경험이나 센서 부식 관련 질문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로 나눠주세요.
다음 글 예고: [시간이 멈춘 사진을 위하여 3부] 레인지파인더, 세상을 보는 법을 바꾸다: 이중상 합치의 즐거움과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