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배경 위에 놓인 검은색 라이카 M 모노크롬 디지털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카메라 상판의 'Monochrom' 각인과 렌즈 주변의 은색 링이 강조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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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 모노크롬 — 색을 버리고 빛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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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모노크롬 — 색을 버리고 빛을 얻다 흑백 전용 디지털카메라의 기술과 철학

컬러 필터를 없앤 센서가 만들어내는, 다른 차원의 흑백

TACO 2025. 08 카메라 · 라이카 라이카모노크롬 · 흑백사진 · 라이카M

이 글의 핵심

  • 라이카 모노크롬은 컬러 필터를 완전히 제거한 센서를 탑재한, 세계 유일의 흑백 전용 디지털카메라다
  • 컬러 필터가 없으면 모든 픽셀이 빛의 양만 기록 — 같은 화소수 대비 선예도와 디테일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 고감도 성능도 다르다. ISO 12,800에서도 필름 입자 같은 자연스러운 노이즈가 나온다
  • 2012년 M9 기반 초대 모델부터 2023년 M11 모노크롬(6,000만 화소)까지 4세대 진화를 거쳤다
  • 중고 시장에서 M 모노크롬(CCD) 400~500만 원, M10 모노크롬 700~800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 M10-R + 후보정으로도 흑백을 찍을 수 있지만, 모노크롬 센서의 결과물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 라이카 M 시스템을 이미 다루고 있는 사람 중, 흑백에 확신이 생긴 단계에서 고려할 카메라다

디지털카메라는 컬러가 기본입니다. 흑백으로 찍고 싶으면 메뉴에서 모드를 바꾸거나, 나중에 편집 프로그램에서 변환하면 됩니다. 쉽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습니다.

라이카는 2012년에 그 반대의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흑백만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 컬러로 되돌릴 방법이 없는 카메라. 이름은 라이카 모노크롬입니다.

왜 그런 물건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게 실제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 M10-R을 쓰면서 옆에서 모노크롬 결과물을 계속 지켜본 입장에서 정리해봤습니다.

🤔 왜 흑백만 찍는 카메라를 만들었나

일반적인 디지털카메라 센서 위에는 컬러 필터 배열(CFA, Color Filter Array)이 씌워져 있습니다. 빨강·초록·파랑 필터가 각 픽셀을 덮고, 각자 해당 색의 빛만 통과시킵니다. 나머지 색의 빛은 막힙니다. 센서에 도달하는 빛의 상당 부분이 처음부터 버려지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흑백 사진을 얻으려면, 이렇게 기록된 컬러 정보를 소프트웨어로 다시 제거합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방식이죠.

라이카의 접근은 단순했습니다. 어차피 흑백만 찍을 거라면, 컬러 필터 자체를 없애면 됩니다. 모든 픽셀이 색 구분 없이 빛의 양만 기록합니다. 2012년에 나온 M 모노크롬이 그 결과물입니다.

TACO 생각

M9-P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모노크롬은 항상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M10-R로 찍고 후보정에서 흑백으로 바꾼 사진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모노크롬 센서로 찍은 결과물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색 정보를 제거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빛의 양만 담았으니까요. 비슷해 보여도, 원리가 다릅니다.

💡 컬러 필터를 없애면 뭐가 달라지나

구조적인 차이는 세 가지로 나타납니다.

첫 번째는 선예도입니다. 컬러 센서는 각 픽셀이 R, G, B 중 하나만 기록하고 주변 픽셀 정보를 빌려서 색을 만들어냅니다(디모자이킹). 이 과정에서 미세한 디테일 손실이 생깁니다. 모노크롬 센서는 모든 픽셀이 빛의 양을 그대로 담습니다. 4,000만 화소끼리 비교해도 M10 모노크롬의 결과물이 M10-R의 흑백 변환보다 날카롭습니다.

두 번째는 고감도 성능입니다. 컬러 필터는 빛을 색별로 걸러내는 과정에서 일부를 막습니다. 그 필터가 없으면 센서가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늘어납니다. 일반 카메라에서 ISO 12,800은 노이즈 때문에 실용적으로 쓰기 어렵지만, 모노크롬에서는 평범한 설정입니다. ISO 25,000~50,000에서도 필름 입자 같은 자연스러운 질감이 나옵니다.

세 번째는 계조입니다. 어두운 그림자 안쪽과 밝은 하이라이트 사이의 회색 단계가 훨씬 촘촘하고 부드럽습니다. 컬러 사진을 흑백으로 변환할 때 생기는 톤의 단절이 없습니다.

