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사진 여정 1편: 디지털 카메라와의 첫 만남부터 캐논 DSLR 시대까지
카메라 · 오너의 이야기 · Leica M
나의 사진 여정 1편: 니콘 쿨픽스부터
캐논 5D Mark III까지
20년을 찍으면서 달라진 건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이 글에 대해
- 20년 취미 사진 여정의 1막 — 니콘 쿨픽스 5700부터 캐논 5D Mark III까지
- 각 카메라를 선택한 이유와, 결국 다음으로 넘어간 이유
- 스펙 이야기보다 ‘그때 무엇을 원했는가’에 집중한 기록
- 라이카로 넘어가기 전, 캐논 시스템에서 느낀 것들
- 2편: 후지필름, 리코 GR, 그리고 라이카와의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사진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손을 거친 카메라가 많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적은 편입니다. 빠르게 바꾸는 쪽보다는 한 대를 오래, 깊이 쓰는 스타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글은 ‘내가 써본 카메라 목록’이 아닙니다. 각 카메라를 왜 골랐고, 쓰면서 뭘 느꼈고, 결국 왜 다음으로 넘어갔는지 — 그 흐름을 기록한 글입니다.
지금 라이카 M을 쓰고 있는 이유는 이 여정 어딘가에 이미 있었습니다. 당시엔 몰랐지만.
📷 니콘 쿨픽스 5700 — 처음으로 직접 확인한다는 것


2002년이었습니다. 첫 번째 디지털 카메라는 니콘 쿨픽스 5700이었습니다.
500만 화소에 8배 광학 줌, 회전형 LCD. 당시 고급 콤팩트 시장에서 꽤 화제였던 모델입니다.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필름 카메라를 쓰다가 현상 전까지 결과를 모른다는 게 늘 답답했습니다. 쿨픽스는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소한 이유인데, 당시엔 그게 카메라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즉각적인 피드백’. 사진을 취미로 대하는 방식이 필름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진 순간이었습니다.
워니가 태어난 것도 이 무렵입니다. 갓난아기는 매일 달라집니다. 그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카메라를 더 자주 들게 됐고, 자연스럽게 ‘더 잘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 캐논 EOS 20D — 처음으로 진지해진 순간

2004년, 첫 DSLR을 샀습니다. 캐논 EOS 20D입니다.
이때의 기준은 ‘전문가용처럼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랬습니다. 묵직한 그립감, 셔터를 누를 때 울리는 미러쇼크 소리 — 그게 당시 저에게 “이건 진지하게 찍는 카메라”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실제로 20D는 쿨픽스와 차원이 달랐습니다. 반응 속도, AF 정확도, 결과물의 밀도. 워니가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웃는 순간이 0.5초 안에 지나가던 그 시기에 — 이 카메라는 제가 그 순간을 제대로 잡을 수 있게 해줬습니다.
한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결과물이 좋아지니까 사진을 더 자주 보게 됐습니다. 더 자주 보니까 뭐가 마음에 들고 뭐가 아닌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취미가 ‘기록’에서 ‘표현’으로 조금씩 옮겨가던 시기였습니다.
📷 캐논 EOS 5D — ‘가족을 위한 카메라’라는 말의 의미


2006년, 5D를 샀습니다.
당시 ‘보급형 풀프레임’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었지만, 가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20D로는 실내에서 아이를 찍을 때 노이즈와 심도 처리에서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풀프레임 센서로 넘어오니 달랐습니다.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아이 얼굴에 자연스럽게 집중되는 사진이 나왔습니다. 배경이 흐려지는 방식도, 20D와는 달랐습니다. 더 자연스럽고 더 입체적이었습니다.
5D를 쓰면서 처음으로 ‘렌즈가 결과를 결정한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바디가 아니라 렌즈를 먼저 보게 된 건 이 시기부터입니다.
5년이 넘는 기간을 함께했습니다. 그 사이 워니는 두 돌을 지나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성장했습니다. 그 시간의 대부분이 5D 안에 있습니다.
📷 캐논 EOS 5D Mark III — 10년의 파트너, 그리고 생긴 균열

2012년, 첫 유럽여행을 앞두고 Mark III를 샀습니다.
5D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AF 성능이 Mark III에서 비약적으로 개선됐습니다. 61포인트 AF, 초당 6매 연사. 뛰어다니는 아이를 쫓는 데 이 카메라는 사실상 완벽했습니다.
이후 10년을 함께했습니다. 해외여행 4번, 워니의 초·중·고 시절 전체가 이 카메라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이상한 감각이 생겼습니다.
사진은 잘 찍히는데, 찍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지 않다는 느낌. 결과물은 만족스러운데,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다는 욕구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것. 처음엔 번아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는 ‘기록하는 도구’로서의 카메라에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찍는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 뭔가 다른 걸 원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그게 뭔지 몰랐습니다.
TACO 생각
20년을 돌아보면, 저는 항상 ‘지금 가진 것의 한계가 보일 때’ 다음으로 넘어갔습니다. 스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 그 카메라로 원하는 걸 이미 다 했다는 느낌이 들 때. Mark III와 10년을 함께하면서도 그랬습니다. 더 나은 카메라가 없어서 바꾼 게 아닙니다. 무언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감각이 먼저였습니다.
➡️ 다음 편에서
캐논 Mark III를 마지막으로, 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선택을 했습니다.
후지필름 X-Pro1에서 처음으로 ‘클래식 감성’이라는 게 뭔지를 알게 됐고, 리코 GR2는 지금도 매일 들고 다니는 카메라가 됐습니다. 그리고 2019년, 캐논 장비 전체를 처분하고 라이카 M9-P를 샀습니다.
그게 어떤 결정이었는지는 2편에 이어집니다
나의 사진 여정 · 2편
후지필름, 리코 GR, 그리고 라이카의 시작
❓ 자주 묻는 것들
Q. 캐논 5D Mark III, 지금도 쓸 만한 카메라인가요?
취미 사진가 기준으로는 충분히 쓸 만합니다. 2,230만 화소에 AF 성능도 안정적이고, 렌즈 자산도 풍부합니다. 다만 미러리스 전환을 고민 중이라면, 캐논 RF 시스템이나 소니 A7 계열로 넘어가는 게 장기적으로는 낫습니다. 저처럼 10년을 쓰다 보면 마운트 생태계 자체가 축소되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Q. 라이카로 가기 전에 왜 바로 가지 않고 후지필름, 리코를 거쳤나요?
라이카 M은 수동 초점 카메라입니다. 처음부터 M 시스템을 쓰기에는 사진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했습니다. 후지필름에서 클래식한 촬영 경험을, 리코 GR에서 작은 카메라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라이카 M의 불편함을 즐길 준비가 안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이 시리즈는 어디까지 이어지나요?
전체 18편입니다. 2편은 후지필름·리코 GR·라이카로 넘어간 이야기, 3편부터는 라이카 브랜드 역사와 M 시스템 전반을 다룹니다. 렌즈 선택 가이드는 11편부터 시작합니다. 총목차는 라이카 M 완전 가이드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