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rn 자전거, 폴딩바이크의 ‘스포츠카’ | 접히는 자전거로 고속주행을 꿈꾸다
브롬톤 CHPT3 V4를 타고 있는 입장에서, 이전 후기(브롬톤 CHPT3 V4 & M4L 레이싱 그린: 오너의 실사용기)에서 말씀드렸듯 최근 폴딩바이크 시장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끈 브랜드가 바로 Tern 자전거입니다.
같은 ‘도심형 접이식 자전거’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Brompton과 Tern의 철학은 완전히 다릅니다. 브롬톤이 감성과 휴대성에 집중했다면, Tern은 퍼포먼스와 강성에 초점을 맞췄죠.
Tern을 직접 구입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지만, 이 브랜드의 철학과 기술적 접근 방식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오늘은 Tern 자전거의 역사, 기술, 그리고 브롬톤과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폴딩바이크의 또 다른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 1. 브랜드의 출발점 | Dahon에서 태어난 혁신
Tern은 2011년, Dahon의 공동 창립자 조슈아 혼(Joshua Hon)이 독립하면서 탄생했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 Dahon을 통해 접이식 자전거의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기술적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경량화, 내구성, 디자인.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Tern은 ‘폴딩바이크의 퍼포먼스화’라는 목표 아래 출발했습니다.
단순히 접히는 자전거가 아니라, 고속주행·장거리·전동화를 아우르는 스포츠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선언이었죠.
💬 참고로, ‘Tern’이라는 이름은 매년 25,000km 이상을 이동하는 철새에서 따온 것입니다. 끊임없는 이동성과 효율성을 상징하죠.
🔧 2. 디자인 철학 | 기능미를 위한 구조적 설계
Tern의 자전거를 실제로 보면, 브롬톤과는 완전히 다른 DNA를 느낄 수 있습니다.
- 브롬톤: 클래식카처럼 감성적이고 유려한 곡선
- Tern: 카본 스포츠카처럼 직선적이고 구조적 강성 중심

대표 모델인 Tern Verge 시리즈는 알루미늄 프레임에 OCL+ 조인트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접이식 자전거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강성을 자랑하는 구조로 평가받습니다.
💡 OCL+ 조인트는 3D 단조 가공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며, 프레임 틀어짐을 최소화해 고속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합니다.
프레임 강성이 높다는 건, 시속 30~40km 이상의 주행에서도 흔들림이 거의 없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주행감은 폴딩바이크라기보다, 로드바이크의 DNA를 품은 미니 로드머신에 가깝습니다.
⚙️ 3. 기술과 성능 | ‘퍼포먼스 폴더’를 재정의하다
Tern은 단순히 ‘빠른 폴딩바이크’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퍼포먼스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한 브랜드입니다.
🔹 프레임 & 주행감
Verge X11
- 1×11단 SRAM Apex 1 구동계
- 20인치(451mm) 휠셋
- 무게 약 11.2kg
BYB P8
- 독창적인 3단 폴딩 구조로 접었을 때 부피 30% 감소
- 내장 8단 (Shimano Alfine)
- 휴대성과 주행성의 절묘한 균형
Eclipse X22
- 26인치 풀사이즈 휠 기반
- 1×11단 구동계, 하이드롤릭 디스크 브레이크
- ‘폴딩바이크의 한계’를 기술로 돌파한 모델

이처럼 Tern 자전거는 ‘접히는 구조’와 ‘주행 성능’의 균형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브랜드입니다.
🔹 전동화 모델 — Vektron 시리즈
Tern은 2016년 Bosch 시스템을 탑재한 Vektron을 출시하며 전동 폴딩바이크의 기준을 새로 세웠습니다.
- Bosch Active Line Plus / Performance Line 모터
- 최대 토크 50~65Nm
- 400~500Wh 배터리
- 프레임 강성 보강으로 흔들림 없는 주행
최근에는 Bosch Performance Line CX 모터를 탑재한 상위 모델도 등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전동 접이식이 아니라, ‘도심형 퍼포먼스 폴딩바이크’의 완성형이라 불릴 만합니다.
🎯 4. 브랜드 철학 | “Rider First”
Tern은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We design for people who ride every day.”
이 문장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닙니다. Tern 자전거는 ‘매일 타는 사람을 위한 퍼포먼스 폴더’를 목표로 설계되었습니다.

즉, 출퇴근과 주말 투어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무겁지 않고 느리지 않은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이 감성과 휴대성을 대표한다면, Tern은 효율과 기술의 정점에 있습니다. 제가 가진 차량에 굳이 비유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Tern = BMW M340i (퍼포먼스 우위)
- Brompton = MINI JCW (감성 우위)
둘 다 훌륭하지만, 달리는 이유와 방향이 다릅니다.
📊 5. Brompton vs Tern | 감성과 퍼포먼스의 양극
두 브랜드는 동일한 출발선에 섰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 항목 | Brompton | Tern 자전거 |
|---|---|---|
| 철학 | 감성, 디자인, 휴대성 | 퍼포먼스, 강성, 속도 |
| 프레임 | 클래식 스틸 | 알루미늄 / 카본 |
| 구동계 | 내장 3~6단 | 외장 8~22단 |
| 휠 사이즈 | 16인치 (349mm) | 20인치 (451mm) ~ 26인치 |
| 주행감 | 부드럽고 유연함 | 날카롭고 즉각적 |
| 타깃 | 감성 중심, 도심형 | 퍼포먼스 중심, 실주행형 |
이 두 브랜드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폴딩바이크의 두 극단, 감성과 효율을 대표합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라이카 M과 소니 A7R의 관계와도 비슷합니다. 둘 다 훌륭하지만, 사용하는 목적이 다소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 6. Tern 자전거의 미래 | 연결된 모빌리티로의 진화

Tern은 이제 단순한 자전거 브랜드가 아닙니다. 2020년대 들어서는 IoT, 전동화, 모듈러 플랫폼으로 빠르게 확장 중입니다.
- Bosch Smart System 연동
- GPS 기반 보안 기능 (일부 모델)
- 액세서리 모듈 표준화 (랙, 라이트, 킥스탠드 등 통합 규격)
이제 Tern 자전거는 ‘폴딩바이크’를 넘어 도심형 개인 이동체(Micromobility)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산업에서 SDV(Software Defined Vehicle)가 의미하는 바와 같은 흐름입니다.
마무리하며
Tern 자전거는 ‘접이식’이라는 제약을 기술과 논리로 풀어낸 브랜드입니다. 브롬톤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한다면, Tern은 기계적 완성도와 엔지니어링의 정교함으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언젠가 브롬톤 CHPT3로 달리던 길 위에서 Tern Verge나 Vektron과 마주친다면, 그 순간은 제 BMW M340i 옆을 지나가는 MINI JCW처럼 느껴질 겁니다.
둘 다 좋습니다. 하지만 추구하는 게 다릅니다.
감성과 퍼포먼스, 두 축이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Tern 자전거는 자신만의 영역을 완벽히 구축한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성은, 폴딩바이크가 나아갈 다음 시대의 기준을 조용히 예고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