항목 컬러 센서 → 흑백 변환 모노크롬 전용 센서
선예도디모자이킹 손실 있음손실 없이 100% 기록
고감도 노이즈색 노이즈 → 변환 후 문제 남음필름 입자 같은 자연스러운 결과
계조 표현변환 과정에서 톤 단절 가능그림자~하이라이트 연속적
RAW 관용도표준 수준더 넓은 DR 활용 가능
라이카 M10 모노크롬으로 촬영한 독일 구시가지 광장의 흑백 사진. 드라마틱한 구름과 목조 건물 외벽의 질감, 그림자와 하이라이트의 계조가 선명하게 담겨 있다.
라이카 M10 모노크롬 · Summilux-M 24mm · ISO 160 · f4 · 1/2000. 컬러 필터가 없는 센서가 담아낸 구름의 질감과 목조 건물의 디테일 — 흑백 변환이 아닌, 처음부터 빛만 기록한 결과물입니다 ⓒ Leica Camera AG

📜 4세대 모노크롬 — 어떻게 달라졌나

모노크롬은 2012년 첫 등장 이후 M 바디 세대에 맞춰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모델 연도 기반 바디 센서 특징
M Monochrom2012M91,800만 화소 CCD필름 입자 같은 CCD 질감, 현재도 마니아층 두터움
M Monochrom Typ 2462015M2402,400만 화소 CMOS라이브뷰·동영상 추가, CMOS 특유의 정제된 결과물
M10 Monochrom2020M104,000만 화소고화소 + M10 슬림 바디, 현재 중고 시장 메인 거래 모델
M11 Monochrom2023M116,000만 화소트리플 레졸루션 기술, 현행 최신 모델

초대 CCD 모델은 특유의 거칠고 깊은 질감 때문에 단종 이후에도 수요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CMOS로 전환된 Typ 246부터는 균일하고 정제된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M10 모노크롬은 화소수와 바디 크기의 균형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M11 모노크롬은 현재 기술적 최고점에 있습니다.

검은색 라이카 M 모노크롬(M9 기반, 2012) 바디 정면 사진. 렌즈캡이 씌워진 상태로 상판의 셔터 스피드 다이얼과 레인지파인더 뷰파인더가 선명하게 보인다.
2012년 등장한 초대 라이카 M 모노크롬. M9 기반의 1,800만 화소 CCD 센서를 탑재했으며, 지금도 CCD 특유의 필름 같은 질감을 이유로 중고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됩니다 ⓒ Leica Camera AG

TACO 생각

CCD와 CMOS 중 어느 쪽이 낫냐는 질문은 취향 영역입니다. 초대 모노크롬의 CCD 결과물을 보면 필름 시대 Tri-X 느낌이 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배터리 효율, 사용 편의성, AS 리스크를 감안하면 M10 모노크롬이 가장 실용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 모노크롬으로 찍는다는 것 — 달라지는 촬영 방식

컬러 선택지가 없다는 건 제약이지만, 그 제약이 촬영 과정 전체를 바꿉니다.

M10-R을 들고 찍을 때도 흑백을 염두에 두고 구도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택입니다. 모노크롬을 손에 쥐면 셔터를 누르기 전부터 생각이 달라집니다. 화려한 색보다 빛의 방향, 그림자의 형태, 피사체의 질감에 먼저 눈이 갑니다.

같은 밝기의 빨간색과 초록색은 모노크롬에서 구분되지 않습니다. 색으로 시선을 끌던 피사체가 아닌, 형태와 빛으로 말하는 피사체를 찾게 됩니다. 이건 사진을 찍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경험입니다.

색이 없어지자,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고감도 성능 덕분에 야간 촬영이나 어두운 실내에서도 삼각대 없이 자유롭게 찍을 수 있습니다. ISO 6,400~12,800 범위가 실용적으로 열려 있다는 건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특히 의미 있습니다.

💰 중고 시장 현실 — 가격과 구매 기준

신품 M11 모노크롬은 1,000만 원을 넘습니다. 현실적으로 중고 시장을 먼저 살펴보게 됩니다. 아래 시세는 2025년 기준이며 유통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구매 전 최신 시세를 확인하세요.

모델 중고 시세 참고 메모
M Monochrom (CCD, M9 기반)400~500만 원대CCD 질감 선호층 꾸준, 배터리·AS 주의
M Monochrom Typ 246 (M240 기반)500~600만 원대라이브뷰 있음, CMOS 전환 첫 모델
M10 Monochrom700~800만 원대중고 시장 메인, 화소·크기 균형 좋음
M11 Monochrom1,000만 원 이상현행 모델, 중고 매물 적음

구매 전 체크포인트

  • CCD 모델(초대 M 모노크롬)은 배터리 수명과 센서 상태를 반드시 확인할 것
  • M9 기반 모델은 M9와 동일한 센서 부식 이슈 가능성 — 구매 전 검사 필수
  • M10 모노크롬은 M10-R과 같은 바디이므로 그립감·조작계가 익숙한 사람에게 진입 장벽이 낮음
  • 모노크롬은 컬러 촬영이 불가 — 주력 바디가 아닌 서브 또는 전용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

🖤 누구를 위한 카메라인가

모노크롬은 입문용 라이카가 아닙니다. M 시스템도 처음이고, 흑백 사진도 처음인 단계에서 선택하기엔 너무 극단적입니다.

이 카메라가 맞는 사람은 방향이 이미 정해진 사람입니다. M으로 찍고 후보정에서 흑백으로 바꾸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처음부터 흑백으로 생각하고 찍고 싶어진 사람. 결과물에서 컬러 변환의 흔적을 더 이상 용납하고 싶지 않은 사람. 흑백 프린트의 디테일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은 사람.

M 시스템을 7년 가까이 써온 입장에서, 모노크롬은 M의 철학을 색채마저 제거해서 완성한 형태라고 봅니다. 수동 초점으로 구도에 집중하고, 흑백으로 빛에 집중하는 구조가 맞아떨어지는 카메라입니다.

컬러 사진이 ‘그날의 세상’을 담는다면,
흑백 사진은 그 안의 빛과 형태를 담습니다.
라이카 모노크롬으로 촬영한 흑백 건축 사진. 원형 개구부 아래 나선형 콘크리트 계단을 한 사람이 올라가고 있으며, 벽면의 질감과 강한 명암 대비가 형태와 빛만으로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색이 사라지자 콘크리트의 질감, 원형의 형태, 인물의 실루엣만 남습니다. 모노크롬으로 찍는다는 건 결국 이런 피사체를 먼저 보게 되는 훈련입니다 ⓒ Leica Camera AG

자주 묻는 것들

Q. 라이카 모노크롬은 왜 흑백 변환 사진과 다른가요?

구조가 다릅니다. 컬러 카메라는 색 필터로 빛을 걸러낸 뒤 기록하고, 이후 색 정보를 제거해 흑백을 만듭니다. 모노크롬 센서는 컬러 필터 자체가 없어서 모든 픽셀이 빛의 양만 바로 기록합니다. 선예도, 고감도 성능, 계조 표현이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Q. M10-R이 있는데 모노크롬을 추가로 살 이유가 있을까요?

M10-R로 찍고 후보정에서 흑백으로 변환해도 훌륭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모노크롬이 필요한 건 그 과정을 벗어나고 싶을 때입니다. 처음부터 흑백으로 생각하고 찍고 싶고, 고감도 환경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고, 계조 표현을 더 밀어붙이고 싶다면 의미 있는 선택입니다.

Q. 초대 CCD 모델과 M10 모노크롬 중 어느 쪽이 나을까요?

CCD 모델은 필름 입자 같은 독특한 질감으로 마니아층이 있지만, 배터리·AS·센서 상태 리스크가 있습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는 M10 모노크롬이 화소수, 바디 조작성, 안정성 면에서 균형이 좋습니다. 중고 시장에서도 매물이 가장 많습니다.

Q. 모노크롬으로 컬러 사진을 찍을 방법이 있나요?

없습니다. 컬러 필터가 물리적으로 없는 센서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로도 컬러 복원이 불가합니다. 모노크롬을 선택한다는 건 흑백만 찍겠다는 결정입니다.

Q. M 렌즈 중 흑백에 특히 어울리는 렌즈가 있나요?

정해진 답은 없지만, 35mm나 50mm 대역이 가장 범용적으로 쓰입니다. 고대비 렌즈보다 계조가 풍부한 렌즈가 모노크롬 센서의 특성과 잘 맞는 편입니다. 주미룩스 35mm f/1.4는 개방에서의 풍부한 계조 표현으로 흑백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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